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무국 |
 |
[보도비평14] 경제야, 국가보안법 폐지를 도와줘? |
|
2004/10/14 |
|
|
링크주소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no=188122&rel_no=10
[국보법 보도비평14] 경제야, 국보법 폐지를 도와줘
<조선>, 국보법 보완입법에 색깔론...법리적 논쟁 시도하는 <중앙>과 대조
김진(변호사)
<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열네번째 비평은 김진(민변) 변호사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여당의 국가보안법 보완입법 4개안 발표로 13일 떠들썩했던 신문이 하루만에 다시 잠잠해진 듯하다.
중앙일보 14일자 4면 기사처럼 “지금 보안법 문제를 건드릴 경우 국회 국정감사의 김이 빠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고, “국감에서 민생파탄의 실상이 자꾸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법 폐지를 쟁점화하는 등 이른바 '개혁입법' 공세를 펴면서 정국의 흐름을 바꾸려”하는 여당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일까?
한나라당도 “국감이 끝날 때까지는 이 문제를 잠시 방치해 두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다만 박근혜 대표는 국감 중간 점검회의에서 “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하면 (정치권에선) 정상적인 정치활동이 힘들 것”이라고 하고 “상생과 대화·타협의 정치도 끝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다시 ‘국민의 뜻’을 언급했다.
▲ <조선일보> 10월 14일자 A4면 “과거사 조사요원 300~400명 뜬다" 기사.
ⓒ2004 조선일보 PDF
국보법 문제, 여당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
주요 신문은 이러한 박 대표 발언과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임태희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당내-보안법 폐지·개정 세 싸움 : 민노당-공조파기 경고, 한나라-강행 땐 상생정치 끝날 것>이라고 하는 정치권 흐름을 쫓고 있다(한겨레 5면, 경향신문 5면).
오늘 신문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가 한 쪽에 <과거사-국보법>을 묶고 다른 한 쪽에 <국가경쟁력 저하-부실금융사 지원-고유가 시대>를 묶어 정부와 여당의 개혁입법 움직임을 ‘반시장·반경쟁’적인 것으로 대비시키면서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여당의 '과거사기본법' 조사관 규모에서 출발한다. 제1면 '팔면봉'에서 “여 법안대로면 과거사 조사관 400명 활동 예상, 그 돈으로 타임머신을 연구하심이 어떨지”라고 비꼬더니, A4면 <“과거사 조사요원 300~400명 뜬다>에서는 법 내용은 소개하지 않으면서 "일제시대를 조사하는 국가기구가 4개나 출범할 전망이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 수백 명의 인원을 가진 국가위원회‥과거사 조사관 300~400명이 향후 5~6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일제 당시 벌어진 일들을 파헤칠 전망…서부극에서나 나오는 보안관 배지를 연상시키는 발상”이라며 호들갑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들 조사관들이 충분한 전문성과 소양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다, 당사자들이 거의 사망한 과거사에 대한 조사는 증거 확보도 쉽지 않을b뿐더러 당사자 또는 자손의 명예를 회복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고 한국 근현대사와 법률에 대한 지식 등도 필요한데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한꺼번에 수백 명씩 골라내기가 쉽냐는 것”이라며 조사관 자격에 대한 걱정까지 보탰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는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를 3개 면(A1, A2, A6)에 걸쳐 자세히 설명하고, "내년 경제성장률 4% 떨어질 것"이라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국정감사장 발언 내용(A2면)과 <한은, 돈 찍어 부실금융사 퍼줬다>(A6면)을 동시에 게재했다. 또 A8면에서는 <고유가 시대의 대책>을 전면 기사로 실었다.
<조선>, 과거사·국보법 정책비판에 경제문제 끌어들여
▲ <조선일보> 10월 14일자 사설.
ⓒ2004 조선일보 PDF
두 가지 기사는 어떻게 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그 뜻을 명백히 하고 있다. 명백히 하는 정도가 아니라 3개 사설이 하나의 파노라마로 연결돼 확실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사설 <끝없이 추락하는 한국 국가경쟁력>은 “이런 경제 성적표를 받아 놓고 이 정부가 발을 뻗고 잔다면 그것은 정부도 아니다”라고 야단치면서, 현 정부를 “한마디로 말해 목표를 잃은 정부”로 규정했다.
경제가 이 모양인데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이 정부가 딴 데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사 청산, 보안법 폐지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서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이 나온 적이 없는 게 나라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가다간 한국은 영원한 삼류국가로 추락할지 모른다”고 엄포를 놓는다.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대통령이 한 차례도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니, 놀라운 일이다(물론 사실이 아니다).
