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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펌]'보안법 없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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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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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없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국보연대, 전국순례 후 광화문 촛불행사 개최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2005-02-04 오후 9:48:24
▶4일 저녁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촛불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지난 1월 24일부터 시작돼 27일 광주. 전남, 28일 울산. 진주, 31일 부산. 제주, 2월 1일 충남 천안, 2월 3일 경기도 수원 지역 등 전국을 돌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알리는 촛불한마당 행사가 4일 드디어 서울에 입성했다.
오후 7시 20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국보연대, 공동대표 오종렬 등) 주최의 '국가보안법 폐지와 수구청산을 위한 촛불한마당' 행사가 200여명의 시민, 학생,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해 '색깔론'을 조롱하고 보안법 폐지의 정당성을 알리는 전시회가 열렸으며,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정계 은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찬반을 가리는 '스티커' 설문조사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딸을 품에 안고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 윤기진 의장 부인 황선
대변인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 중앙실천단원들은 가슴에 '2월 20일 모이자! 서울역으로'를 새긴 '몸자보'를 두른 뒤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국보연대 관계자는 보안법 폐지의 정당성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서울역에서 범국민대회를 시작해 광화문까지 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윤기진 의장 부인 통일연대 황선 대변인은 남편에게 보내는 가슴 절절한 편지글을 낭독했다. 윤기진 의장은 1999년 한총련 의장으로 올해로 7년째 장기 수배생활을 맞이하고 있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6개월 된 딸 '민'을 안고 있던 황선 대변인은 "현 시점에서 보안법의 가장 큰 피해자는 보안법 때문에 엄마, 아빠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딸 아이"라며 참가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국보연대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지난 12일간의 보안법 폐지 릴레이 전국순례단 보고를 통해, 국가보안법의 상징적 거점인 서울 투쟁을 선포했다. 국보연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4일부터 여의도 천막농성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중앙실천단'이 초롱불을 들고 비옷을 입은채로 재미난 대국민
홍보전을 소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후 '국가보안법완전폐지'를 초롱불에 새기며 무대에 들어서 '중앙실천단'의 투쟁 보고가 이어졌다. 한 실천단원은 "지난 해 20일 동안 식음을 전폐한 국민 단식농성단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아 조선일보 사옥에 보안법 폐지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플랭카드를 걸겠다"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중앙실천단은 현재 30여명이 상시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 개조로 나누어 매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유인물 배포, 지하철 대국민홍보활동, 사이버 실천,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로 등지에서 홍보 활동을 벌인 뒤 매일 저녁 7시 광화문에서 촛불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월 26일부터 중앙실천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산 '통일을여는사람들' 북부산지부 신영주 사무국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의 처리여부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많으며, 예전과 달리 실천단 활동들을 격려. 지지해 주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행사 중간 정형근 의원에게 고문을 받았다는 심진구씨는 당시 정황을 자세히 증언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게 고문을 받았다는 심진구씨(부산, 46세). 심 씨는 19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세계인권선언일(12월 10일)에 국가안전기획부에 연행된 바 있으며, 현재 '정형근 심판 모임'을 결성 중이다.
심진구씨는 정형근 의원의 지시로 자신을 고문했던 조사관들의 몽타쥬를 무대에 게시하고, 조사관 하나 하나를 가리키며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온몸을 몽둥이로 때리던 잔인한 고문 수법을 정확히 증언했다. 가령 실장이라 불렸던 사람을 지적하며 "운동 이론에 밝은 사람", 계장이라 불렸던 사람은 "몽둥이로 고문을 잘하는 기술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진구씨는 날조된 조서에 지장을 찍으려 할 때, "파이프 담배를 문 정형근 의원을 만났기 때문에 정형근 의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며 "정형근이 부하들에게 고문을 지시하지 않았다면 나를 고발하라"고 말한 뒤, 정형근 의원의 공직사퇴와 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날 행사의 말미는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이 장식했으며, 참가자들은 '우리나라'의 선창에 따라 시민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함성을 지른 뒤 율동을 따라 하며 추위로 굳은 몸을 풀었다.
