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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기 동국대교수 기고]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10가지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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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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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10가지 이유
[기고] 장시기 동국대 영문과 교수
1. 국가보안법은 반(反)통일 악법
현실적으로 한반도는 두개의 국가로 분할되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대한민국이 비록 한반도 휴전선 이남의 정부와 국민을 지칭하지만 가능한 미래에 통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통일은 한반도 전체를 대변하는 정부와 한반도 전체에 살고 있는 국민의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정부에 대립하거나 반대하는 모든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합의를 배제하고 미래의 통일을 반대하고 오직 국가를 집권정부의 권력자들과 일치시키는 '권력자보호법'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깨어진지 이미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과거의 '반공정부'와 '독재정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그에 저항하는 국민과 모든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반통일 악법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2. 남과 북의 자유로운 교류를 막는 반(反)민생ㆍ반(反)경제법
지구촌 시대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민생과 경제는 국가를 뛰어넘어 경제교류와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한반도 이북의 정부와 그 정부의 규제 하에서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과 접촉하거나 두 곳을 왕래하거나, 혹은 남북교역이나 남북협력사업을 모두 반국가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1990년에 제정된 남북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조차도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 따라서 남북 주민접촉, 상봉, 남북왕래, 남북교역 및 남북협력사업 관계자들은 모두 잠정적인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이다. 우리의 민생과 경제활동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3. 대한민국이 영구식민지가 되도록 만드는 친일ㆍ친미법
국가보안법의 모태는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과 미군정 치하의 군정법령 21호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근대화 과정의 산물인 식민지와 분단을 극복하기 위하여 2001년 6월 15일에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은 6ㆍ15 남북공동선언이라는 남과 북이 협력하는 통일의 길을 열었다. 6ㆍ15 공동선언은 통일을 위하여 남과 북이 주장하는 연방제와 연합제 통일안을 서로 인정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과 미군정 치하의 군정법령 21호와 유사한 친일과 친미인사들의 대한민국 지배를 용이하게 만들고, 연방제나 연합제 통일안을 반국가단체 구성이나 반국가단체 고무찬양죄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이 되고 대한민국 국민이 새로운 통일의 한반도를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4.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근대적인 역사적 퇴행의 악법
대한민국 헌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그리고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는 국가를 더 자유롭고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원시국가나 중세의 종교국가, 혹은 조선과 같은 유교를 토대로 한 가족주의적 계급차별의 국가가 아닌 이상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고, 학문의 자유는 대학이나 연구소와 같은 학문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판단하는 것이며,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언론과 출판을 담당하는 전문인들의 판단에 맡겨두어야만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양심뿐만 아니라 학문과 언론, 그리고 출판의 영역을 모두 과거의 독재정부를 지지하였던 공안검사나 판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러한 국가에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의 아름다운 나라를 위하여, 학문의 발전으로 세계의 존경을 받는 나라를 위하여,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통하여 미래를 창조하는 나라를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5. 가족관계, 친구관계, 연인관계를 파괴하는 반인륜적 악법
겨울에 내리는 모든 눈송이들의 모습이 서로서로 다르듯이 사람들은 비록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연인이라고 하더라도 서로서로 생각과 경험이 다르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은 서로서로 잘못을 감추어주고, 서로서로 대화를 통하여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제10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불고지죄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친구나 부모(자식), 그리고 연인을 항상 의심해야만 하고 조금이라도 사상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하여 경찰에 신고해야만 하는 세계라면 그 세계는 지옥과 같은 세계이다. 실제로 이러한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죄 때문에 감옥에 가거나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과 헤어져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수없이 많다.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지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6. 위정자나 정권과 유착되어 있는 특권층만을 보호하는 정권보안법
오늘날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왔거나 심지어 사형언도를 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예전보다 더 안보의 위협을 받고 있지 않다. 심지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더욱 민주화되어가고 있고, 미래의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 박정희 정권의 7ㆍ4 남북공동성명이나 전두환 정부의 은밀한 남북접촉처럼 특권층의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였어도 그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과거의 정권유지를 위한 악용사례들처럼 앞으로 국가보안법이 악용된다면, 국가보안법 유지를 위하여 미국의 성조기를 휘두르며 부시를 찬양하는 수구단체들 또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법 앞에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다'라는 근대법의 기본적 강령조차도 망각한 법이다. 특권층만을 보호하고 집권정부가 충분히 악용할 소지가 있는 '정권보호법'으로 전락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7. 한반도 근대사에 대한 한반도적 시각을 방해하는 반역사적 악법
우리 한반도는 근대화와 더불어 일제 식민지화, 미ㆍ소 군정기, 그리고 민족분단의 과정을 겪었다. 이러한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민족적 과제는 주체화와 세계화의 공동적인 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족해방과 주체화를 한반도의 이북에 있는 정권이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는 사상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항상 "쉬-쉬-" 하면서 지내야만 했다. 우리는 산업화와 도시화만을 강조하는 근대화와 세계화만을 근대성으로 인정하고, 민족해방을 통한 주체화와 경제구조의 자립을 불온하게 인식하였다.
