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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보법 단식농성단에 참여한 김기호씨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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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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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에 빼앗긴 '신혼의 단꿈'
[인터뷰] 국보법 단식농성단에 참여한 김기호씨 부부
박상규(comune) 기자
▲ 아내와 함께 국보법 폐지를 위해 열흘 째 단식하고 있는 김기호씨. ⓒ2004 박상규
“소금하고 감잎차 많이 먹어라”
결혼한 지 25일째. 신혼 생활 1개월도 안된 새신랑 김기호(31)씨는 새색시 조성희(29)씨에게 이 말밖에 해줄 수가 없다. 다른 좋은 말도 많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단식에 참여하고 있는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김기호·조성희 부부. 이들은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위한 560여명의 국민단식농성단 사이에서 ‘울산 부부 단식농성단’으로 불린다. 이들은 지난 11월 20일 울산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다. 신혼의 달콤함을 느끼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지난 12월 5일 서울로 와 다음날 6일부터 단식농성단에 결합했다. 신혼 생활의 반을 굶고 있는 셈이다.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해 부부가 함께 굶기 시작한 지 벌써 10일이 지났다. 원래 건강한 체질이라는 김기호씨는 아직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내 조성희씨는 15일 의사로부터 “더 이상의 단식은 무리”라는 진단을 받았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의사가 무리라고 했지만 아내는 ‘쓰러질 때까지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게 많이 안타깝지만, 끝까지 잘 견뎌보자고 말했습니다.”
15일 저녁 7시. 이틀째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는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 촛불문화제'에 조성희씨는 참석하지 못하고 여의도 천막 농성장에 남았다. 김기호씨는 그런 아내의 몫까지 대신하려는 듯 촛불문화제에서 자유발언을 하는 등 열심히 참여했다.
“우리 예쁜 새색시의 원래 몸무게는 39kg입니다. 그런데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또 3kg이 줄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단식에 참여했을 때 친구들이 모두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징그러운 국보법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수구세력이 그토록 목숨 걸고 지키는 56년 된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려면 미친듯이 싸워야 합니다. 수구세력들이 우리를 보고 ‘저 놈들 정말 미친놈들이구나’ 싶을 정도로 싸웠을 때 국보법은 폐지될 수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며 김기호씨는 천진스럽게 웃어보였다. 단식 열흘이 지났지만 김씨는 여전히 ‘미친’듯이 싸우고 있다. 미쳤다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부부가 국보법 폐지를 위해 사생결단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국보법은 저의 원수입니다. 저는 국보법 때문에 소중한 청춘의 절반을 수배생활로 보냈습니다. 그렇게 5년을 수배생활로 보내고 작년엔 5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국보법이 살아있는 한 저는 화가 치밀어 올라 행복하게 살 수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행복하기 위해 짧은 순간 굶고 있는 것입니다.”
김씨는 울산대학교 93학번이다. 98년 인문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한총련 대의원이 되었고 자연스레 이적단체 가입이라는 국보법 사슬에 걸렸다. 그는 5년 동안 학교에서 숨어 지냈다. 그 5년 동안 김씨는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입었다.
▲ 김기호씨 ⓒ2004 박상규
“저의 장인어른이 되시는 분은 당신이 살아계실 때 딸의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땐 제가 수배중이라서 장인의 소망을 들어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장인은 2002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도 장인어른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부부가 함께 단식을 하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 보기도 힘들단다. 소속된 할동조가 틀려 움직이는 동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기상해서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투쟁 일정 속에서 가끔 마주 칠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게 전부다.
“저와 아내는 울산 사람이라서 추위를 잘 탑니다. 서울이 울산보다 훨씬 춥더군요. 추위 때문에 새벽에 자주 눈이 떠집니다. 솔직히 배고픈 것보다 추위를 견디는 게 더 힘듭니다. 국보법을 빨리 끝장내고 따뜻한 집에서 생활하고 싶습니다.”
지금 울산 동구 민주노동당원이다. 그러나 4대 입법 추진에 있어서만큼은 열린우리당을 열렬히 지지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열린우리당이 국민들의 개혁 열망을 배신하고 한나라당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국민의 힘과 지지를 믿고 개혁 입법을 강하게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씨가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대단한 음식이 아니다. 김씨는 여의도 샐러리맨들이 아침 출근 시간에 즐겨먹는 토스트가 가장 먹고 싶단다. “빨간 케첩과 하얀 설탕이 들어있는 토스트를 마음껏 먹는 것이 소원”이라는 김씨.
“국보법이 폐지되고 단식이 끝나면 한동안 아내와 함께 맛있는 것만 먹으러 다닐 겁니다. 그날이 제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국보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우리 부부가 단식을 끝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내와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겠다는 소박한 김씨의 꿈은 국보법에 가로막혀 있다. 국보법으로 20대의 절반을 희생한 그는 여전히 신혼생활을 희생하고 있다. 그의 소박한 꿈은 언제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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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