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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촉구 기자회견문 2007/06/12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촉구 기자회견문」


평화사진작가 이시우를 즉각 석방하고,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구시대 망령이 다시 이 사회를 배회한다. 그 이름은 국가보안법이다.
일본 제국주의 강점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치안유지법>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이래, 이 법은 분단이라는 민족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넘어서기는커녕, 이 고통에 기생하며 자신들의 부조리한 특권 유지에만 골몰해 온 반통일세력, 반민주세력이 저지른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여 온 대표적인 반사회 악법이다.
이 법이 ‘국가 전복을 기도하고, 적을 이롭게 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갈을 물렸던 이들 중 김대중 씨는 이미 이 나라 대통령을 역임했고, 같은 죄목으로 구속되어 살인 같은 고문을 받았던 김근태 씨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총재이며, 이적표현물로 지정된 ‘한국학생운동사’를 집필하기도 했던 이재오 씨는 야당인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반체제 활동 ‘수괴’ 중 한 명이었던 김문수 씨는 현재 대한민국 경기도 도지사로 있다. 이 법이 죽이고, 짓밟은 수많은 ‘반체제인사’들이 현재는 한국사회 민주화유공자로 지정되어 국가의 사과와 보상을 받고 있으며, 이 나라 법을 제정하는 국회와 행정관서 내에 득시글거리고 있다. 인혁당 사건은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마침내 무죄로 판명되었고 당시 재판관들에 대한 소환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시대, 국가보안법의 수괴,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은 오히려 국가내란죄로 법정에 서야 했다. 이런 사실들이 구체적으로 이 법이 그간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거짓되며, 허무맹랑한 것이었는지를 증명한다.  
더더욱 이 법이 가장 주요하게 설정하는 ‘적’이라는 개념 역시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그 일말의 타당성조차 사라진 지 오래이다. ‘적을 이롭게 하기 위한’ 수많은 민족의 손길과 물질이 수시로 삼팔선을 넘고 있으며, 좀더 구체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회합, 통신’이 정부 차원을 시작으로 해서 민간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 혹은 ‘연방제’가 국가 단위에서 합의되었고, ‘북’이 ‘적’이 아니라 함께 통일을 이루어나가야 할 한민족공동체이며 파트너라는 ‘이적표현물’들이 공공연하게 버젓하게 주류 언론과 공영방송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 선동’되고 있고, 일반 국민들은 이를 인지하고도 신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법이 공정하게 자신의 법 논리를 적용코자 한다면 이 사회, 이 정부 여야당, 이 나라 국민 모두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러함을 알고도 자신의 역할을 방기한 국가보안법과 그 주무기관인 국정원, 경찰청 보안과, 대공수사대, 군 보안사 모두가 먼저 직무유기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는 까닭들이다.

