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무국 |
 |
[오마이뉴스펌]4대 개혁입법, 정기국회 넘기나 |
|
2004/11/29 |
|
|
4대 개혁입법, 정기국회 넘기나
여당 "연내처리 입장 불변" 선언했지만... '현실론' 급부상
최경준(235jun) 기자
▲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4대 입법 상정을 반대하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끝끝내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개혁입법을) 상정조차 거부한다면, 우리로서는 국회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다 활용해서 상정하겠다."
29일 오전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천정배 원내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부영 의장도 "이렇게 정국을 마냥 표류하게만 만들 수 없다"며 "수삼일 안에 결단을 내리겠다"고 가세했다.
열린우리당이 이날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대해 '새삼스럽게' 연내처리 방침을 재확인하고 나선 배경에는 정기국회 회기 만료일(12월 9일)이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4대 입법을 회기 내에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겉으로는 '4대 입법 연내처리 방침은 불변'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안으로는 '한나라당이 실력 저지로 나올 경우 대책이 없다'는 현실론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주말 열린우리당이 상징적 법안인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선을 노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천정배 "국보법 따로 분리해 처리 3+1 전략 제안"... 중진들 반발로 제동
열린우리당은 휴일인 28일 오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이종걸·김영춘 원내수석부대표, 우윤근 부대표, 이광재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원내부대표단 회의를 열어 4대 법안 처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천 원내대표는 4대 법안 중 국보법만 따로 분리해 나중에 처리한다는 '3(사립학교법·언론개혁법·과거사규명법)+1(국보법) 전략'을 대야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앞서 천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밤 강경파 초선의원들과의 회동에서 4대 입법 처리를 위한 대안을 조심스럽게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 원내대표의 분리처리안은 27일 이해찬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28일 밤 시내 모처에서 이부영 의장 주재로 긴급 지도부 대책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천 원내대표의 대안이 대세가 되는 분위기였다.
천 원내대표는 이 회의에서도 재차 "당내에서 국보법 폐지안 처리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며 3+1 전략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임채정·장영달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거세게 반발해, 결국 "4대 법안 연내 처리 추진"이라는 기존 방침으로 재선회했다.
▲ 지난 24일 의회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초선의원 토론회에 참석해 당부의 말을 하는 천정배 원내대표.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또 이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정부여당의 4대 국민분열법이 통과가 된다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재앙이 몰려올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한 것도 천 원내대표의 대안에 제동을 거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나라당의 약속도 없이 국보법 처리를 미뤘다가는 지지자들의 반발로 명분을 잃고, 나머지 3대 법안 처리 전망도 불투명해져 실익도 잃을 것이라는 중진들의 주장이 힘을 받은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보법의 연내 처리를 미루고 경제 민생입법을 우선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의견을 물었지만, '해보지도 않고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 있어 채택되지 않았다"며 "기존 방침대로 4대 입법의 상임위 상정 등 연내처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 회의에서 '(천 원내대표가 제안한) 대안(3+1)으로 선회했을 때 어떤 파장이 있겠느냐'는 논의를 했다"며 "우선 원내대표단의 협상력 부재를 들어 강경파를 중심으로 천 원내대표에 대한 탄핵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이 선택할 수 있는 안은 '4대 입법 연내 처리'라는 원칙론밖에 없다는 것이다.
"4대 입법 연내처리" 방침은 사실상 선언적 성격
그러나 정기국회 회기 종료가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기금관리법 등 민생 경제입법과 새해 예산안 처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한나라당이 '4대 입법 결사저지'를 공언하고 있어 4대 입법의 연내처리 방침 재확인은 사실상 선언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김영춘 원내부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4대 입법을) 연내에 처리 하겠다는 확고한 자세와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10일안에 다 하겠다고 하기는 어렵고,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 일정도 감안해서 상임위별로 상정 가능한 것부터 처리하겠다"며 "그러나 새해 예산안 등의 처리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종걸 수석부대표도 국보법 처리와 관련해 "일단 법사위에 상정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부대표는 특히 "국보법과 다른 3대 입법을 분리처리 하는 방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4대 입법 처리와 관련해 당분간 '정해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안건을 처리한다'는 원칙론을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만큼 순차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온건론이 잠재된 형태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론은 4대 입법과 관련 한나라당과의 합의가 안되면 민주노동당 등과의 연대를 통해 표결을 강행해서라도 '상임위 상정→법안심사소위 회부→상임위 의결→법사위 의결→본회의 의결'의 국회 절차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김원기 국회의장은 국회 예결특위 가동 문제에 대한 절충을 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회담을 주재한 자리에서 4대 법안에 대한 의장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여당의 경우 4대입법에 대해 연내 처리하겠다는 태도이고 야당은 몸을 던져 결사 저지하겠다고 하는데, 두 당 모두 마땅치 않다"며 "의장은 (양당이) 합의하고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하겠지만, 대안이 없고 물리력으로 저지하겠다면 의장의 권한으로 위법적인 사태를 막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이 정기국회 내에 직권상정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기국회 이후 열리게 될 임시국회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반면 온건론은 4대 입법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기금관리기본법 개정 등 민생·경제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개혁입법은 처리 시기를 늦추거나 국보법은 내년으로 연기하고, 3대 입법에 대해서만 한나라당과 절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종석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기국회에서는 민생 예산 관련 법안들부터 처리하고, 4대 입법은 임시국회를 열어서 연내에 처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인 것으로 안다"며 "4대 입법을 처리하는 쪽으로 야당을 끌고갈 수만 있다면 한두 달 시기가 미뤄지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종걸 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와 만나 "경제입법이 (개혁입법에 비해) 파급력이 큰 게 사실"이라며 "경제입법 처리가 안 될 경우 이대로 경제가 나빠져서 오는 파장에 대해 야당이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이 있고, 여당으로서는 어쨌든 경제입법으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 될 경우 노무현 정권 내에서 향후 개혁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찬성하는 의원들은 24일 오전 국회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조속한 국회상정을 촉구했다. 회견장 앞을 지나다 우연히 참석하게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즉석에서 인사말을 한뒤 오종렬 전국연합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
|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