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무국 |
 |
[한겨레펌]보안법등 개혁·민생법안, 헛심 쓴 우리당…힘 아낀 한나라 |
|
2004/12/04 |
|
|
보안법등 개혁·민생법안, 헛심 쓴 우리당…힘 아낀 한나라
우리당 ＂진짜 힘으로＂ “한나라당이 힘으로 막는다면 힘으로 대응하겠다.”(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열린우리당은 3일 전날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등 ‘한국형 뉴딜 정책’ 추진을 위한 연기금 3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가 한나라당의 반발로 무산되자, ‘실력 행사’를 공식 선언했다.
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등에서 “경제가 망해야 당이 산다는 철학과 소신을 가진 한나라당과는 어떤 대화와 타협도 불가능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부영 의장도 “정부마저도 무력한 여당에 국회를 맡겨놓고 예산이고 법안이고 뭐가 되겠느냐고 질책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포기를 검토했던 그동안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시도하는 등 4대 법안 처리를 위한 ‘실행프로그램’ 작동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무소속인 신국환·최인기 의원으로부터는 이미 협력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 대표는 이날 김원기 국회의장이 개혁법안을 직권상정해주지 않을 경우 ‘표결 상정’하겠다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법은 의원 20명 이상의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 상임위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법안이라도 본회의에서 직접 다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원내관계자는 “직권상정에 대한 의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상임위에서 한나라당의 저지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상임위 상정 → 법안심사소위 논의 → 상임위 전체회의 표결처리 → 법사위 상정 → 법안심사소위 논의 →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본회의에서 바로 결론을 낼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열린우리당이 이렇게 강공으로 돌아선 데는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질타하는 당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의총에서 문학진 의원은 “우리가 공정거래법을 처리하지 못한 이유가 정족수 미달이라는 언론보도를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우리 내부에서 자세를 가다듬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어젯밤 본회의장에 안 들어왔는데, 이런 점도 원내대표단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창일 의원도 “전략·전술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고, 정치는 실종된 것 같고, 원칙은 있는 것 같은데 실행되는 게 없다”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강봉균 의원도 “우리가 지나치게 절차적인 민주주의에 집착하고 있다”며 “결국 국민들은 우리 당이 민생·경제 법안과 내년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종합대책 법률을 얼마나 뒷받침했는지 그 결과를 놓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한나라당 ＂힘엔 힘으로＂
한나라당은 3일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 및 민생·경제법안의 표결 상정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일방 진행하면 끝장”이라고 쐐기를 박으면서도, 한편으론 대화를 요구하는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한목소리로 “여당의 독주는 무조건 막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박근혜 대표는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시도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데 정부·여당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보안법 폐지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몸싸움’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곧바로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예산이고 민생법안이고 모두 끝장난다”고 말했다. 예산안과 민생·경제 법안 등을 여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당 한쪽에서는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을 4대 법안과 연계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야당을 무시하고는 주요 안건의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당장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가 애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동시에 열린우리당을 향해 “당분간 냉각기를 가지며 대화를 하자”고 유화적 태도도 내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쟁점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는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민생이 크게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니, 냉각기를 가진 뒤 충분히 의논해서 처리하자”고 말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양쪽이 모두 반성의 기회를 갖도록 일단 냉각기를 가지면서, 이 기간에 공개적이고 공정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오는 5일 정책의원총회를 소집해 연기금 관련 3법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대국민 홍보활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여론전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
|
|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