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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펌]이돈명 변호사가 말하는 '국보법 폐지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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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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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무죄로 국보법 모순 드러나
김 추기경의 '시기상조' 발언은 유감"
[원로 인터뷰 ⑤] 이돈명 변호사가 말하는 '국보법 폐지 이유'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 이돈명 변호사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 나라의 정보기관원들이 국보법으로 건수 올려야 먹고산다고 토로했어요. 국정원 직원들이 국보법으로 입건해서 기소되면 수당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러니 국보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기막힌 현실이 또 있습니까? 한나라당의 정치목표도 백성들의 복리증진일텐데, 거기에 국보법이 걸림돌인 이유를 알지 못하겠어요?"
독재치하에서 30여년간 인권변론을 맡아온 이돈명(78)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에 쐐기를 박았다. 이 변호사는 지난 30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승만 정부 때 생긴 국보법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출발했다"며 "그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철저하게 정권유지를 위해 이 법을 확대 해석해 계속 써먹었다"고 비판했다.
송두율 교수 변호인단에 속했던 이 변호사는 "송 교수 사건으로 국보법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2심 재판부의 판결은 매우 감동적이었으나 아직도 남아있는 국보법의 찌꺼기를 없애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한나라당의 행보는 정권투쟁적 싸움이지, 국보법 피해를 당했거나 적용사례를 꼼꼼히 따져본 게 아니다"라며 "조금만 꼼꼼히 국보법이 적용된 실례를 따져본다면 국보법을 수호하자고 주장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김수환 추기경의 국보법 폐지 시기상조 발언'과 관련해 "법률가가 아니라서 제도에 대한 의심이 덜 해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해가 안된다"며 "과거에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면서 인권옹호에 앞장섰는데, 사람이 늙으면 지성이 쇠약해지고 정상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운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30일 서울 역삼동의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내내 이 변호사는 국보법의 완전폐지 입장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부영을 숨겨준 죄
-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송두율 교수 변호인단에도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한국에서 마지막 국보법 사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송 교수 사건은 옛날 식으로 생각하면 정말 정통으로 국보법에 걸린 사건입니다. 그러나 송 교수 사건을 통해 국보법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요. 정통으로 국보법을 적용해야 할 사건인 만큼 국보법이 가진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난 거예요.
국보법은 민족통일과 발전의 정반대 위치에 놓여있는 법률체계잖아요. 송 교수 2심 재판은 나도 정말 감격했고 놀랐어요. 일부 유죄를 빼고는 학술토론회 같은 것은 전부 무죄였으니까.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보법의 찌꺼기가 남아 있어요. 그 찌꺼기를 마지막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이 구체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표출돼야겠지요."
- 그동안 국보법을 둘러싸고 완전폐지, 형법보완, 대체입법 등 많은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원로 법조인으로서 판단할 때, 국보법을 어떻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보법은 매우 정치적인 법입니다. 6·25 사변을 계기로 당시 우리 나라를 침범하려는 북한정권을 적대시하기 위해 유지시킨 법이에요. 조문을 하나씩 놓고 보면 국보법이 없더라도 정부보호와 국군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이승만 정부 때 생긴 국보법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출발했습니다. 그후 박정희 대통령은 철저하게 정권유지를 위해 이 법을 확대 해석해 써먹었어요. 전두환, 노태우까지 계속 써먹은 거예요. 그러나 최근 국보법 적용 건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요.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설사 북한이 무력을 가지고 남한에 쳐내려온다고 할 때, 국보법이 없으면 북한을 못 막나요? 국보법이 없으면 남북간에 싸울 수 없냐 이 말이지. 전혀 별개의 문제를 연결짓고 있어요. 국보법은 당연히 완전 폐지돼야 합니다. 있을 필요가 없어요."
- 86년 10월말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안기부에 연행됐다가 구속돼 8개월간 수감생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국보법 피해자 중 한 사람이네요.
