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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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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에 임하며 한양대 학우들에게 드리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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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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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여의도 노상단식을 결의하며 학우여러분께 드리는 글
찬바람이 불어와 겨울이 왔음이 실감이 나고, 며칠있으면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있는 요즘 국회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회의사당이 마주 보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설치되어있는 13동의 천막인데, 무엇인가 알아보니 수백여 개의 시민단체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언론개혁’,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 청산’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 입법안’을 비롯해 ‘비정규직 차별철폐’, ‘장애인이동권 보장’, ‘성매매여성 생계보장’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천막을 보호막 삼아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점거’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단연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요구였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된지 56년이 된 지난 12월 1일에는 백발의 통일운동의 원로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들, 여성, 청년, 학생 등 칠순 할아버지에서부터 스무살 청년학생들까지 각계 시민단체대표 56명이 삭발을 하면서 올 해가 가기전에 반드시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겠다는 의지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305개 시민사회단체가 총 망라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6일부터 300인 무기한 노상단식농성에 돌입하였습니다. 또한 국민연대는 9일 정기국회 내에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을 경우 노상단식농성 대오를 560인으로 늘려 열린우리당과 국회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20일 경 1천여명의 노상단식농성단을 꾸린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국회밖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국회안 분위기를 보며 매우 놀랐습니다. 7일에는 국회법사위원회에 국가보안법 폐지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한나라당 의원인 법사위원장은 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회의를 지연시켰고, 급기야 열린우리당의원과 민주노동당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까지 감행하면서 안건을 상정시키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국회안의 이런 모습은 가히 초등학교 수준의 의회가 연출한 한편의 코메디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웃음을 넘어 국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기에 충분했으며, 외신에도 크게 보도되면서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에 또 한번의 국제적인 망신을 샀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으며, 또한 민생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국회의원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래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면서 사형, 투옥, 수배 등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이 백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차디찬 감옥에 같혀있으며, 한양대에 있는 4명의 수배자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수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그들 당사자의 문제를 떠나서 이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전가하는 반 인륜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오늘의 국회의원들이 보여주는 위와 같은 모습은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들이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국가보안법을 자신의 문제로,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자신의 국민으로 여겼다면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더 이상 국회의원들에게만 국가보안법 문제를 맡겨놓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회 본회의도 아니고 법사위원회에서 조차, 그리고 토론하는 것도 아니고 안건을 상정하는 것 조차 육탄으로 가로막는, 이미 의회민주주의의 범위를 벗어나버린 우리나라 국회의 현실을 보면서 내가 그냥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국회의원들을 욕한다고 해서, 인터넷이나 다른 공론장에서 나의 의견을 표출한다고 해서 결코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좀더 적극적이고 이들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겠다는 것과 그것이 지금 국민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무기한 단식농성이라면 기꺼이 함께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비록 저는 국가보안법의 수배자는 아니지만 학생회 활동을 해오다보니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주위에서 많이 봐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수많은 국민들을 부당하게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그래서 나를 가슴아프게 하는 바로 내 문제입니다. 저는 이것을 그냥 참고넘기지 못하겠습니다. 내 나라를 망신시키고,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국회의원들을 보고있노라면 분하고 억울해서 그냥 있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단식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저의 뜻을 이나라의 정치인들과 정부에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것입니다.
다음주면 시험기간입니다. 그리고 벌써 이번주부터 시험을 보고있는 학우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국회앞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위에 팽배해진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합니다. 시험기간이라서 더욱더 관심을 갖기 힘든 현실에서 저의 단식으로 인해 우리 학교의 단 한명의 학우라도 그동안 모르고 있었거나 관심이 없었던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저는 족합니다. 그 작은 관심이 나중에는 일파만파 전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선거때 학우들을 만나기 위해 쉴새 없이 뛰어다녔던 때가 생각납니다. 제 인생에 또다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순간이 있을까 생각할 만큼 그 시절은 정말로 열정이 있었기에 힘들지도 않고 설레이고 기뻤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선거때의 열정으로 살아간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단식에도 그러한 마음으로 임할 것입니다. 저 한명의 활동으로 국가보안법이 올 해 안에 폐지되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완성시켜가고 역사를 진보시킬 수 있다면 저는 이번의 단식으로 인해 제가 겪을 고통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제 정말 올 해가 다 지나갑니다. 학우여러분, 시험때 좋은 성적 내셔서 한해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험 공부 때문에 많이 바쁘시겠지만 잠시라도 짬을 내어 뉴스와 신문도 보시고, 학교 게시판에 선전되어있는 대자보도 유심히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이 있다면 여의도의 노상단식도 결코 춥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열심히 싸우겠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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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생 |
자랑스럽습니다~ 힘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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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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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