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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릴레이기고]②국보법은 효력이 상실되었다고요?-최병모- 200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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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지 3개월 남짓 된 1948년 12월 1일, 제헌국회에서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소위 치안유지법은 일제말기(1941년) 조선총독부가 만들어 조선반도에만 적용하던 가혹한 식민지 통치수단으로, 우리의 독립투사들, 일본의 지배에 순종적이지 않은 소위 불령선인(不逞鮮人)들을 사상범으로 몰아 처벌하던 법이었다. 미군정 3년 동안 친미파로 변신하여 다시 득세한 친일 부역자들이 국권을 장악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치안유지법은 무덤에서 부활하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이 되었다.

제정당시 소장파 의원들은 이 법이 정치적 악용의 위험이 너무나 크다는 이유로 격렬히 반대하였는데, 이 우려는 바로 현실이 되었다. 이듬해인 1949년의 국회프락치 사건, 1958년의 진보당 사건, 1973년의 최종길 교수 사건, 1975년의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 사건 등 이 법이 만들어 낸 정치적 조작사건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의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이 정권 들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송두율 사건, 최근의 전교조 통일위원회 김맹규·최화섭 사건, 사진작가 이시우 사건들을 보면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언제라도 이 법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위험성 '마음 속 처벌'

국가보안법이 왜 위험한가? 죄형법정주의는 죄와 형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형사법은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너무나도 포괄적인 규정들이 많아서 독재정권이 얼마든지 멋대로 해석할 수 있으니 마음 속에 가진 '사상'만으로도 처벌대상이 된다.

사회주의 사상은 물론이요 체제에 도전하는 사상을 연구하거나 토론하거나 읽어보기만 해도, 아니 그러한 문서를 가지고 있기만 해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을 읽거나 토론하면 그것은 북을 찬양, 동조하는 것이요, 심지어 이미 고전이 된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것이라 하니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다음으로 이 법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구체적인 행위가 없어도, 소위 '반국가단체', 다시 말하면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여기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처벌한다. 또 반국가단체를 찬양·선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소위 '이적단체' 조직·가입도 처벌한다.

얼핏 생각하면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될지 모르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폭동이나 살인 따위의 구체적인 행위까지 저지르거나 시도한다면 그때는 마땅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체를 구성한 것, 가입한 것만으로 처벌하면 합법적인 체제변혁운동이나 사회운동 역시 설 자리가 없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모호한 법규정을 끌어다 붙이고 단체의 목적을 왜곡하여 정부참칭·국가변란의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덮어씌우면 벗어날 길이 없다. 과거 통일운동·반독재운동·노동운동·학생운동 단체들이 수없이 이렇게 이 법 위반의 누명을 쓰고 처벌되었다. 재일 민단계열 인사들이 유신독재 반대운동을 목적으로 결성한 한통련(구 한민통)이 유신정권에서 이렇게 반국가단체의 누명을 쓰고 2003년까지 30년간 귀국이 금지되었다. 그런데 검사는 최근 사진작가 이시우씨 사건에서도 그가 반국가단체인 한통련 사람과 회합하였다고 기소하고 있으니, 참으로 위험하다.

셋째로 형사처벌법규의 개념은 포괄적이거나 모호하여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이 법은 반국가단체·이적단체·군사기밀·국가기밀·찬양·고무·선전·선동 따위의 확정할 수 없는 모호한 일반개념을 차용하여 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니 공안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끌어다 붙일 수 있겠고, 법원이 독재정권에 맞서지 못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기에 과거 공안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반독재운동 단체 등을 수 없이 반국가단체로 낙인찍었고, "제주도청이 신제주에 있다"는 사실도 국가기밀이라며 처벌했다. "북한도 사람이 살만 하다더라"라고 말한 것은 물론이요, 당초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이 만들어 널리 알려진 적기가(赤旗歌)를 취객이 흥얼거린 것도 반국가단체 북한을 찬양한 것이라 하여 처벌했다. 심지어 말다툼 중에 "빨갱이만도 못하다"고 말한 것도 빨갱이를 찬양한 것이라 하여 기소한 정신 나간 검사도 있었으니, 정말 위험하지 않은가?

