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 6일차 - 12.11(토)
- 이야기 하나
매일 숙변에 실려 나오는 몸 안의 노폐물처럼 내 안의 모든 잡념들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내 평생 이렇게 절절하게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투쟁했던 적이 있었던가.
권낙기 선생님 말씀처럼, 세월이 흘러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시절이
바로 행복이라면 조국과 민족, 동지에게 발목잡혀 이곳에서 꿈쩍할 수 없는
바로 이 시간이 진정한 행복의 순간인 것 같다.
비록 입술이 부루트고 가끔 어지럽긴 해도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단식 투쟁중이다.
- 이야기 둘
엄마에게 이번주도 집에 안오냐는 전화가 왔다. 바빠서 못 간다고 하니 다음주에는
꼭 오라는 당부를 하신다. 어거지로 알았다고 대답을 하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울 어머니 전화할 때마다 빼 놓지 않는 질문을 하신다.
"그래 밥은 잘 먹고 사냐?"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뭔가가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아무일 없는듯 "그럼" 대답을 하며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엄마, 나중에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지금은 조금 못 먹고 있어요.
그래도 역사의 현장에 있는 이 딸이 자랑스럽죠?"
* 단식7일차 - 12.12(일)
단식 7일차을 맞이하여 전국에서 올라온 동지들의 문예기량을 뽐내는 단합대회를 가졌다.
다들 투쟁만 잘 하는줄 알았더니 어찌나 재기발랄하던지 힘 빠진다고 박수를 조금만
치고 싶었는데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서 그냥 힘을 빼고야 말았다.
19개조 모두 다른 내용으로 진행된 조별 발표.
이 사람들이 7일이나 굶은 사람들이 맞나 싶게 격렬한(?) 율동을 비롯해
차력쇼까지 너무 열정적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지에 대한 사랑과
투쟁에 대한 신념과 의지라는 식상한 답밖에 찾을 수 없었다.
함께 있어 즐겁고 행복한 우리들, 그래서 우리는 동지다.
아, 아침부터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며 부산을 떨었던 우리 서울지역의 카드색션도
중간에 틀리지만 않았어도 상을 탈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긴 해도 장기수 선생님들과 함께 어깨걸고 부른
'심장에 남는 사람'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숨쉬고 있다.
국가보안법 끝장 국민단식단
신자유주의를 넘어 자주통일의 시대로 가는
서울노동광장 사무국장 신정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