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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상영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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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신문] "내가 만난 프락치, 그는 인간이었다" -극영화 '프락치' 만든 황철민 감독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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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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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프락치, 그는 인간이었다"
극영화 '프락치' 만든 황철민 감독 인터뷰
[영화, 국보법 폐지를 말하다]
끈적이는 여름, 밀폐된 여관방. 제 기능을 다한 어느 대학생 '프락치'와 그를 감시하는 기관원의 동거.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떠들썩한 정치 사건을 피해 여관방에 숨어 든 두 사람.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실존적 의미의 인간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 줄 비디오카메라와 소설책 '죄와 벌'이라는 매개체는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아이의 자세로 이들의 새로운 관계형성을 촉발한다. 유머러스한 상황들 속에서 어느 순간 감시자와 감시당하는 자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정치적 인간'이던 이들은 어느새 '사람'으로 추락한다. 이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프락치 백흥용, 그는 누구?
황철민 감독의 영화 '프락치'(The Student Spying Cam, 2004, 100분, 컬러, 극영화)는 공안당국 시절 한 인간상을 통해 '시대의 비인간성',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독일에 유학 갔을 때 놀랐던 게 휴머니즘이 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말 그대로 휴머니즘. 황 감독은 "외지에서 보니 한국사회가 얼마나 사람의 가치를 무시해왔는가를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내가 해야할 일은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같은 인권 부재의 한국 현실을 영화로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황철민 감독(최문주 기자)
영화 '프락치'는 실제 프락치에 의해 조작된 간첩사건에서 시작됐다. 93년 독일 유학 당시 황 감독은 영화의 모델이 된 남매간첩단사건 조작에 가담한 백흥용씨를 직접 만날 기회를 갖게 된다. 안기부 프락치였던 백흥용씨가 사건을 폭로할 증거 기록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범청학련에 맡겼는데, 당시 범청학련의 부탁으로 이를 복사했던 '영화학교 유학생'이 바로 황 감독이었다. 당시 독일 녹색당, 범청학련, 민변 등의 도움으로 백흥용씨는 독일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조작사건을 폭로했다. 당시의 정황이 영화 '프락치'의 시발이 됐고 황 감독은 96년 서울로 돌아와 곧 바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당시 백흥용씨는 심리적으로 굉장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라도 누군가에 의해 (아마 공안 당국을 지칭하겠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돼 사라져 버리는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공포가 심했다. 영화 프락치는 그 심리적 공포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을 극화한 것이다."
당시 백흥용씨의 행적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점들이 많았다. 말이 자주 바뀌거나 양심선언 과정에서도 안기부 요원들을 만났다고 하는 등 주변인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일부에선 그의 양심선언 자체도 '안기부의 작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한인사회에도, 독일 현지인들 사이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던 백씨는 96년 경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누구도 믿지 못할 프락치의 상황이 그를 어느 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도록 황폐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영화의 경우 의문사로 처리되는데, 그의 월북도 '사회적인 의문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쁜 간첩 김삼석입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화 '프락치'의 공식적인 첫 시사회가 열렸다. 국가보안법폐지 입법을 추진한 국회의원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시민사회, 종교계, 국회의원, 진보적 언론계 등이 주축이 돼 '국가보안법폐지와 영화 프락치 전국상영 추진위원회'도 구성돼 지속적인 영화 상영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시사회에는 당시 남매간첩사건의 피해자인 김삼석씨도 참석했다. 김씨는 영화가 끝난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이쁜 간첩 김삼석입니다, 이렇게 이쁜 간첩 보셨나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제는 이름 앞에 간첩이라는 두 글자를 떼고 싶다"고 소망했다. 억울한 과거의 타이틀이 현재도 진행형이 되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 극우 보수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빗대 한 말이었다.
황철민 감독은 국가보안법의 가장 큰 악덕은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좌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조항을 넣고 빼고는 사실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국가보안법 폐지는 우리사회 최소한 윤리성 회복의 문제입니다."
최소한의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에 관한 인식은 왜 이리 극과 극을 달릴까. "한국사회가 불균형의 상태로 병들었기 때문이에요.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리던 지난 20세기, 그 가치가 너무 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가치들은 무의미해졌죠. 그 결과 국민들은 이제 돈에 관련된 욕망은 엄청 감각화 된데 반해 공동체적 신뢰나 문화적 욕망은 아주 축소되어있어요. 한쪽 발로 절뚝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황 감독은 지난 10일 국회 시사회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를 찍는 것을 시작으로 '내가 만난 프락치'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돌입했다. 영화는 프락치 백흥용씨, 그를 목격한 주변인들의 증언을 담는 것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충북 옥천 지역의 안티조선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옥천전투'를 비롯해 세종대 사학비리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황 감독은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타이틀로 '극영화'를 선보인 데에 부담감이 없지 않은 듯 하다.
절름발이 한국사회상 고발
"다만 영화는 영화일 뿐 정치적 영화, 비정치적 영화 구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황 감독은 관객들이 쉽고 단순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나의 자유에 대해, 나와 국가보안법의 관계에 대해. 가령 옆집에 사는 누가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했다. 우린 왜 거기에 무관심하게 살았을까. 나는 왜 거기에 해당이 안되고, 그 사람은 해당될까." 황 감독에게 프락치에 대한 '영화 찍기'와 '영화 보기'는 한국사회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이다.'프락치'는 지난 9월 벤쿠버영화제에 초청됐다. 지난 18일 전주인권영화제에도 선보였고, 오는 27일에는 경남 민언련, 30일에는 한신대전문대학원 캠퍼스 등 전국 순회 상영이 이어질 예정이다.
최문주 기자 cmjo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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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