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중앙실천단. 청원운동 목표인 100만명 서명을 달성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이들은 실천단 활동이 널리 알려져 청원운동이 전국적으로 불붙길 기대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던 9일 낮 12시 명동 국민은행 앞 실천에는 9명이 참가했다. 가판을 설치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의 당위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선전물들이 하나 둘 설치했다. 각계 인사.유명 연예인들의 의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방북사진 등도 거리에 세워졌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서명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올해 64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기석는 "우리도 국제무대에서 노벨문학상 받을 만한 수준인데 국가보안법 때문에 그것도 어렵다"며 국가보안법이 작가들의 창작의 자유마저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관계를 위해서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은 없어져야한다"고 밝히고 최근 보수단체들의 조직적 움직임에 대해 "그것이야 말로 국론분열 행위"이고 "대통령이 한번 되어 보겠다는 꿈을 꾸는자들의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면 사회 민주화는 앞당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노현주(30세)씨는 "잘은 모르지만 국가보안법은 70년대 이후 군사정권하에서 민주화를 가로막고 억압해 왔던 법으로 알고 있다"며 "주위에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만 올해안에 폐지될 지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던 여중생들이 대거 서명에 참가하기도 했다. 창원여중에 다닌다고 밝힌 한 여학생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악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명에 참가했다.
주말 실천단에는 대학생들의 참가가 많았다. 주말을 이용해 실천단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는 신엘라(카톨릭대 3학년)씨는 국가보안법 존폐를 두고 입장은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어 한사람씩 만나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한창 국보법 존폐논란이 일고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민주노동당에서 함께 진행하는 실천이 있어 참가하게 되었다"며 주중에는 학내 민주노동당 학생당원들과 함께 청원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두시간 가량 명동에서의 실천을 마친 이들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 종로2가 '젊음의 거리'로 자리를 옮겨 청원운동을 계속 이어갔다.
명동에 비해 젊은층의 왕래가 많은 종로에서는 청원운동이 더욱 활기를 띠었다. 오후에는 대학생 10여명이 참가해 실천단은 20여명으로 불어났고 두팀으로 나누어 보신각앞에서도 청원운동을 벌일 수 있었다.
일 오후부터 실천단에 결합했다는 김 식(경기대 01학번)씨는 학교밖의 여론을 파악하고 실천단 활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실천단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직 학내여론 형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하는 김 식씨는 "보수단체들의 '발악'이 우려되고 그런 점에서 분발하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며 "서명하는 층도 초반에는 폐지냐 개정이냐로 갈렸던 반면 지금은 폐지 입장을 가진 분들만 서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천단에서 문예를 담당하고 있는 조희정(27세. 민주노동당 구로지구당)씨는 23일까지 5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뛰고 있다며 기필코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초반에는 그날 하루의 목표를 다 못채운 경우가 있었는데 남은 기간동안 초과달성할 겁니다.
나이드신 분들 중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시는 분들이 많고 의견도 적극적인 경우가 있지만 국가보안법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그 이미지만 갖고 폐지에 반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실천단이 이 국면을 뚫고 나가자고 시작했고 우리가 먼저 모범을 만들어 가야죠. 우리의 활동을 보고 기층에서, 각 단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활발해 지길 바랍니다"
조희정씨는 국가보안법 폐지의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지역민들에게 다가가고 알려낼 수 있는 과정들이 만들지길 바랬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되는 이들은 지금 거리로 나가보면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천단은 토요일인 9일 오후, 서울 명동과 종로 그리고 한나라당 규탄집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 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이달 23일 열리는 국가보안법폐지 국민문화제를 알리고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실천단은 매일 오전 9시 영등포에 위치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사무실에 모여 조회를 마치고 활동을 시작한다. 이날 첫 코스는 서울 명동거리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