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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고문과 용공조작의 역사를 끝내야 합니다. 2004/12/27
<기자회견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고문과 용공조작의 역사를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피해자를 대신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가보안법 56년 동안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었고, 죽음조차 맞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고문이 기억을 안고, 고문의 후유증에 시달리다 한 맺힌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고통은 한 순간 사라지는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순간순간 되살아나는 정신적인 고통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내놓고 우리가 당한 고통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를 되살리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이기에 되도록이면 잊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지난 번 이철우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격, 특히나 정형근 의원의 공격은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간 매체들의 인터뷰를 통해 고문의 기억을 알렸고, 기고를 통해서 우리의 심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우리 스스로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로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고, 언제고 다시 그 피해를 문제 삼아 공격을 해대는 색깔공세와 마녀사냥이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소박한 바램은 정형근 의원과 이름 모르는 고문 가해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추악한 고문에 대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각 공안기관들이 스스로 과거의 용공조작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함으로서 과거와 같은 국가폭력이 더 이상은 이 사회에서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제 과거사를 규명하는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올해 처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공안기관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고백하겠다고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수구세력들은 여전히 과거의 공안기관들의 용공조작의 범죄는 은닉한 채 고문과 온갖 불법, 인권유린을 통해 만들어낸 사건을 들이대면서 심지어는 공개적인 사상전향까지 강요하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로 국가보안법의 실체를 보여주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간절히 호소하려고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생각할 때 우리는 고문과 인권침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을 생각할  때 용공조작을 서슴지 않았던 지하실의 음습한 분위기를 몸서리치며 떠올려야 합니다. 그 곳에서 저희들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고문 가해자들의 발밑에 엎드려 살려 달라고 애걸해야 하는 짐승일 뿐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 피해는 단순히 고문 피해만으로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 의해 우리는 일방적으로 빨갱이로 규정당해야 했고,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 난도질당했고, 우리의 가족들마저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 중에는 이런 비인간적인 고통의 과정을 거쳐서 간첩이 되었고,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구속되고, 이후 출옥하여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우리는 피해강박증에 걸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먼 과거의 사례가 아니라 지금부터 10여 년 전부터의 사례 약간만을 공개하였습니다. 그것은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와 정형근 의원과 같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는 한나라당의 대표라는 분이 말하는 1991년 7차 개정 이후에는 인권침해가 없었다는 말에 대해 온몸으로 반박합니다. 우리의 몸뚱이가 바로 그 증거이고, 우리의 피폐해진 마음이 그 증거입니다. 고문당하고, 아이까지 잃고, 사생활이 모두 도청 당했던 이들이 모두 문민정부 이후 일어났던 일들입니다. 정형근 의원에게 묻겠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수사관과 피의자만 있는 밀실에서의 고문행위를 정 의원은 무엇으로 증명할 것입니까. 고문의 특성상 익명성과 증거를 대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그의 가증스러운 말에 우리는 치가 떨립니다. 정 의원이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뉘우침 없이 증거를 대라고 하는 데는 그의 악마성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고문에 대한  증언을 하는 사람을 고소하는 인간이 정형근 의원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용공조작과 색깔공세의 근원이 되는 국가보안법은 즉각 폐지되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서 2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단식농성단원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국가보안법이 연내 폐지될 수 있도록 농성 중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보냅니다.
2. 국가보안법이 연내 폐지될 수 있도록 국회의장님은 국회법 절차에 따른 표결 처리의 용단을 내려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야합할 것을 계속 종용하는 것은 결국 국가보안법을 어떤 식으로든 존치시키라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에 관한 한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를 대화로 풀 수 없습니다. 국회의장님의 역사적인 용단으로 국가보안법을 없앨 수 있어야 합니다.
3. 우리는 정형근 의원의 즉각적인 의원직 사퇴를 요구합니다. 정형근 의원은 자신의 고문 가해 행위를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정형근 의원의 고문 가해 행위를 철저히 밝혀 그의 가면을 벗길 것이며, 그의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나라당에 요구합니다. 이철우 의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정형근 의원과 같은 고문 가해자들을 축출하여야 합니다.
4. 국회가 고문과 같은 반인권 국가폭력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고문 가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아울러 고문 피해자를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이들의 재활과 치유,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56년 국가보안법 반세기, 인권침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국회는 꼭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합니다.

2004년 12월 27일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대신하여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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