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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펌]‘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0돌 기념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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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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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0돌 기념미사
[한겨레 2004-10-13 17:39]
[한겨레] 명동성당서 안열린 까닭은?
어느 날 갑자기 남산의 지하에 끌려가 두들겨 맞아 뼈가 으스러지고 전기고문을 당해도, 빨갱이로 몰려 하루 아침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도, 언론이나 정치권은 물론 성직자들도 대부분 입을 다물고 오히려 압제자의 편에서 약자를 향해 ‘저 놈 잡아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절.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촛불을 들고 행진하며 온몸으로 이에 맞서던 이들의 기도가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그들의 기도는 국가로부터도, 신으로부터도 구원받지 못한 양심수들에게 빛이고, 희망이고, 하느님의 목소리였다.
천주교 상징이 아닌 한국언론회관서 맞아
“여전히 기성교회로부터 재평가 못받아”
창립 30돌을 맞아 새롭게 조명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대표 문규현신부)이 장년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선교 200년을 맞았지만 일제와 해방 전후 시대의 소명을 외면해온 천주교가 시대의 중심에서 역사를 견인한 종교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사제단 30년의 성찰’ 심포지엄에서 역사문제연구소장인 서중석 성균관대교수는 “사제단은 기존의 천주교에 대한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변화시켜 억울하게 당한 자, 소외된 자에게 의지처가 되었고, 과거와는 크게 다르게 진취적 개방적이고, 민중적·민족적 이미지를 심어주며 교회와 한국사회를 쇄신시키는데 귀중한 공헌을 했다”며 “70년대에 천주교 신자들이 크게 는 것도 이런 신뢰감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천주교 평신도 신학자인 황종렬 박사는 “1800년 전후 정약용과 그의 동료들은 개혁 기획을 품었으나 민중과 연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실패했으나 사제단은 양심 세력은 물론 노동자, 농민, 빈민 계층과 연대해 한국 역사에서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서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사제단이 출범한 직접적 계기는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의 구속이었다. 지 주교가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명의의 반정부 시위 주모자 가운데 한 명인 김지하씨에게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납치되자 사제들이 기도회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사제단은 신부들이 지 주교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핍박받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문제가 동일하다는데 눈을 뜨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주교는 이미 70년 전태일이 분신하자 ‘노동자 인권을 생각한다’는 내용으로 강론하며 사회의 불의에 눈감고 있던 교회의 양심을 깨우고 있었다.
유신독재 불의에 맞서고
광주사태·박종철사건 폭로
사제단은 74년 9월 창립한 뒤 긴급조치에 맞서 1200명의 신부, 신도들이 민주 회복과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 기도회를 명동에서 열었다. 1980년 광주교구 사제단은 ‘광주사태에 대한 진상’을 발표했고, 87년 5월17일엔 명동성당에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해 6.10민주항쟁을 이끌었다. 또 89년부터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날 30돌 기념식이 한국 천주교의 상징인 명동성당이 아닌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것이 암시하듯이 사제단은 기성교회로부터 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여전히 도전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천교구 김병상 몬시뇰은 미사 집전에 앞서 “‘왜 30돌을 명동성당이 아닌 이곳에서 맞나’를 놓고 묵상한 결과 예수께서 30살이 되어서 세상에 나왔고, 천주교도 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세상 속으로 나왔다”며 “‘사제단도 새로운 출발을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사제단에 헌신해온 함세웅 신부는 “이제 사제단을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민주운동단체가 모두 해체된 80년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을 때도 ‘사제단을 해체하라’는 요구를 받고, ‘우리는 둘 이상이 모이면 사제단이므로, 천주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제단은 없어질 수 없다’고 했다”고 일화를 들려주며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하라는 것”
평화위한 헌신이 제2기 소명
사제단 일동은 30돌 맞이 성명서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며 “참으로 잠에서 깨어나 그릇된 폐쇄적 사고를 극복하고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다시 열강의 각축장이 될 위기에 놓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헌신이 사제단 2기의 소명이 될 것임을 내보인 것이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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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