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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펌]“식물국회… 개혁입법 민중이 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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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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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국회… 개혁입법 민중이 해낸다”
[미디어오늘 2004-11-15 00:00]
[미디어오늘] 여의도 국회 앞 르포
지난 8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차가운 밤 공기는 퇴근길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리에 흩뿌려진 낙엽은 초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국회의 모습은 초겨울을 넘어 한겨울이다.
국회는 12일째 파행사태를 이어갔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이날 만났지만 국회정상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새해 예산, 개혁입법 등 산적한 현안이 있음에도 국회는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무책임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국회의사당이 한 눈에 들어오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시민사회단체들의 천막 농성장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줄지어 늘어선 천막 농성장은 국회 앞을 ‘개혁입법’의 거리로 만들었다. ‘개혁입법’ 거리는 대학가 축제현장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각종 조형물과 게시물로 장식돼 있다. ‘개혁입법’ 거리의 입구에는 ‘퇴장! 국가보안법’이라는 아치형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거리에는 국보법 폐지뿐만 아니라 언론개혁 입법, 사립학교법 개정, 장애인 이동권·교육권 확보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개혁입법’ 거리의 첫 번째 손님은 지난달 17일 농성장을 마련한 교육단체들이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교육단체들은 사학법 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20일 이상 이어가고 있다.
8일은 전교조의 지역 지부장들이 농성장을 지켰다.
이날 오후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는 장명재(52)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수구세력의 반발이 심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의지만 있다면 사학법을 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농성은 여러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한국청년단체협의회’는 감옥을 형상화한 조형물에서 국보법 완전폐지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을 7일째 이어갔다.
한총련도 이적규정 철회와 국보법 완전 폐지를 위한 농성에 동참했다.
민주노동당도 국보법 폐지 농성장을 마련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후 ‘개혁입법’ 거리의 한편에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국보법 농성장 앞에는 ‘국가보안법과 함께 퇴장하자’라는 내용의 입간판도 설치됐다. 입간판에는 조선일보, 한나라당, 박정희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을 퇴장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보법 폐지 농성 참가자들은 낮에는 국회 주변을 돌며 선전전을 벌이고 밤에는 ‘촛불집회’로 마무리되는 농성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보법 폐지 농성장 옆에는 장애인 이동보장 법률제정과 장애인 교육예산 확보를 위한 농성장이 마련돼 있다.
박경석 농성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6일부터 14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신석준 사회당 대표 등 4명도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도경만(34) 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은 “정치인들은 선거 때는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장애인단체 농성단은 외롭지 않다.
시민단체 관계자, 대학생, 여야 의원 등 각계의 지지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입법’ 거리에 마지막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단체는 언론개혁국민행동이다.
국민행동은 ‘언론개혁 3대 입법 제·개정 쟁취 철야 농성단’이라는 이름으로 8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전국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농성에 동참했다.
김영호(60) 국민행동 상임대표는 “언론개혁 등 개혁법안이 산적해 있는데 정치권은 꿈적도 안한다”며 “군사독재가 이어지면서 누적된 사회모순들을 민중의 함성으로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입법’ 거리는 농성 참가단체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농성단체들은 농성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지난 3일 미국 대선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을 당시에는 경찰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철거를 당한 단체들은 농성장을 다시 마련했고 농성단체들은 오히려 늘어났다.
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염원은 힘으로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개혁입법’ 거리의 농성단체들은 오늘도 국회의사당을 향해 “개혁입법, 민중이 해낸다”는 ‘무언의 함성’을 보내고 있다.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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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