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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펌]정형근 “간첩소리 나올 때까지 더 족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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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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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간첩소리 나올 때까지 더 족쳐!”
[프로메테우스 2005-01-26 15:26]
△ (사진 왼쪽부터) 여운형 암살사건의 이기형, 민족일보 사건의 조용준, 김장길 조작간첩 사건의 김장길,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의 심진구, 원폭피해자 곽기훈 씨가 각각 사건의 증언자로 나서 증언하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올바른 과거청산법 제정을 위한 국가폭력피해자 증언대회
[프로메테우스 장보임 기자] 지난 12월 17일 ‘국가보안법 고문ㆍ용공조작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린데 이어 2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과거청산 범국민위)와 ‘과거사청산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공동주최로 ‘국가폭력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국가권력에 의해 그동안 숨죽이며 살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여운형 선생 암살 사건,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형 사건, 김장길 조작간첩 사건,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원폭피해 등이 다뤄졌으며 이 자리에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비롯하여 전ㆍ현직 국회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진보당 조봉암 선생 사형 사건을 증언할 예정이었던 조봉암 선생의 장녀 조호정씨는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과거청산법 제정할 것”
과거청산 범국민위 오종렬 상임대표는 “국가권력이란 반드시 국리와 민복만을 위해서 행사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국가권력, 국리와 민복을 해치는 국가권력, 사람을 사람 아니게 하는 국가권력, 거짓 죄를 꾸며 만들고 사람을 해치는 국가권력이란 꿈에라도 이 세상에 없어야겠고 혹여 있다면 이것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청산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대표인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은 “우리민족은 지난 100년 동안 잘못된 역사와 고통에 살았다. 이민족에게 나라를 뺏겼고 독재세력, 군부세력에게 나라를 맡겨 국가폭력에 시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4ㆍ3항쟁 진상규명 운동을 했던 제가 국회에 들어온 것은 역사를 바로 세우라는 하늘의 소명”이라며 “초심을 잃지 말고 싸워 역사를 제대로 밝히자”고 호소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요즘에 과거사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이런 것을 많이 하고 다니면 정치권에서 ‘왜 옛날 것만 주장하고 다니냐’, ‘강경파다’라고 공격을 당하고 ‘과격상업주의자들이 하는 짓이다’라는 묘한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며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장 의원은 또한 “한나라당의 실용주의가 ‘과거를 적당히 덮고 친일, 군사쿠데타도 없는 것으로 얼버무리고 가자’라는 실용주의라면 저는 단호히 거부한다”며 한나라당의 태도를 비난했다. 장 의원은 “2월 국회가 열리면 이 법안들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관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몽양 선생이 ‘왜 돌아가셨는가?’ 역사적 근본적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몽양 여운형 선생 암살사건을 증언한 이기형 씨는 “선생이 돌아가신지 58년이 흘러갔지만 선생이 왜 돌아가셨는가, 누가 왜 죽였는가 등의 역사적 근본문제는 조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과거청산법이 진작 제정됐더라면 선생의 모든 이야기가 남북에 밝혀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 씨는 “친일잔재 세력들 보수 수구 세력들이 여운형을 위시한 민족지도자들을 훼방하고 가둬놓는 작업 등으로 통일되지 못한 것”이라며 “관동군 앞잡이로 민족을 팔아먹고 조선군 사령부에서 우리민족의 모든 것을 팔아먹던 그 사람들이 해방 후 우익이라는 우산 쓰고 애국자로 둔갑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 친일세력의 잔재들이 오늘날 되살아나서 국가보안법을 사수하자고 한다”며 “역사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지 뒤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근로인민당 당수였던 여운형 선생은 1947년 7월 19일 오후 1시쯤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한지근이란 청년에게 피격되어 사망했다.
여운형 선생의 동생 여근농 씨는 <몽양 여운형>이라는 책에서 이미 △총격이 일어난 지 몇 분 만에 모 단체의 벽보가 나붙은 것 △신변변호인 박성복이 범인을 쫓으려하자 경찰이 저지한 점 △범인 한지근의 배후 조종자가 있고 체포 장소도 바뀌는 등 의문스러운 점을 들어 경찰과 당시 이승만 정권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조용수 사장을 죽인 그 법관은 아직도 뻔뻔스럽게 살아있다”
조용수 사장의 동생인 조용준 씨는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죄목인 △일본에 있는 북한 간첩 이영근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것 △반국가적 단체의 간부 △이북괴뢰집단 주장내용에 적극찬동 추진 등 세 가지에 대한 반론을 제시했다.
