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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시민의 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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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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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청산과제
[시민포럼] 저질 코미디는 이제 그만
작성날짜: 2004/09/30
하승창기자 metal@ngotimes.net <metal@ngotimes.net>
대학시절에 난 집시법 위반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경찰이 집에서 가져 온 내 책들 중에 한 일본 학자의 경제학원론이라는 책이 있었다. 맑스주의 관점에서 서술된 책이었다. 사회학개론 강의에서 부분적으로 공부했던 맑스의 생각을 알고 싶었으나 학내 써클에서는 온전한 책자는 없이 부분 발췌된 모리스 돕 등의 복사물이 고작이었다.
국보법의 추억
마침 선배 한 사람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가지고 있었고 으레 그렇듯이 이 책을 복사하여 가지고 있었다. 일어책이라 사전을 뒤져가며 읽느라 미처 다 읽지도 못한 상태에서 잡혀 온 것이었다. 검찰과 경찰은 쾌재를 부르며 국가보안법 7조를 적용하였다. 그것만으로도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이적활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마르크스 생각을 알고 싶다는 데 그게 왜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법정에서 판사는 거의 따져 물을 생각이 없었다. ꡐ당연히ꡑ 유죄였다. 서대문 구치소에서 겨우 만 20살 나이에 거물급 간첩인양 빨간색 수인번호를 달고 있었다. 녹색 수인번호를 달고 있는 학생들과 확연히 구별되었다. 면회오시는 부모님들은 처음엔 다른 학생 부모들과 달리 마치 정말 큰 죄 지은 것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하셨다. 지금도 돌아가신 어머님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왜 생각하고, 알려고 하는 것도 죄가 될까? 판결문 어디를 들여다봐도 알 수가 없었다.
ꡐ생각ꡑ자체를 하는 것, 알고 싶은 지적 욕구를 갖는 것이 처벌되어야 하는 세상은 18세기 근대국가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했던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사상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2002년 대선에서 시민단체들이 대선유권자연대를 구성하여 대선에 나오는 후보들에게 3대 청산과제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했던 것은 그것이 미래지향적 정책과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근대국가의 합리성을 확보하여 국가의 정상성을 회복하기를 바랬던 시민단체들은 2백년, 3백년의 생각도 쫓아가지 못하는 창피한 국가의 비정상성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ꡐ청산ꡑ과제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한 것이었다.
특정 정권이 국가가 아니라 정권의 안보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휘둘러 생긴 상흔들은 소위 조작간첩 사건들이다. 그러나 특정 정권이 정권의 안보를 위해 이런 조작된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특정한 검사나 경찰 개인이 생각의 차이를 들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고, 판사가 그 법에 의해 우리 사회가 갖지 말아야 할 ꡐ생각ꡑ이라며 처벌할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ꡐ그럴 것이다ꡑ라는 주변의 추측만으로 간첩으로 신고되고(안하면 불고지죄니까), 잡혀가고 집안이 풍비박산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가? 그런 세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국회에서 ꡐ처절하게ꡑ 외치다 ꡐ졸도ꡑ까지 하는 일은 아무리 봐도 코미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저질 코미디는 그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박근혜 대표가 총선거 직후에 국가보안법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한나라당을 제대로 된 보수정당으로 만들어 볼 것처럼 하다가 왜 70년대, 80년대로 돌아가 버렸는가이다. 역시 박 대표도 그저 정치적 술수로 훈련된 정치인이었던가 보다. 그런데 그 단수가 낮아 자신의 정치적 비전은 내놓지 못하고 저리 헤매는가보다.
좀 제발 앞으로들 나갔으면 좋겠다. 창피하게 18세기 전근대 국가의 잔재를 유지하는 것에 대표직을 걸거나 121명 의원직을 걸어야 한다는 처연함을 너무나 진지하게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에서 벗어나서 좀 미래지향적인 과제들로 ꡐ정쟁을 일삼아ꡑ 보는 모습이라도 좀 보고 싶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 어떤 ꡐ생각ꡑ을 좀 했다고 뒤통수가 간지러워 뒤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 그래야 생각하고 알고 싶었던 이유만으로 처벌받았던 지난 시절이 악몽이 아니라 추억거리로 남지 않을까?
아 문제가 되었던 그 책은 몇 년 지나지 않아서 한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서점에서 버젓이 팔렸다.
하승창(함꼐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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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