"심지어 나 같은 사람, 박정희 정권·군사독재 정권을 비난하고 일선에서 싸우는 사람한테 국보법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어요. 내가 당한 것은 새 발의 피지요. 그건 아무 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몇 배 더 심하게 당한 사람들이 많아요. 86년 수배중인 이부영(열린우리당 의장)씨를 숨겨줬다는 이유로 구속됐는데, 그럼 이부영씨를 숨겨준 죄로 다스리면 될 것을 왜 국보법으로 다스려요. 왜 국보법을 적용하느냐 이거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부당한 정권을 선으로 유지할 수 없는 박정희가 악으로라도 정권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국보법을 마구잡이로 써먹은 것밖에는 안돼요. 조금만 정부의 비위에 거슬리면 모조리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했으니까. 지금 젊은 사람들은 그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를 거예요. 정말 끔찍한 세월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모두 국보법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해먹었죠. 이쯤 되면 국보법이 폐지돼야 하는지 존속돼야 하는지 저절로 판가름 나지요."
"국보법 폐지 결사반대는 정치적 술수"
- 한나라당이 당운을 걸고 국보법 폐지를 막겠다고 나섰습니다. 왜 한나라당이 국보법을 이토록 사수하겠다고 나선다고 보십니까.
"한나라당의 행보는 정권투쟁적 싸움이지, 국보법 피해를 당했거나 적용사례를 꼼꼼히 따져본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죠. 한나라당도 구체적으로 국보법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실례를 꼼꼼히 따져본다면 국보법을 수호하자고 주장할 리 없어요.
광화문에서 국보법 사수결의대회를 여는 늙은이들 가운데는 (독재정권) 당시 사람들이 국보법으로 어떻게 피해를 당했는지 알지 못할 거예요. 국보법에 걸려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이 없으니 그 고통을 이해할 리 없지요. 그들은 국보법이 얼마나 끔찍한 법인지 모릅니다. 나는 그 점을 확신할 수 있어요."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 국보법 폐지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예전에 지학순 주교 변론하던 변호사도 어느 순간에 확∼ 돌아버렸어요. 하여간 보수집회에 간여한 사람은 실제 국보법에 적용돼 피해당한 일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보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결사적으로 폐지를 반대하느냐, 그게 바로 정치적 술수다 이겁니다.
국보법을 왜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 이거예요. 한나라당도 분명히 선량한 민중을 보호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게 정치목표임에는 틀림없을텐데 말입니다. 한나라당이 그러니까 보수정객들도 덩달아 그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내가 한나라당의 속셈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 말고는 달리 그들의 행동의 정당성을 발견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 않아요?"
- 개인적으로도 국보법으로 고초를 당하셨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습니까.
"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국보법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제가 청중들을 향해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연명으로 3년간 국보법 위반혐의로 검거돼 조사할 경우 국보법을 적용하지 말고 다른 죄명으로 처벌해달라고 대통령께 건의를 하자고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대통령이 검찰에 지시하면 그 지시가 합법적으로 먹힐 때니까.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지만.(웃음) 국보법 적용 안했더니 정말 나라가 위태로운지 아닌지 판단해서 국보법으로 처벌하지 않아도 아무런 일이 없으면 되는 것 아니냐, 일종의 실험을 해보자고 나섰지요.
그리고 나서 사무실에 왔는데 국정원이라면서 전화가 왔어요. 토론회에서 내가 한 얘기를 듣고 저희들끼리 회의를 했다는 거야. 만일 그렇게 되면 자기들은 밥을 굶는다, 먹고 살 길이 없다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랬더니 국정원 직원들이 국보법으로 입건해서 기소되면 수당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러니 국보법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내가 이것을 말 안 할 수 있겠어요? 이것이 국보법의 현실입니다. 사리에 안맞는 거죠. 그러니까 한 나라의 정보기관원들이 국보법으로 건수를 올려야 먹고사는 거야. 국보법이 그렇게 타락해버린 거야. 심각한 거죠. 일반 법률도 10년 20년이 지나 계속 적용의 문제가 있으면 다 폐지해버립니다. 소용도 없는 법을 놔둬서 국민생활을 규율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도 국보법은 폐지돼야 마땅합니다."