조용준 씨는 “간첩이라는 이영근은 박정희 정권의 지원으로 동경에서 통일일보라는 일간지도 발간했다. 또 이영근이라는 사람은 죽은 후에 노태우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람이다. 간첩에게 훈장을 주는 정부는 어떤 정부인가?”라며 이영근 간첩설 자체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반국가적 단체의 간부라는 죄목에 대해서는 “민족일보를 정당사회단체로 오인한 법관들의 법인식이 어느 수준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조용수 사장은 당시 어느 정당에 가입한적도 없다”고 밝혔다.
△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구속됐던 심진구 씨가 자신을 고문한 사람을 기억해 그린 몽타주를 보여주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장보임
조 씨는 “신문의 논조가 용공적이고 친공적이었다는 판결의 근거인 1961년 5월 11일자 민족일보 사설 ‘북한정권은 먼저 민족자주정신에 서 있다는 증거를 보여라’는 균형된 논조였다”며 “그것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은 신문을 읽지 않고 재판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당시 법관들이 무슨 재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생사람을 때려잡은 그 재판에 관여했던 법관들이 아직도 뻔뻔스럽게 살아있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그 법관 중 한 사람이 한나라당 전 총재 이회창 씨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사람들은 간첩을 잡는 사람들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간첩제조기사’들”
김장길 씨는 “이런 발표를 해도 괜찮을까, 보이지 않는 압력이 내 주위에 서성거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1970년 무역 엑스포가 열리던 당시 일본에 계신 아버님의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외5촌 박상용 씨를 비롯한 일가친척들도 만나고 도장기계와 사업자금을 얻어 귀국했다. 이후 73년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에 갔다가 20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74년에 아버지 병세가 악화되어 다시 찾아갔고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들어와 ‘뼈라도 고향에 묻어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고향에 묻어드린 후 일본에는 갈일이 없었다.”고 일본에 갔던 일들을 설명했다.
81년 당시 건설회사를 하고 있던 김 씨는 “81년 5월10일 전라도 군산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경찰 두 사람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형사들이 2시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300여 미터 떨어진 주차장으로 따라갔더니 검은 짚차 한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것을 본 순간 ‘형사들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잡혀가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갖은 고문, 협박, 구타를 당하면서 간첩이 되어갔다. 그 사람들은 간첩을 잡는 사람들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간첩제조기사’들이다”라고 말하고 “구타, 잠 안 재우기, 발가벗기고 성기를 침대 각목으로 쑤시는 등 모욕감을 줬다”며 과거 고문 받은 기억을 진술했다.
김 씨는 “결국 아내와 자녀들까지 고문할 것이라는 협박에 거짓 진술했다”며 “일본에 3번 갔다는 사실에 한번 만났던 박상용을 세 번 만난 것으로, 옥포조선소 현황을 박상용에게 말해 국가 기간산업의 비밀을 가르쳐줬다고 거짓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남 거제군 옥포조선소는 74년 중반부터 80년대까지 만들어진 조선소로 김 씨가 일본에 방문했던 70, 73, 74년에는 없었던 시설이다.
김 씨는 “그 당시 검사가 지금 국회의원인 사람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죽더라도 눈을 감고 죽자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라는 말로 증언을 마무리 했다.