두 번째 사설은 <좌파는 발굴하고 우파는 매장하고>라는 제목으로 열린우리당의 과거사 기본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에 의하면 “여당의 국보법 보완방안은 반국가단체 규정과 찬양 고무 등의 핵심 조항을 없애는 것이고, 과거사 법안은 조사 대상에 좌파 항일운동까지 포함시키고 해방 이후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을 조사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 두 개의 법률을 종합하면 그 “실질적 내용은 좌파들의 입을 풀어주고 과거 좌파들의 공(功)을 발굴하면서 우파들의 잘못을 파헤쳐 매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의 과거사 법안은 바로 이 피비린내 나는 시대에 빚어졌던 사태를 좌파의 시각으로 파헤쳐 우파를 심판하겠다는 것”이고, “나라를 세우고 지켰던 사람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라를 세우고 지켰던 세력은 가해자로, 나라를 흔들고 뒤집었던 세력은 피해자로 포장하려는 것은 배은망덕하고 염치없는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 사설 <안이한 테러 대비는 화를 부른다>에서는 직접 보안법이나 과거사법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의 빈약한 안보의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따로 떨어진 듯 보이는 두 가지 기사거리를 맞물려 놓은 조선일보의 보도는 짜임새 있게 “경제와 국가경쟁력이 이 모양인데, 과거사와 보안법 폐지 등 좌파적 정책을 밀어붙이는 여당”을 비판했다.
이에 비해 국가경쟁력 ‘추락’이나 노 대통령의 경제성적만 비판하고 있는 동아일보 기사(A1, A3)나 극단적인 좌우편향을 극복하자는 <보수의 바람직한 자세>를 논하는 조선일보 '아침논단'서경석 목사의 글(A34)은 지나치게 한 쪽 면만 본 ‘순진한’ 글인 셈이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일관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쯤 되면 펄쩍 뛰는 태도는 그만 두고, 열린우리당 안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서 “안보 불안 못 씻은 여당 보안법 대안”을 비판하는 글을 싣기 시작할 것 같다. 좋은 소리도 자꾸 들으면 지겨운 법이기 때문이다.
<중앙>, 법리적 논쟁 시도.. 막무가내 <조선>과 상반
▲ <중앙일보> 10월 14일자 사설. 국보법 개폐와 관련, 법리적 논쟁을 시도하고 있다.
ⓒ2004 중앙일보 PDF
그런 면에서 중앙일보 사설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 사설에서는 열린우리당 개정안에 대해 “이전 안보다는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등 보수진영의 우려를 감안한 측면은 있다”고 하면서도 “폭동이 수반되지 않는 한 사실상 친북활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그동안 찬양·고무죄가 남용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아직 그러한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며 합리적 설득을 시작한다.
따라서 "'공개된 장소에서 조직적으로 할 경우' 처벌한다는 등 처벌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교류협력법이나 형법 내란죄 예비 음모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류협력법상 처벌은 미약하고, '예비 음모'를 적용하기에도 법체계상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며 법리적 논쟁을 시도했다.
또 “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때도 비밀방북 사례가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제 마음대로 방북하고 몰래 지령을 받아도 무방하다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 걱정이 앞선다”고 하는 부분과 함께 “여당의 4개안 중 특히 형법상 외환죄 개정을 통한 보완책은 법 효력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보안법 사범을 법적용이 까다로운 간첩죄로만 처벌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처벌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만만치 않은’ 준비를 드러내 보인다.
“국보법 폐지에 80%의 국민이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이번 보완책 역시 그러한 불안감을 씻어주기엔 부족하다”는 마무리는 폐지론자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을 다시 한번 짚어 주고 있다.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이 생산적이고, 우리 사회의 인권·안보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론이 색깔론과 호들갑을 그만 두고 적어도 이 정도 태도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어쩌다 보니 중앙일보 논조를 칭찬하는 투가 되어 버렸다. 중앙일보 입장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고, 여당 보완책에 대한 오해도 있다. 그러나 정말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논쟁할 맛이, 신문 읽을 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 생각에도 조선일보 논조가 훨씬 더 ‘약발’이 좋으리란 것은 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예 논쟁을 시작할 필요도 없다. 보안법 뿐 아니라 과거사법이나 국가인권위원회나 기타 국가위원회들까지 한꺼번에 문제 삼으면서, 현 정부의 부진한 경제성적까지 기정사실화 하는-그야말로 ‘한 칼에’ 끝낼 수 있으니 말이다- 논리 앞에는 정말 할 말을 잃게 된다. 경제에게 부탁할 수밖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좀 도와 달라고.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대책위원은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은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오동석(민주주의법학연구회) 아주대 법학과 교수, 김진(민변) 변호사, 김명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
|
|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