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서울지역
도보행진단이 29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마지막 촛불을 지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국가보안법 폐지 서울지역 도보행진단(도보행진단, 단장 김창섭)이 29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마지막 촛불을 밝혔다.
25일부터 매일 저녁 7시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도보행진단은 이날 촛불행사를 끝으로 5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내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저녁 7시 30분경 교보문고 앞에 서명대를 마련하고 "17대 국회는 국가보안법 완전폐지하라", "국가보안법 반대하는 한나라당 해체하라"는 현수막 뒤에 촛불을 들고 모인 60여명은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발랄한 율동을 선보이며 무심코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 잔뜩 움츠린 채 지나가다가 서명판을 보고 선뜻 다가와 서명을 했으며 주로 40대 중반의 '넥타이 부대'들의 자발적인 서명이 줄을 이었다. 서명판을 외면하고 지나가는 시민들도 도보행진단의 끈질긴 설득에 다시 발걸음을 돌려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서명판 들고 갈께요! " 서명을 꺼리는 한 시민에게 도보행진 단원이 서명판을 들고 가 끈질기게(?)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눈에 띄게 열심히 서명운동을 펼친 박은자 씨(30)는 "한국전쟁을 겪은 분들의 경우 아직 보안법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어 욕을 하고 지나가기도 하지만 30∼40대의 시민들은 많은 분들이 서명에 참여하고 있으며 10대들은 학교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서인지 국가보안법 폐지 서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대의 경우 국가보안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관심도 적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명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인터뷰 해보니 세대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인식정도가 조금씩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었다. 서명에 참여한 20대 시민 조원호(25)씨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잘 모르지만 국회의원들이 하는 짓이 보기 싫어서 서명에 참여했다"며 정치인들에 대한 반발감 만을 강하게 보였다
30대 초반의 시민 이영주(31)씨는 "낮에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국가보안법 문제가 나왔는데 어쨌든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히고 "주위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잘 안다기보다는 일단 폐지하고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30대 후반의 시민 정우식(36)씨는 "30대 후반의 경우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생각에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 해도 세상은 뒤집히지 않으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 같다"고 말하고 "현실적으로 국가보안법이 있어봐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대이며 현재 이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정치인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다소 구체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뷰를 하는 사이 서명지 5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서명으로 어느새 가득 차 있었다.
도보행진단 강신원 부단장은 "촛불문화제에 참여해 분위기를 돋우는 우리 대오가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관심도 확 달라진다"며 "시민들은 결코 냉담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호적이나 직접적으로 자기의견을 표출할 공간이 없어 참여하질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보다 확대돼 시민들의 참여공간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보행진단의 활동에 대해 "각 단체들의 참여를 유도해 23일 국민문화제를 시작으로 11월 2일 국회 앞 농성까지 운동의 맥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강 부단장의 평가대로 도보행진단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내기까지는 단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부산에서 홀홀 단신 서울로 올라온 부산여성회 황임봉 사업부장은 여성회 회원 집에 5일 동안 신세를 지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거리를 누볐다.
황임봉 부장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숙제라는 생각에 상경했다"며 아이가 있는 여성들도 오후 4시∼6시까지 잠깐이라도 결합해 폐지운동을 진행하는 등 열성적인 참여를 보이고 있다"고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회사를 마치는 대로 부리나케 양복차림으로 달려온 이동주(32세, 관악청년회)씨도 "회사에서 식사시간 간간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눈다"며 "청년회 활동이 없는 날은 꼭 촛불문화제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20여명으로 시작한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모여들어 금새
60여명으로 불어났다. [사진-통일뉴스 김규종기자]
현재까지 도보행진 및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연인원은 총 130여명(한청 추산). 비록 수는 적지만 도보행진단의 노력은 멀어져 가는 시민들의 관심을 붙잡고 있다.
5일 동안 총 75km를 걸어온 도보행진단은 30일 미아역 5번출구에서 오전 8시 30분에 만나 혜화역까지 마지막 행진을 벌인 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서원아파트에 앞에 1시경 모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 앞까지 또 다시 행진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하는 한나라당 심판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여하기에 앞서 해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저녁 8시 30분 경 촛불행사를 마친 이들은 서로 '수고하셨습니다'고 인사를 나눈 뒤 '철망앞에서'란 노래를 함께 부르고 5일간의 촛불문화제를 모두 마감했다.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