'빨갱이만도 못하다'고 말한 것도 빨갱이 찬양?

물론 이 모든 것은 먼저 독재권력의 개 노릇을 한 공안수사기관, 그 시녀 노릇을 한 법원의 책임일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더라면, 일찍이 폐지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수십만의 사람들이 이 법 같지도 않은 법으로 처벌받았으니, 얼마나 참혹한가?

그러나 국가의 안전을 지킬 법과 제도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 우리 형법은 내란죄·이적죄·간첩죄 등의 규정을 두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또한 국군과 경찰, 심지어 전투경찰까지 있지 않은가?
이 법은 사회주의로부터 우리의 자유자본주의 체제를 지켜주는 법이라고? 그러면 20세기 말 이미 사회주의권이 모두 몰락하여 사회주의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까지도 이 법은 왜 그대로 살아있는가? 이 법은 남북의 체제대립을 사회주의와 냉전반공주의의 대립으로 치환하고, 이것을 다시 우리 사회 내부의 권위주의 체제와 반체제 진보세력의 대립으로 치환한 결과물일 뿐이다.

더욱이 이 법은 반체제는 곧 빨갱이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정부는 권위적이요, 국방부는 북을 유일한 주적(主敵)으로 간주하고 있기에, 우파보수 정당과 공안수사기관 등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냉전반공주의에 결사적으로 매달리는 세력이 사회적 의제설정의 주도권을 가졌기에, 이 법이 살아있는 것일 뿐이다.
  
국가보안법의 위력은 왜 변함없이 강고한 것일까

법률이란 폐지되지 않더라도 그 존재의 기반이 되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사문화 되어 타당성과 실효성을 상실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국가보안법을 존립의 기반으로 삼았던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 냈음에도,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냉전반공주의를 극복하고 놀라운 진전을 이루어 냈음에도, 국가보안법의 위력은 왜 변함없이 강고한 것일까?
우리에게는 1987년에 이르기까지 지난 40년간의 독재정권 아래서 이에 굴복한 공안수사기관과 법원이 독재자의 입맛에 맞도록 이 법을 정치적으로 해석 적용해 왔던 쓰라린 과거가 있다. 그 시절에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의 공소장은 심각하게 왜곡된 사실관계,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과 뒤틀린 현실인식, 그리고 허위의식으로 분칠되어 있는 하나의 정형으로 형식화 되었다. 법원은 비판적·반성적 고려 없이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베껴 판결을 써 왔다. 지금도 이런 행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공안수사기관은 공소장에서 북한이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불법 구성된 반국가단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과 북의 국가성립 과정을 역사적으로 되돌아보거나, 국가학에서 논의하는 국가로서의 성립요건을 따져 보고,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상황을 살펴봐도 북한은 독립된 국가이지 결코 반국가단체나 반란단체가 아니다. 더구나 이미 남과 북이 유엔에 회원국으로 동시 가입하였고 정상회담과 장관급회담, 장성급회담을 수시로 개최할 뿐만 아니라 연간 수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남북을 왕래하는 마당에야 북을 반란단체로 지목하는 것은 보통사람의 건전한 상식에 어긋난다.

검찰은 과거 그 주장의 중요한 논거로 "대한민국은 유엔총회의 결의에 의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1948년 12월 12일자 유엔총회 결의 제195호 III은 대한민국정부가 "(유엔)임시위원단이 감시 및 협의할 수 있었"던 KOREA의 그 지역, 즉 38이남지역의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는 것일 뿐이다. 결국 과거 검찰이 주장한 '유엔결의'란 근거 없는 착각이 아니라면 고의적인 기만에 지나지 않았다.

