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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펌]87년 6월의 함성, 촛불되어 광화문 밝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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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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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의 함성, 촛불되어 광화문 밝히다
[인터뷰] 국보법 연내폐지 범국민 촛불대행진 참가자
민중의소리 천현진 기자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는 거리의 풍경이 있다. 1987년 6월 거리는 '자유'를 외치며 독재를 타도하려는 열기로 가득했다.
그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과 우리는 좀더 나은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17년이 지난 2004년 12월의 겨울은 따뜻하기만 하다. 시민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밝히고 거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87년 거리를 메웠던 함성은 촛불로 되살아 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18일 오후 좀더 나은 세상이 오리라는 믿음과 승리를 확신하는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을 만나보았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우리들의 몫
87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김진수(서울. 36세. 회사원)씨. 그는 87년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입시공부 하느라 나라가 큰일 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거리에 함께 나서지는 않았었다. 그 거리의 모습은 탄압이 거셌지만 모든 국민들이 똘똘 뭉쳐 자유를 향해 하나로 외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지금 거리의 모습은 우리의 목표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조금은 느슨해 진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받는다"
그는 "6월 항쟁을 겪고 개혁세력으로 나선 열린우리당을 보면 불안해 진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거리에서 우리의 힘과 민심을 보여주면 그들이 바뀔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는 촛불을 밝히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열린우리당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하나하나 촛불을 밝히고 광화문을 촛불의 바다로 만드는 바로 우리들의 몫"이라는게 김진수 씨의 생각이다.
내 아이들에게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두 아이를 데리고 가족과 함께 거리로 나선 유순화(인천. 35세. 주부) 씨. 그는 87년 당시 명동성당 뒤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이었다.
"학교를 왔다갔다하며 매캐한 최루탄 냄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지나다니면서 도시 전체가 뿌연 회색이라는 느낌 밖에는 없었다"
광주항쟁이 일어났을 때도 선생님중 한 분이 '오늘은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난 날이다'며 한마디 만을 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지나쳐 버릴 일만은 아니었다"며 당시를 후회한다.
"예전에는 국가보안법 하면 무시무시해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으니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개혁을 위해 열린우리당을 국회로 보냈는데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우스은 모습을 보여 이제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다"
"아이들과 효순이 미선이 촛불때도 함께 했었는데 미대사관 앞에서 막아선 전경차를 왜 우리 엄마 아빠가 밀어내려 했는지 아직도 궁금해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직도 못 이룬 자유세상을 살게 하고 싶다는 바램을 촛불로 밝혀본다"
썩은 법과 같이 살 수 없다
△방독면을 쓰고 참가한 김정영씨 ⓒ민중의소리 김철수
국보법이라는 썩은 법과 같이 살수 없다며 방독면을 쓰고 나타난 김정영(서울. 43세) 씨는 1987년 청계천 미싱 노동자로 거리로 나섰다.
그는 "독재가 나쁘다. 바꿔야 한다"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나서 다른 것은 잘 몰랐다고 한다.
"그래도 그 때는 군중들이 모여 해냈었다. 지금까지 오면서 절실해진 문제가 당장 없어지니 점점 시민들이 소극적이 되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도 절실하지 않아 그 수가 87년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지금 우리는 본질을 보고 있고 다시 거리로 모이고 있다. 거리로 나오면 여론을 읽을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는 "열린우리당에게는 일정정도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그들에게 요구한다. "우리 국민은 자유로운 숨을 쉬고 싶습니다. 연내에 국가보안법을 완전폐지 하십시오"
여기 모인 새로운 세대가 나서주길
도로 한켠에선 70대 어르신 세분이 함께 촛불을 들고 있었다.
87년 선생님, 자영업, 정치활동을 하셨던 세분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한다.
이 어르신들은 87년 6월의 모습을 시위가 아니라 전쟁이었다고 기억한다.
"경찰과 시민 모두 마주쳤다 하면 의례 싸워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혔었어. 최루탄, 화염병, 돌이 날아다녔으니 말이야"
요새를 보면 양쪽다 점잖아져 어르신들이 보기엔 "많이 양반됐다. 놀이 갔다"는 느낌 이시다.
"독재 정권에서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더 나아가 통일된 세상에서 살고자 시민들은 울분에 못견뎌 뛰쳐 나왔었어"
"이 투쟁에서 국민들의 의식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그 동안 민주화가 조금이나마 진전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2% 부족해"
"개혁은 쉽지 않다. 국민들이 나서야 하는데 살기 편해지니 손을 찾고 제 살길들만 찾고 있어 문제야"
"국회를 봐도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의지는 있지만 한나라당 보수세력에 밀리고 있는 것이 문제야. 그들을 깨야해"
고향 이북에 죽기전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시라는 어르신들은 "우리 민족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냐"며 한탄의 말씀을 던진다.
"여기 모인 새로운 세대는 다시 나서야 해. 우리는 그것에 기대를 걸고 있어"
'재천사랑' 동호회 열린우리당 좀더 잘해주길
현장을 돌면서 '재천사랑'이라는 동호회 회원을 만났다.
두달 전쯤 MBC 이슈앤이슈 토론회에 나온 최재천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를 보고 "다른 국회의원들 누구보다 소신있고 전문성이 돋보여 동호회를 만들었다"고 시삽(id 푸른나무. 36세)은 말한다.
최재천 의원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대단하다.
최재천 의원은 얼마전 한나라당의 저지를 뚫고 법사위에 국보법폐지를 상정한 바 있다. 이후 동호회 회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트래픽이 걸려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 였다고 한다.
최재천 의원은 회원들과의 소통에서 "충분히 기다렸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됐다"면서 "국보법 완전폐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들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또 "국보법 폐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해왔다"고 시삽은 말했다.
푸른나무는 87년 6월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는 "집도 시골이었고 너무 어려 잘 몰랐지만 박종철 고문사건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또 "그 투쟁의 결과로 형식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뤘지만 아직 민주화 완성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 동안 국민의식이 높아졌다면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 말고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같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87년은 불안하게 싸웠지만 지금은 이슈를 즐겁게 풀어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국보법 폐지도 그 당시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었나.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으 배경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탄생했다. 아직 노련미가 부족해 여우같은 한나라당에 말려들고 있지만 앞으로 잘하리라는 기대도 걸어본다"
87년의 매캐한 연기속의 함성은 촛불이 되어 광화문을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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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