그러함에도 지난 4월 19일, 서울경찰청 보안과는 이런 역사에 대한 반성과 천착 없이 그간 공개적으로 사진창작활동과 평화운동, 기자 생활을 병행해 온 이시우 씨를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나 가능했을 법한 구시대적 잣대를 들이대어 검거했다. 그리고 4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너무도 쉽게 그에게 국가보안법이라는 올무를 씌워 주었다.
500여 쪽에 이르는 구속 사유는 제법 무겁고 엄중한 듯하지만, 모두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영웅의 본 모습처럼 언제든지 희화화될 수 있는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언제든 그 가식이 금세 판명될 수 있는 내용임을 스스로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2002년부터 2006년에 이르는 이시우 씨가 살아온 모든 일상 행적을 담은 영장 내용은 도리어, 아직도 공안기구들이 민간인 사찰과 용공공작을 버젓이, 치밀하게 자행하고 있음을 알리는 반민주 인권탄압의 백서로 읽힌다. 망령이 다된 국가보안법이 자신의 부도덕한 생명을 연장키 위해 얼마나 쓸데없이 근면한가를 알려주는 초라하고 불쌍한 보고서로 읽힌다.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영장에서 제시된 그의 구속사유는 허점과 자가당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그간 모든 활동을 너무도 공개적이고, 공적으로 해왔다. 구속사유의 핵심인 유엔사 등 군사기밀누설죄는 그가 <통일뉴스> 전문기자라는 공적 신분이었음을 간과하고 있다. 그 일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공식 취재 지원 하에 이루어진 일들이다. 오산, 수원, 청주 미군기지에 열화우라늄탄 3백만 발이 있다는 특종기사 역시, 미국에서 기밀 해제된 문서를 미국 환경단체로부터 입수한 사실에 기반 했다. 구체적으로 들이민 사진은 그가 아닌 모 환경단체에서 찍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영장에서 거론된 그의 책 <민통선 평화기행>(창비사 펴냄)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 전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권에 선정되어 전시되었는가 하면, 그 내용의 예술성과 건강성이 이미 입증되어 독일어와 영어로 번역까지 되었다. 영장에 나와 있는 ‘한강에서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는 민화협 등 유수의 민관협력단체와 기타 민간사회단체들이 함께 한 공개적이고 너무도 대중적인 풀뿌리 민간평화운동으로 오히려 상장을 주어야 할 일일 것이다. ‘유엔사 해체를 위한 3000리 도보행진’ 역시 가능한 참여 시민행동의 하나로 국가보안법 적용은 무리다. 만약 논리의 성역이 없어야 한다면,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개정의 정을 알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 이양을 서두르는 미국이 가장 큰 국가보안법의 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정견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모든 여야당의 정치인들이 구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논의는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건강한 국민이라면 누구든 새롭게 모색하고 꿈꿀 수 있는 공론의 영역으로 현저하고도 명백한 위법의 요소가 없을 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통해 보장되어야 할 국민적 권리인 것이다. 특히나 그는 통일문제를 다루는 전문기자의 신분으로 이 모든 활동들에 성실히 임했다. 한반도의 평화로운 교류와 협력, 통일을 위해 남에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무엇인지를, 멀어져 있는 북의 역사와 현실, 고민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했으며, 학습했다. 그러한 전문기자 정신을 이적표현물 수집, 소지로, 그렇게 쓰여진 기사들을 이적표현물 제작 및 배포로 읽는 우리 공안당국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오히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동시에 알릴 책무를 가진 언론 활동을 동시에 탄압한 사례로 과도한 국가공권력 남용이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공안기관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의 예술적 생명과 권리에 대한 부분이다. 그는 기자이며, 평화운동가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작가였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역 없는 표현의 자유다. 끊임없이 상식을 뛰어넘어 숨겨져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회의 진실과 가능성을 캐묻고, 이를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할 수 있는 자유이다. 허구로 판명 날지라도, 상식이 아닌 가설로 묻혀지더라도 아직 오지 않은 사회를 꿈꿔볼 수 있는 자유이다. 그것이 이 공동체 사회 속에 더불어 살아가며 작가가 할 수 있는 공적 역할이다. 작가에게서 그 기능을 빼앗거나 덜어내는 것은, 그 한 작가에 대한 탄압을 넘어 이 사회를 굴려가는 수레바퀴의 한 부분을 떼어내 결국 이 사회를 불구로 만들고자 하는 반사회적 활동이다. 모든 작가적 상상력은 시민사회의 공론을 거쳐 가능한 만큼 자율적으로 수렴된다.  
그런데 지금 공안당국은 이시우 씨의 모든 예술작품을 작품으로 보지 않고, 범죄의 예비증거물로만 보고자 한다. 무지한 공안당국에게 철모르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잣대가 아닌 예술적 잣대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연암 박지원과 동시대를 살았던 최북은 ‘조선의 고흐’로도 불린다. 고흐는 귀를 잘랐지만 최북은 자신의 한쪽 눈을 찔러 멀게 했다. 한번은 그에게 풍경산수화 주문이 하나 들어와 그려 주었는데, 주문한 이가 잔뜩 심통이 나 물었다고 한다. “아니 산수(山水)화에 왜 산만 있고 물은 없는 거요?” 짜증이 난 최북이 얘기했다고 한다. “야, 이눔아 화폭 밖이 다 물이여. 그게 보이지 않어.” 이처럼 그림은 그림 안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은 사진 안에만 모든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생략과 복선과 위악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시우 씨의 작품 역시 그렇다. 그럴진대 그 작품들을 우리 시대의 곤혹과 딜레마와 희망과 좌절 등이 응축되어 있는 살아 있는 작품으로 보지 않고, 단지 실사된 이상의 아무 것도 표현하지 못하는 하나의 현상품으로만 보려 한다면, 이는 공안당국의 모욕과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 문화의 현주소를 무참히도 평가절하하는 반문화적 작태가 될 것이다. 이시우 씨의 사진작품들은 한 점 한 점이 문화예술적 관점과 잣대에서 평가되어야 할 것이며, 함부로 훼손되어선 안 될 것이다. 명백한 관련이 없는 모든 작품을 아무런 잣대 없이 쓰레기 퍼 담듯 압수해 간 경찰의 비문화적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며, 부당하게 압수해 간 작품들은 즉시 반환되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공안당국 나름의 노력과 수고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분단된 조국을 가진 우리 한반도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슬픈 코미디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진실이 어떻게 형성되어 가고 있는지를 따라잡지 못하는 구시대 공안몰이이며,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소박하고 순박하며, 그래서 위대한 정신들에 대한 사소하고도 되지 않는 시비걸기라고 생각한다. 남북 화해와 교류를 통해 평화로운 통일사회를 앞당기고자 하는 이 긴박하고도 중요한 민족의 시기를 맞아서도 사사로운 특권을 챙기고자 하는 병든 마음들의 발로라 여긴다. 역사의 퇴행이 아닌 진보를 향해 좀더 우리 사회와 법정이 성숙해지길 바란다.  
지금도 이시우 씨는 자신이 마지막 국가보안법 희생자가 될 것을 각오하고 20여 일째 단식을 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부디 그의 건강이 위험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즉각 그를 석방하라. 반민주악법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우리 모두는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씨의 부당한 구속에 맞서 그의 석방과 아울러, 강력하게 이미 사문화된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그 장례 준비에 나설 것임을 굳게 밝힌다.

2007년 5월 9일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대책위
(새시대예술연합, 민주노총문화미디어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의회,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평화박물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민족음악인협회, 민주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NCC교회인권센타, 고양시민회, 생명평화기독연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강화이시우대책위, 민변통일위원회,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통일맞이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 녹색연합,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참여연대평화군축팀, 한국청년연합회, 경실련통일협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비폭력평화물결, 한국인터넷기자협회, 6.15남측위원회언론본부, 인터넷언론인포럼, 인터넷통일언론인모임,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한국독립영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민족극협회,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양심수후원회,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문정현․문규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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