한편, 국보연대는 5일 오후 3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귀향 홍보활동을 펼칠 방침이며, 12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통일연대 황선 대변인의 편지글
민이 아빠,
이제 며칠 후면 우리 민이가 태어나서 처음 설날을 맞아요. 아이가 얼마 전엔 이가 처음으로 나더니만, 요즘은 무엇이든 잘근잘근 씹어대곤 합니다. 아이 잇몸에 뾰족하니 고개 내민 흰 치아를 당신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요. 아니 우연히 전화연결이라도 되면 소식이라도 알리려고 아이의 재롱이 늘어갈수록 당신 전화를 기다리는 맘은 유난해집니다.
이제 이 겨울로 당신의 수배생활이 만 7년째로 접어듭니다. 20대 초반에 시작된 수배가 이제 30대로 들어선 나이가 되었음에도 풀리지 않고 있다니 새삼 세월을 돌아보니 아까운 생각, 억울한 생각... 늘 의연한 듯 보이는 그대지만 없기야 할라구요.
얼마 전 김양무 열사 추모문화제 때, 모처럼 있는 대규모 학내행사라 아이와 아빠를 상봉시켜 줄 수 있겠구나 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아이를 데려가지 못했지요. 잘했다고 하면서도 왠지 쓸쓸해 보이는 얼굴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요즘 민이는 제가 출근을 한 후엔 할머니와 낮 시간을 보내는데 어머님께서 우리 결혼사진을 걸어두고 '엄마, 아빠' 소리가 나면 그 사진을 알아서 쳐다봅니다. 그래요. 아주 오랜만에 만나도 낯가림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어머님도 그런 불상사를 막으려고 아이에게 그렇게 열심히 당신 사진을 보여주시는 거겠지요.
이제 또 긴 연휴가 시작됩니다. 사실 이런 명절이 돌아오면 수배자나 수배자 가족들, 양심수 같은 사람들은 더 고달파지지 않을 수 없지요. 아버님께서 당신이 수배된 후 6년간 차례 때마다 절을 올리며 우셨다고 했습니다.
지난 추석 나와 우리 민이가 처음으로 함께 한 덕에 차례를 눈물 없이 보내셨는데 차례 후에 식사와 반주를 드시다가 결국 또 통곡을 하셨습니다. 또 설을 앞두고, 외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질 부모님을 어떻게 뵐까 걱정이 앞섭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도 국가보안법이라는 것 때문에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하겠지요. 하지만 얼마 전에도 2001년 9기 한총련 의장을 했던 젊은이가 병자의 몸으로 연행이 되었고, 전국에는 60여명의 국가보안법 수배자가 지금 이 순간도 정의감을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모두를 의심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국보법 피해자는 소수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그래서 괜찮다는 겁니까 소수만이 억울하면 그런 것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던 시대에서 이만큼 온 것도 당신들이 소수라고 치부하는 그 사람들의 안간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할 말 하는 세상, 정권에게도 눈치 안보며 막말할 수 있는 세상은 그간 국가보안법과 '맞짱 떠온' 피해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수가 문제다'라는 매정한 말, 비민주적인 말, 그런 말씀을 더는 말아 주십시오' 이렇게 따지고 싶은 말들이 많습니다.
지난 연말 드디어 보안법이 철폐되고 우리 가족은 따뜻한 집에서 소박한 밥상을 차려 먹고, 아이의 재롱도 보고, '기형적인 가족'이어서 다하지 못했던 사랑은, 싸움은 이제 남들처럼 지겹게 하겠구나 기대가 컸었는데, 7년을 떠도는 당신의 떨림이 평범했을 리 없지요.
지난 연말에 좌절됐던 보안법 철폐의 꿈이 이 2월엔 현실이 되어 봄을 봄답게 맞을 수 있었으면 바랄 뿐입니다. 민이에게 보안법 때문에 다하지 못하는 아빠의 사랑을 오는 봄엔 햇살처럼 베풀 수 있기를.
당신 건강하세요.
오래 용케도 싸워 오셨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서 견디고 이겨냅시다.
늘 함께 하겠습니다.
200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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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