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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펌]국회여, 빨리 천막을 거두게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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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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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여, 빨리 천막을 거두게 하라
[현장] 개혁입법 위한 여의도 천막농성장을 찾아가다
구영식/이민정(ysku) 기자
현재 국회 앞에는 집단적인 천막촌이 형성되어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 등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각 시민·사회단체에서 설치한 농성장이다. 물론 이전에도 여의도에는 여러 부류의 농성장이 차려지긴 했지만 이렇게 집단적으로 농성천막촌이 형성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23일 오후 4대 개혁입법 농성장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과거사 청산 농성장] "빨리 불 끄집어내 타는 가슴 어루만져줘야"
▲ 군에서 자식을 잃어 버린 부모들이 국회앞 비닐천막 안에 모여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3일로 천막농성 22일째인 '과거사 청산' 농성장은 과거 한나라당 당사 옆에 둥지를 틀었다. 기자가 농성장 안에 들어가자 하루 일정이 빼곡이 적힌 보드판이 눈에 들어왔다.
'6:30 기상. 7:00-18:00 1인 시위. 7:30 아침식사. 10:00 투쟁상황 조회. 11:30-13:00 국회 주변 자전거시위 및 국회 방문, 오전 선전전. 12:00-13:00 점심식사. 13:00-18:00 오후 선전전. 18:00 투쟁상황 조회. 19:00 저녁 식사. 21:00 농성장 정리. 22:00 취침.'
농성장에서 허영춘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대책위 위원장과 윤옥순 군·경의문사 진상규명과 폭력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군에서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들을 잃었다. 그런 사연 때문인지 천막 안에는 군인용 침낭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막기 위해 농성천막 전체를 현수막으로 둘렀다. 농성자들의 신발이 모여있는 곳이 농성천막의 출입구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들은 군의문사 진상규명과 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려 422일 동안 여의도 천막농성을 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천막농성이라면 이력이 붙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요즘 이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국회에 상정된 과거청산법에 군의문사 문제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허영춘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이 군의문사를 제외한 것은 우리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윤옥순 회장도 "내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이 죽었으니 그 진실을 밝혀 달라는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우리가 돈 때문에 그런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자식의 죽음을 담보로 돈을 요구하겠냐"고 토로했다.
"우리는 군의문사가 포함된 과거청산법이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할 것이다. 물러날래야 물러날 데도 없다. 20여명의 장병이 냉동실에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따뜻한 방에 있을 수 있겠나."
또한 허 위원장은 "과태료 부과도 벌금으로 해야 한다"며 "그래야 처벌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회를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빨리 불을 끄집어 내고 타는 가슴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 당리당략에 따라 싸움하고 있으면 안된다. 빨리 천막을 거둘 수 있게 해달라. 엄동설한에 사람 죽은 경우가 생기지 않게 말이다."
윤 회장도 "입법은 국회에서 하지만 모든 심판은 국민이 한다"며 "국민의 엄한 심판을 받기 전에 군의문사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도중 농성장에 들어선 강민조(경경대 열사 부친) 유가협 의장도 "군인은 우리나라 사람 아니냐"라며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는 이제 안통한다"고 거들었다.
정말 추워지기 전에 국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농성장을 떠난 뒤 기자의 귓가엔 허 위원장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의원들은 제발 놀지 말고 할 일 좀 하라."
▲ '국가보안법 폐지'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 ''노동법 개악 반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등을 주장하는 10여개의 농성천막이 쳐진 국회앞 거리.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보법 폐지 농성장] "국보법은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
▲ 23일 저녁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농성천막에 젊은 실무자들이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가보안법 폐지 천막농성장은 국회 앞 14개 농성장 중에서 농성자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다. 이곳에서는 비전향 장기수로 44년간 감옥살이를 한 안학섭(75)씨를 비롯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회원 10여명이 22일째 차가운 천막을 지켜오고 있었다.
농성장에서 만난 이종린 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은 "통일운동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악법이 국보법"이라며 "대한민국 헌법 국토조항에 '대한민국은 한반도 도서'라고 분명 표기돼 있는데 국보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불법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분노했다.
이 명예의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범민련 등 재야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고 2004년 탄핵됐을 때도 촛불시위에 참가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현 정권을 지지했는데 국보법 하나 폐지하지 못하다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의장은 "범민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받아 민경우 통일연대 사무처장 등 관계자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의장 역시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로 소환장을 3번 받았음에도 재판 출두를 거부하고 있다.
이 의장은 "내 발로 재판장에 나서는 것은 모순된 국보법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며 "문화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국보법 같은 야만법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학섭씨도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과연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밥을 먹는 사람일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보법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무서운 법이다. 나는 애국자는 아니지만 내 양심에 비춰볼 때 국보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보법을 폐지해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자."
안씨는 특히 여당의 '속도조절론'에 대해 "국보법 논의를 이대로 끝내고 경제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언제가 국보법 존폐 논쟁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란 말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뷰]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회원 김광범·송현석씨
▲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국회앞 모형감목에 들어앉은 송현석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왼쪽, 단식 20여일째)과 김광범 안양사랑청년회 회원.
국회 앞 천막 농성장에는 교도소 독방 2개가 출장 나와 있다. 한 곳은 나무기둥에 투명 비닐을 덧대어 만든 공개된 감방이고 다른 한 곳은 철문으로 꼭 닫혀 진짜 교도소의 독방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감옥체험을 통해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는 사람은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소속 회원인 김광범씨와 송현석씨다.
11월의 찬 바람을 비닐 한 겹으로 막고 앉은 김광범(28)씨. 김씨는 안양사랑청년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한청이 공안당국에 의해 이적단체로 낙인 찍히면서 국보법 폐지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김씨는 "올해 초부터 국보법 폐지 논의가 있었지만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지 않기에 행동으로 나섰다"며 "국보법 폐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세상은 감옥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자진 투옥(?)의 배경을 밝혔다.
