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죽느냐, 내가 죽느냐! "


사무국    [시/김국래] 여의도 장수매 2004/12/13
12월 13일 오후 2시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국민단식농성단(560인) 확대' 기자회견 중
발표된 '결의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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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장수매

김국래(인천연합 집행위원장)

아참, 여기가 농성장이지...
초겨울 농성장으로 찾아 온 추위에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얼핏 든 잠
단꿈에 빠져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는데
먼저 일어난 동지들의 목소리가 침낭속으로 파고든다.

큰 짐 지고 나선 길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자꾸 자꾸 눈에 밟히는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다는 말을 실감나게 만드는
다섯 살 배기 딸래미
병든 노부모
끝끝내 이 길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머릿속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아
밤마다 뒤엉키는 두고온 일상들
그러다 눈뜨면 벌써 며칠째 반복하는 말
아 내가 지금 싸우러 온거지...

여기 저기에서 쿨럭이는 기침소리
새벽마다 꺼지는 난로 덕에
모두들 새벽 단 잠을 설쳐도
민중들에게 먼저 찾아오는 추위에 몸서리치며 온 몸을 떨어도
옆에서 전해지는 체온에
그렇게 새벽마다 우리 몸은
찬기운과 뜨거운 심장으로 늘 담금질되는
무기가 되고 있네
강철로 무쇠로 변해가고 있네

저마다의 가슴 적시는 사연을 품고 온 사람들
옆집, 뒷집, 선배에게, 후배에게
아는 집이라지만 아이들에겐 그래도 남의 집인걸
남의 집 생활이 어떨까?
가끔씩은 천리 밖 두고 온 자식생각에
남 눈피해 눈굽도 눌러보고
먼 하늘 보노라면 저도 모르게 한 숨도 나오지만
그러나 그러나
여기서 물러서면 내 돌아갈 곳은 없다네

더러운 세상 자식들에게 대물림하고 무력한 부모로 사느니
내 비록 부서져도
자유로운 세상 너희들에게 물려주고 말 것이니
결단코
여기서 밀리면 돌아가지 않겠네
돌아가지 않겠네

누구도 감히 만류할 수 없는 눈빛으로
농성장을 지키는 칠순 노혁명가 선생님들이
집회를 같은 장소에서 일곱 번이나 하던 날
되려 젊은이들 허리를 만져주는
힘든 사람에게 물 한잔 먼저 내미는
눈빛만으로도 옆사람 이마 짚어보는
이 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국가보안법이 없어져 버린 세상
이미 그 맛을 보고 말았는데
저 험한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순 없네
너희를 묻든지 내가 묻히든지 결단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네

어젯밤 고단한 몸 누이던 사람들
또 이렇게 맞이하는 출정의 아침
억센 날개짓으로 날아오르는
수백 장수매들의  
겨울강바람보다 더 매서운 눈매를 오늘도 본다네
촛불에서 횃불로 마침내 들불로 번지는
장엄한 역사를 매일아침 매일밤 보고 있다네
여의도를 차고 올라 전국을 누비는
사랑으로 가득찬 장수매의 싸움을 오늘도 보고 있다네
 진주 농성이 벌써 8일, 인원도 500명을 넘어섰다니.
지칠줄 모르는 열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단식만이 아니라 농성단의 활동이 너무 많아 급새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아직도 아직도 꼿꼿한 모습을 보니 마음 든든합니다.
하루 빨리 말도 안되는 악법. 국가보안법을 끝장 내야겠습니다. 단식단 여러분 힘내십시오.
 x  200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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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민농성단은 여의도 국회 국민은행앞 노상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