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길을 가다가 네 키 만큼 되는 흰 크리스마스트리를 봤어. 반짝 반짝 빛나는 꼬마전등을 보면 니가 얼마나 기뻐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니가 5살 될때까지 한 번도 작은 전등을 사서 불을 밝힌 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얼마나 무심했던가 하는 쓴 웃음이 나오고 보는것 마다 온통 니생각뿐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너와 떨어져 지낸지 벌써 12일이 되구나. 엄마는 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데 너는 참 의젓하구나.
처음엔 "엄마. 언제와?" 하더니 이젠 할머니께 "우리 엄마, 스물다섯밤 자고 와요!"하며 제법 대견한 말을 했다는 아빠의 이야길 듣고 엄마는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지난주 토요일 엄마는 너랑 아빠랑 온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주춤했었어. 금방이라도 달려가 너를 안고 싶었지만 너를 보면 울것 그 울을 참느라고 금방 나가지 못했어, 너는 잘 참고 있는데 엄마가 눈물을 보이면 안되잖아....
보고싶은 엄마를 보고도 눈물을 꾹 참고 있는 너앞에서 엄마가 울어서는 안되잖아.....
우리의 만남은 오랜기간 떨어져 있는 모녀가 상봉하기엔 짧았지만 너는 해맑은 웃음으로 나의 7일째 몸띠를 메어주며 농성장을 지켰지... 그러나 엄마는 헤어질때 애써 울음을 참으며 이별을 하는 너를 보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5살 너에게 너무나도 힘든 아픔을 견디는 방법을 일찍 가르쳐 주는건 아닌지 하고 말이야....
성연아!
엄마는 요즘들어 생각한다. 어린 너를 이렇게 오랫동안 아픔을 줘야하는지....
엄마는 하루 빨리 우리 성연이가 자유로운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국가보안법 없는 희망세상을 빨리 만들어 주고 싶구나..
엄마는 우리 딸을 믿어. 적어도 니가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을거라고....
하루 빨리 니 곁으로 돌아가 니가 좋아하는 글자 퍼즐도 맞추고 예쁜 꼬마 전등 달아 깜깜하게 해놓고 너와 함께 보고 싶어! 불빛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니 옆에서 같이 기뻐하고 싶구나!
니 곁에 가고 싶은 마음 만큼 엄만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 아니 호소하고 싶어. 지금 우리가 이 국가보안법을 없애지 않는다면 우리의 선배님이 겪었던 것처럼 우리 자식들이 겪을 수 있다고 말이야....
내 자식이 어떤 작은 일에라도 고통을 겪는다면 어느 부모가 나서지 않겠냐고...
너와 니 친구, 우리의 자녀들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엄마는 잠시 너와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마음은 니 생각뿐이고 너를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
아빠손잡고 18일 촛불대행진에 올 너를 생각하며 이만 줄일께!
너무나도 보고픈 우리딸 성연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가
서울에서 단식 12일을 맞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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