김씨는 "한청은 결성 이후 노점상 상인이나 철거민들과 연대해 생존권 투쟁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요주의 단체로 지목됐고, 한 집회에서 '자주민족통일'을 언급했다가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국보법이 폐지되면 사회혼란이 야기된다고 말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국보법"이라며 "사람의 머리와 생각을 규제하는 국보법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의 옆방에서는 송현석 한청 정책위원장이 오늘(24일)로 단식 23일째를 맞고 있었다. 송 위원장은 "남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첫 단추는 국보법 폐지"라며 "남북 긴장관계가 풀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적어도 올 1월에는 국보법이 없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수배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누를 많이 끼쳤다"며 "국보법 폐지 여부는 이제 자존심의 문제"라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지금도 국보법으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선배들이 많다"며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23일 저녁 10시경 농성천막마다 불이 켜진 가운데 낮 시간을 거리 집회와 홍보전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농성자들이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학국본 농성장] "사립학교법 개정은 국보법 폐지보다 더 실속 있어"
▲ '사립학교법 개정 및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10월 17일부터 국회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수백억 횡령해도 무죄.
각종 부정부패·비리 저질러도 2년이 지나면 다시 학교로.
처는 이사, 아들은 학장, 딸·며느리는 교수.'
전교조 등 총 44개 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정 및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 농성장 앞에는 이런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학국본은 지난 10월 17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해 23일로 38일째를 맞고 있었다. 사학국본이 내놓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핵심은 ▲법인과 학교운영의 분리 ▲이사회 3분의 1 공익이사 참여 제도화 ▲학교장에 교직원 임면권 부여 ▲학교운영위의 심의기구화 ▲계고기간 삭제 ▲부패·비리 연루 10년간 복직 금지 등이다.
농성장에서 만난 유재수 전교조 사립위원회 사무국장은 "한나라당 사학법의 핵심은 평준화 깨기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에 있다"며 4대 개혁입법 통과 결사저지를 선언한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이어 유 국장은 "사립학교법은 타협할 수 있는 법이 아니다"라며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부패와 비리를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과의 타협은 부패·비리와 타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개혁요구가 본질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여론조사에서도 70% 이상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 여론이 그런 상태인데 열린우리당이 수구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옆에 있던 정은교 전교조 편집실장도 유 국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정 실장은 "열린우리당이 과거처럼 소수여당이 아니라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인데 한나라당과 타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 실장은 이어 "국보법 폐지보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더 실속이 있다"며 "사실 국보법은 예전이 이미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법은 있더라도 과거처럼 무조건 때려잡을 수 없지만 사립학교법은 개정되면 사학재단 운영의 투명성 등을 바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무수한 사학비리가 터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이 온전하게 개정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유 국장과 정 실장은 모두 사학재단과 교육관료, 정치권의 검은 공생관계에 있다고 답했다.
즉 교육관료들은 퇴임하면 사립학교에서 자리 하나 만들어주고 사학재단과 관련있는 정치인들은 사립학교법 개악을 주도하면서 사학재단을 비호해주고 있다는 것.
사학국본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사학기득권'이 부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사학-교육부-정치권의 유착관계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날 천막농성은 교수노조에서 맡았다. 사학재단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학국본의 투쟁은 긴 겨울밤에도 천막불빛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 어둠이 내린 여의도는 지나가는 행인들도 뜸해져서 스산하기까지 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언론개혁 농성장] "시장점유률 반드시 완화시켜야"
▲ 23일 오후 언론개혁국민행동 농성천막에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3일 오후 4시께, 국회 앞 언론개혁국민행동(국민행동)의 농성장.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 공동대표를 포함한 농성단 10여명은 언론개혁을 주장하며 이날도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현재 국민행동은 ▲사주의 소유집중 분산 ▲시장점유율 상한선 강화 ▲편집권 독립 법제화 ▲신문유통공사 설립 등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농성단을 이끌고 있는 김영호 대표는 "현재 소유주의 지분 제한이 30%에 그치고 있다. 이를 15%로 끌어내려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입법안에는 (소유지분 제한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국민행동은 자료집에서도 "한국 신문시장을 불법이 판치는 독과점시장으로 전락시키고 기사의 신뢰도마저 추락시킨 장본인은 족벌신문 사주들"이라며 "시장 파괴의 근본원인인 족벌 사주의 지분 분산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대신 족벌사주의 전횡의 결과물인 편집권 유린과 독과점만 고치겠다는 발상은 단기 처방일 뿐"이라고 여당 입법안의 허점을 지적했다.
국민행동은 "한국 신문시장의 왜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1인 사주의 전횡으로부터 비롯됐다"며 "사주의 전횡을 용인한 채 그 결과물인 독과점과 불법 판촉, 편집권 유린을 막으려 하는 것은 대문을 열어 두고 쪽문을 지키겠다는 어이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국민행동은 "1974년 동아투위 이후 족벌신문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유린당한 채 거리로 쫓겨난 언론인이 70년대 과거사가 아니다"며 "편집 자율권을 법으로 명시한다 해도 사주의 지분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주와 충돌한 언론인은 앞으로도 계속 쫓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대표는 시장점유율 완화와 관련 "신문사 3개의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2002년에는 무려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며 "1개 언론사 점유율은 30% 이하로, 3사의 경우 6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정거래법 상에도 3개사의 점유율이 75%가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적발했을 때에는 규제를 가한다"며 "현재 신문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경품과 무가지 대량살포 등으로 점유율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문·방송 겸업 허용안에 대해 "겸업의 허용은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겸업 금지에 대해 뜻을 같이 하는 여당의 실행력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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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