"한나라당이여, 당신들이 정치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 최근 여당은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과거사청산을 올해 처리하는 대신 국보법 처리를 미루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왜 여당이 이런 태도를 취한다고 보십니까.
"내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정치적인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정치를 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나오니까 뭔가 순조로운 방식으로 법을 통과시켜보려는 고충 어린 뜻이지, 국보법 폐지가 되면 나라가 흔들린다, 치안이 위태로워진다 이런 생각은 아닐 거예요.
나는 오히려 보수정객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위시한 당내 보수색 짙은 분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어요. 자기들이 뭣 때문에 정치를 하는가 생각해보라고 말입니다.
백성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식의주를 안정시키려고 정치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 하는데 국보법이 뭐가 걸림돌이 되는가. 한번만 고개를 뒤로 돌리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봐요.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기본 속성은 정치적인 것이지, 결코 법률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확신이 들어요. 그렇지 않다면, 실례되는 표현일 지 모르나, 돈키호테지 어떻게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 86년 65세의 나이로 구속돼 8개월간 수감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수배자 이부영(열린우리당 의장)씨를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잡혀갔습니다. 실제로는 지금 국정원장인 고영구씨 집에 숨어 있었어요. 고영구씨의 어머니가 숨겨주고 계셨는데, 원래 숨은 사람보다 숨겨준 사람의 가슴이 더 벌렁벌렁 대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그때 그 어머니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일의 사태가 생기면 내가 숨겨준 것으로 하자, 그랬던 거예요. 가장 무섭다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서 조사를 받는데, 도대체 우리집 어디 있었다고 하지? 생각이 안 나더군요. 그때 거짓말하는 고통도 대단한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 어처구니없는 희극 사건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국보법 위반자인 이부영을 숨겨줬으니까 너도 국보법 위반자다, 이런 거예요. 말도 안되는 거지요. 그런데도 국보법은 적용이 되는 거예요. 국보법을 이렇게 확대해석해서 적용한 예가 많지요. 이런 것은 극히 일부고, 말할 것도 없어요."
"기존 사회발전에 저해되는 법률은 폐지돼야 마땅"
- 최근 정치권에서는 남북교류협력법, 남북발전기본법 등의 남북간 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보법은 이와 완전히 상충되는 내용이지요. 이런 법적 모순은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남북교류협력법 등이 마련된다는 것은 정치사회제도가 그만큼 전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묵은 제도는 새 제도와 충돌할 수밖에 없어요. 무엇이 앞으로 발전하는 방향인가, 먼저 그 부분을 생각해야 하고, 기존 사회발전에 저해되는 법률은 폐지돼야 마땅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악영향을 주는 법은 제거하는 게 당연한 논리적 귀결입니다."
- 최근 우리 사회 원로들이 국보법을 둘러싼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과거에는 인권보호를 위해 앞장섰던 분인데, 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잘 모르겠어요. 좀 이해가 안가요. 신문에 나온 게 사실일까 하면서도 전혀 근거 없는 얘기를 할 리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고, 국보법으로 피해 받은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요. 법률가가 아니라서 제도에 대한 의심이 덜 해 그런지 모르겠으나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내가 인터뷰를 자제하려는 이유도 이런 건데, 사람이 늙으면 지성이 쇠약해지고 정상적인 발언을 못하는 모양이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 마지막으로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보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 열린우리당이 정국을 개척해나간다는 차원에서 한 템포 늦춘다거나 하는 등의 판단은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정치집단을 설득해서, 그들에게 국보법이 폐지돼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설득해가는 방향으로 정치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런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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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