공안검찰은 북한이 지금도 실제로 "대남적화공작을 전개하고 있고" 또 "남한을 무력 적화통일 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남과 북이, 1991년 12월 13일자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월 15일자 6·15공동성명에서 거듭 남북의 화해와 상호 불가침을 확인하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에 의한 민족통일방안에 합의한 것은 북의 사기와 기만에 넘어간 결과일 뿐인가? 지난 10·4 남북정상선언 역시 북의 사기와 기만의 결과인가? 건전한 상식을 비웃는 공안검찰의 편집증적인 독선일 뿐이다.
검찰의 이와 같은 주장은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조작되어 국민을 기만해 왔고, 검찰이 현재까지도 집착하고 있는 허위주장에 기초를 두고 있다. 북의 군사력이 남측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고, 이러한 군사력에 기초하여 북은 여전히 무력적화통일을 획책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세금으로 미군 기지를 조성해 그 주둔비용까지 부담해 가면서 3만5000명의 방대한 미군을 필수적으로 남측에 주둔하게 하여야 한다는 따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근래 연구에 의하면 학자에 따라서 현재 남측의 군사력이 북측의 2배 이상 6배에 달한다고 평가하고 있고, 외국의 모든 군사전문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 중 누구도 남측 군사력의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의 군사력이 북에 대하여 열세에 있다는 주장은 국방부와 일부 어용학자, 그리고 공안수사기관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주한미군사령관이던 로버트 W. 리스카시 대장은 이미 1991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북한군사력 평가보고서>에서, "북한 군대는 사실상 군사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하였고(리영희 '반세기의 신화' p166.), 현 주한미군사령관 버웰 벨은 올해 3월 7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냉전종식 이후 지난 15~20년 동안 북한의 군사력은 저하됐다. ····현 상태대로라면 북한군이 한국을 공격할 능력을 유지할지 의심스럽다"고 증언했다. 지금의 북한 군사력은 1991년보다도 더 저하되었다는 얘기다.

결국 북의 무력남침에 대한 전쟁억지력으로 미군의 주둔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속임수일 뿐이다. 미국은 자국의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으로 세계에서 가장 굴종적인 정부를 가진 한국에서 유사시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전역에 전방위적으로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군사력의 주둔을 위해 장기적으로 안정된 전략기동군기지를 확보하고자 할 뿐인 것이다.

"미국을 신제국주의국가라고 비판하는 것마저..."

이러한 진실을 알고 나면 우리나라에 지금도 유엔사령부가 존속하고 있고, 우리의 세금을 미군 주둔에 쏟아붓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런데도 공안검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엔사 해체와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북의 지령과 사주를 받아 북의 무력적화통일노선에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주장은 내면화된 자발적 노예근성의 발로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 독립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그 국민이 외국군대의 철수를 주장하는 것을 범죄로 처벌하는 사태를 어떻게도 설명할 수 없다.
심지어 검찰은 북이 미국을 신제국주의국가라고 비판하는 것마저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공소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1국의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지배권을 당해 국가의 국경을 초월하여 다른 민족·국가의 영토나 지배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국가의 이념이나 정책"으로 정의되는데, 세계 각국을 무대로 일방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완전개방을 강요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거침없이 침공하는 미국의 행태를 신제국주의 이외의 다른 어떤 용어로 지칭하여야 할 것인가? 미국이 신제국주의 국가라는 사실은 자국의 학자들마저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적·절차적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는 이 나라에서도 보수세력의 눈먼 미국숭배주의와 남북관계·한미관계·북미관계를 지배하는 속임수와 허위의식을 바로보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국가보안법의 허구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이 법은 계속하여 연명하면서 우리를 검열할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언젠가 국가보안법은 이미 효력이 거의 상실되었으니 폐지하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했던가? 그 말 한 마디에 여당은 국가보안법폐지 당론을 휴지조각처럼 내던져버렸다. 그 순간 이 정권이 내걸었던 진보 개혁의 기치는 꺾여버렸다. 이 법으로 참을 수 없이 고통받은 수많은 무고한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미FTA를 보는 눈과 함께 가볍기 그지없는 역사의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회장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의 글입니다.

2007.10.08 22:2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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