“정형근을 비롯한 당시 고문수사관을 공개수배하고 UN인권위에 제소하겠다”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심진구씨는 “전두환 정권 말기 공안당국은 김영환을 체포 수사하던 중 내가 작성해 김영환에게 보여줬던 ‘선진적 노동자의 임무’라는 문건과 평소 대화내용 때문에 주체사상과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론을 김영환에게 전파한 주인공으로 나를 지목했다”고 자신이 끌려가게 된 경위를 밝혔다. 심 씨는 “1986년 12월 10일에 강제연행 되어 37일간 남영동 안기부 지하복도 심문실에 불법 감금된 채 ‘살인적인’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심 씨는 “1986년 12월 22일 경, 정형근 당시 대공수사단장이 남색 줄무늬 양복을 입고 마도로스 담뱃대를 입에 문채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정형근은 부하들에게 아직도 불지 않느냐고 다그치며 “간첩소리 나올 때까지 더 족쳐!”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심 씨는 “벌거벗겨진 채 6명이 두들겨 패더니 1미터 길이의 몽둥이로 성기를 내려쳤다”며 당시의 혹독한 고문을 증언했다. 그는 “고문ㆍ조작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나를 기점으로 당시 문익환, 백기완, 계훈제, 이소선, 이창복 등 소위 군부독재의 ‘반체제인사들’로 알려진 재야세력들을 모두 간첩으로 엮으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고문을 견뎌야 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군대시절 전방 근무의 기억을 살려 그린 그림을 수사관들은 ‘월북루트 지도’라며 몰아붙였다”고 밝혔다.
심 씨는 “최근 고문피해 증언이 잇따르면서 고문을 지휘했던 정형근 의원이 일말의 반성은커녕 오히려 날뛰는 소식을 접할 때마나 고문당했던 당시 상황이 떠올라 고통스럽다. 발가벗겨진 채 피투성이가 된 나를 짓밟고, 물고문을 하고, 성기고문을 가하던 안기부 고문 수사관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라며 직접 그린 정형근의 30대 후반 모습과 당시 고문수사관 4명의 몽타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고문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반인륜 범죄이며 고문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정형근과 고문수사관을 공개수배하고 이들을 UN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장에서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실용주의가 과거를 적당히 덮고 가는 것이라면 단호히 거부한다"며 과거사법 재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한국인 피폭자들은 60년간 국적도 없었다”
한편 일제강점기 피해 사례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곽기훈 회장이 증언했다. 곽 회장은 “당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살고 있던 한국인 7만 명 중 4만 명이 죽고 2만 3천명만 귀국했고 일본 전체 피폭자의 1/10이 한국인”이라며 당시의 피해가 컸음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한센병 환자와 같은 취급을 받고 주위에 상대하는 사람이 없어 대부분 거지가 되는 등 빈곤의 악순환이었다. 2만 3천명이 돌아왔는데 60년간 방치되고 지금은 1/10만 남은 상황이다”라며 그간의 처참함을 설명했다.
곽 회장은 “얼마전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 됐는데 한일협정에 피폭자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의 청산이 끝났으니 받을 것이 있으면 한국정부에 받으라고 하고, 한국 정부는 일본에 가서 입은 피해니 일본에 가서 말하라고 얘기한다. 양국 정부의 사이에 끼여 아무데도 말할 수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곽 회장은 “일본정부는 57년에 원폭의료법을 제정, 60년 특별조치법 제정, 94년 원호법 등으로 배상을 해주고 있다”며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 피폭자들은 지금까지 국적이 없었다. 국제고아로서 한국 사람도 아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울 때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설움을 토로했다.
곽 회장은 참가자들에게 “우리가 한국 국민입니까? 일본 국민입니까?”라고 물으며 “일본 정부가 보상하는 정도는 한국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한국 정부에 말하지 않았지만 이제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라도 국적이 있는 한국 국민으로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올바른 과거청산법이 제정될 때까지 싸울 것”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우리의 하소연은 몇 년 동안 해도 모자랄 것”이라며 “하루 빨리 과거사 청산을 위한 올바른 법이 제정되어 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3시간여에 걸친 증언대회의 마무리 발언을 했다.
임 소장이 “우리의 목적은 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국회를 원망했나. 그래도 여기 함께한 좋은 분들에게 더 열심히 싸워달라고 하자”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킨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과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임 소장은 “국민들이 모두 과거청산법을 지지하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또한 “2월이 가까워오자 또 천막이 쳐지고 우리의 투사들이 싸운다”며 서로 더 격려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증언대회의 사회를 맡은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오늘 이 증언대회는 지난 역사 속에 수많이 반복되어 왔던 진실을 밝히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너무나 많은 사연들, 죽음들, 역사왜곡들을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이 모두 벗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보임 기자 (boim@promethe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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