이러한 국가보안법의 편협한 근대성은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일제식민지 과정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반역사적 세계관을 낳고 있으며, 우리의 극소수 이익을 위하여 베트남전의 용병파병이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반역사적 세계관을 낳고 있다. 민족이나 국가의 주체화와 세계화가 동시에 달성되어야만 우리나라가 전 세계 평화세력의 일원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러한 길만이 장기적으로 우리 국가의 이익이라는 근대화 과정의 역사에 대한 한반도적 시각을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8. 국가보안법과 같은 정권유지법은 전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없다
국가보안법과 같이 위정자와 특권층만을 보호하고 국민을 모두 잠정적인 범법자로 만드는 특별법은 전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예로 1991년에 폐지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 헤이트' 법이 우리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하다.
1948년에 제정되어 1990년까지 유지되었던 당시의 아파르트 헤이트 법은 백인 위정자들만을 보호하고, 백인 위정자들의 지배를 받는 흑인들뿐만 아니라 흑인들과 접촉하거나 관계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잠정적인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불온한 사람들로 낙인을 찍었다.
전 세계 평화주의자들의 비난을 받았던 이 법은 1991년 완전히 폐지되었고, 이 법으로 37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출옥한 만델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기도 하였다. 전 세계 평화주의자들과 대부분의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폐지되어야만 한다.
9. 이북 정권에서조차도 국가보안법과 같은 특별법은 존재하지 않아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고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한반도 이북의 정권조차도 국가보안법과 같은 특별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적화야욕을 가지고 있고 아직 민주화되지 않았는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북에 대한 정치적이거나 사상적인 구태의연한 열등감에서 비롯한 패배의식이다.
우리 국민은 전 세계의 유례에서도 아주 드문 가장 강력한 독재와 군사정권을 평화적으로 무너뜨리고 민주화와 세계화를 달성한 차원 높은 국민이다. 현재 북한은 우리보다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우리가 북한을 문화적으로 수용하고 격려하지 않으면 북한은 세계적으로 더욱 고립화되고, 그 고립화의 극단은 북한경제의 중국 편입이거나 한반도의 평화파괴일 수도 있다.
오늘날의 군사적 수준에서 한반도의 평화가 파괴된다면 한반도의 남과 북은 모두 멸망한다. 고립화 되어있는 북을 한반도의 한 구성원으로 끌어들이고 한반도의 남과 북이 서로 평화로운 통일을 합의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10. 국가보안법은 이미 죽은 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수구세력의 자기변명
37년 만에 조국을 방문한 송두율 교수나 통일연대의 민경우 사무처장처럼 지금도 국가보안법 때문에 옥고를 치렀거나 치루고 있는 사람, 그리고 수배중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헤어져 있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이미 죽었고, 이미 죽은 법을 다시 없애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과거의 독재나 파쇼정부처럼 국가보안법과 관계가 없는 대부분의 평범한 국민들을 현혹시켜서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을 구실로 권력을 행사했던 정치적이고 사법적인 특권층들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자기변명일 따름이다.
독재의 시대와 파쇼의 시대는 지나고 지금은 민주화와 통일의 시대이다. 과거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 간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리는 이전과는 다르게 살고 다르게 생각해야만 한다. 우리는 과거에도 함께 살았고 앞으로도 함께 살 것이다. 대립과 갈등의 과거가 아니라 통일과 평화를 위하여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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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