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5살된 딸을 둔 주부입니다.
울산에 있는 제가 서울에 온지 벌써 12일째, 여의도 국회앞
아스팔트를 제 집 삼아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딸과 남편이 보고싶습니다.
광화문 거리를 지날때 마다 아치로 된 전등을 보며 딸아이와
손잡고 걸으며 사진도 찍어 주고 싶답니다.
엄마라서 그런지 보는것 마다 아이와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드네요.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 본게 처음이라 그런거 같습 니다.
며칠전 딸아이 키만한 하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아이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울컥 올라와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엄마보다 의젓한 딸아이는 엄마를 찾지 않고 잘 지낸다고 합니다.
옆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 선배님들이 겪으신것처럼 내가 아니면 내 딸아이가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후대까지 아픔을 넘겨 주고싶지는 않았습니다.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탄압은 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만들고 심지어 세살난 아들과 팔순 노모까지 감옥에 가둬두고 고문을 했다는 고문피해자의 증언도 들었습니다.
아이와 팔순노모가 겪으신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면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치가 떨립니다.
56년이라는 세월은 우리가 서로를 의심하게 하고 함께 사는 사회라 하면서 나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무관심하게 했습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 육순이 될때까지 무언가에 공포를 느끼게 교육받았다면 이제는 그것이 공포라는 것 조차 못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고통도 우리의 고통입니다.
입으로는 통일을 말하지만 그 속에는 폭력과 두려움이 숨어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왕따 시키는 우리 아이를 보며 걱정하지만
우리 또한 우리와 다른 생각,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왕따를 시킵니다. 아니. '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사상이 다른 사람을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감싸고 이해하는 마음 그 것이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입니다. 독재정권때 외쳤던 민주가 그 때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되어야 합니다. 탄핵을 반대하며 외쳤던 민주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단 한사람의 인권도 보장되는 사회는 꿈이 아니라 우리가 모이면 가능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촛불의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광화문의 촛불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함이며 나아가 나에게
씌워진 폭력을 인정하는 마음에 대한 거부요. 민주화에 대한 4천만의 큰 걸음입니다.
그 촛불을 함께 듭시다.
18일 광화문에서 다시 한번더 촛불의 힘을 보여줍시다.
저도 그 날 딸아이와 함께 그 역사의 촛불을 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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