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무국 |
 |
[오마이펌]"정형근 의원 등 UN인권위에 제소하겠다" |
|
2005/01/10 |
|
|
"정형근 의원 등 UN인권위에 제소하겠다"
심진구·하영옥씨... 헌재 각하결정-로마규정 해석 논란
오마이뉴스 조호진(mindle21) 기자
▲ 헌재의 결정문. 김영일, 김효종, 이상경 재판관 등 3인은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2005 오마이뉴스 조호진
지난 1986년 12월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37일간 안기부에 불법 감금된 채 성기고문과 물고문 등을 당했다는 심진구(45·경기도 안산시)씨와 하영옥(43·서울시 강서구)씨가 자신들을 고문한 안기부(현 국정원) 수사관들을 UN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심씨와 하씨는 지난해 4월 1일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13명의 안기부 수사관을 독직폭행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고 고법과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기각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6일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이 사건을 맡은 김영일·김효종·이상경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14일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심진구씨는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과 헌법재판소 등 국내 법 기관이 반인도적인 범죄를 외면한 만큼 정형근 의원 등 고문수사관들을 UN인권위원회에 제소해 진상규명을 시도하겠다"며 "고문범죄는 진실이 밝혀지면 언제든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감정과 국제법을 무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씨는 또 "정형근 의원은 공소시효 기간에 안기부 수사단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는 등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이러한 가해자를 고소하고 진상조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정 의원은 1996년 국회의원에 진출해 불체포와 면책특권을 이용해 고문 피해자들의 인권침해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헌재, 지난해 12월 14일 '검찰 불기소' 취소 소송 각하
▲ 심진구씨는 정형근 의원을 비롯해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박상규
이 사건의 성격과 공소시효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씨와 심씨가 정형근 의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직권남용체포죄' 및 '직권남용감금죄'는 각 7년 이하의 징역, 독직폭행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되며,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1993년 4월 18일이었다.
이와 관련 김영일 헌법재판관 등 3인은 "시효적용이 배제되는 국제형사재판소 관할범죄인 고문범죄는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서 그 공격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범하여진 행위로서의 고문(제7조 제1항 제6호)'을 말하는 것"이라며 "위 고소사실이 로마규정에 적용되어 공소시효가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국제관습법에 모든 고문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한다는 취지로 되어 있지도 않을뿐더러, 헌법 제6조 제1항 소정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 위 고소사실에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심씨와 하씨는 "정형근 등의 고문행위는 국제법상의 반인권적 범죄에 해당된다"면서 "대공수사기관이라는 국가권력의 조직적 지원 하에 전기고문, 물고문 등 인류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극악한 범죄"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영옥씨는 지난 7일 "헌재는 우리에게 가해진 고문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고문이 아니라고 했는데, 당시 전두환 정권은 장기집권을 위해 권력 차원에서 민주화세력에 대한 탄압과 고문이 자행됐으며 박종철군도 그때 사망했다"며 "헌재의 결정은 인권신장을 요구하는 법 양심을 따르기보다 보수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03년 4월 29일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하영옥씨가 대전교도소 정문을 나서다 딸 혁춘(5)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심규상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도 10일 "인권보호를 위해 국제인권조약 등 국제법을 적극 해석하면서 고문피해 사건을 접근해야 하는데 국내 법 기관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군사정권 당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문을 당한 많은 피해자들이 재활치료와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상임활동가는 또한 "국가 권력에 의한 고문·살인 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배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16대 국회에서 시도됐으나 무산됐다"며 "반 인권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적용 배제를 위한 법을 만드는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지훈(민변 국제연대위원장) 변호사도 "당시 안기부 등 공안기관은 시국사건 관련 인사들에 대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고문하고 불법 구금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헌법재판관들이 시대적 상황을 외면한 채 로마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 변호사는 "2002년에 발효된 로마규정은 발효 이전의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을 금지(24조1항)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고문수사관들의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고문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거사 청산작업이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마규정, 2002년 7월 발효-11월 한국정부 비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려는 시도는 여러차례에 걸쳐 진행되어왔다.
우선 정부는 전두환 등 5·18 쿠데타 세력에 대한 처벌 여론이 높게 일던 지난 95년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내란죄·외환죄·집단 살해죄 등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했다. 또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안기부에 의해 간첩으로 누명쓴 채 살해되고 은폐 조작된 '수지 김(본명 김옥분)' 사건의 진실이 2002년 밝혀지면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함승희 민주당 의원과 한나라당 인권위원회가 반사회·반인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별조치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각각 추진하기도 했다. 또한 민변과 인권단체들도 공소시효 배제법안을 16대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는 끝내 무산됐다.
이밖에도 최종길교수 의문사 사건, 이근안 고문사건, 삼청교육대 사건, 미군에 의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여론화 될 때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위해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1998년 로마회의에서 채택된 로마규정은 2002년 7월 발효됐고 한국 정부는 같은 해 11월 비준했다. 법무부와 민변 등은 로마규정 이행입법을 둘러싸고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로마규정은 "민간인에 대하여 광범위하거나 조직적인 공격으로 자행된 고문, 살인, 강제이주, 구금이나 자유박탈, 강간 등 비인도적 행위"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
|
|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