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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펌]"수사관들이 얼굴에 오줌 부어 먹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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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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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들이 얼굴에 오줌 부어 먹였다"
[현장] 국보법 피해 노동자들, 민주노총 주최 기자회견서 폭로
오마이뉴스 조호진 기자
박정희 군사정권뿐 아니라 역대 정권들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는 노동자와 생존권 보장을 호소하는 서민들을 '빨갱이' 혹은 '국가전복세력'으로 몰아 탄압한 사례가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과정에서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민주노총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고문배후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보법 피해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증언을 들었다.
이날 증언에는 배만수(45·현대차노조 조합원)씨를 비롯해 이해관(42·현 한국통신노조 해고자) 전 한국통신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전교조 서울시지부 사립위원장, 김승호 민주노동연구소 대표,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해 국보법에 의한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고문당한 사실 묻어둔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배씨는 고문의 기억을 꺼내며 고통스러운 듯 울먹였다. 배씨는 지난 89년 7월 어용노조였던 현대자동차노조를 민주노조로 탈바꿈시키는 투쟁과정에서 사소한 일로 대공기관에 연행, 심한 고문에 시달리다 국보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대공 수사관들은 얼굴에 수건을 덮어씌운 뒤 물고문을 했으며 심지어 자신들의 소변을 주전자에 담아 얼굴에 부어 억지로 먹게 했다.
수사관들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기업 노조에 침투했다'라는 진술을 강요했다. 고문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하면 동료들이 똑같은 고통을 당할 것이 두려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씨는 "조합원에게 민중가요를 알려주기 위해 '조선은 하나다'라는 노래 가사를 대자보에 써 부착했는데, 공안 수사관들은 '조선'이라는 말을 썼다고 빨갱이로 몰아 고문했다"며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만드는 투쟁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국가보안법이란 올가미를 씌웠던 것"이라며 국보법이 노동자의 권리찾기 투쟁을 매도하는데 악용됐다고 비판했다.
배씨는 특히 "고문당한 사실을 가슴에 묻어둔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아왔으며 고문의 고통을 기억에서 지우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놓다가 울먹임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배씨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국보법이 어떻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인간성을 파괴시켰는지... 한 인간을 처절하게 파괴시키는 상황이 다시 벌어져선 안 된다"며 국보법 폐지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이해관 한국통신노조 전 부위원장은 "95년 임금투쟁 판도는 한국통신노조가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고 민주노총의 투쟁열기도 높았던 시기였다"며 "노조가 정부의 임금인상안 5%를 거부하자 '한국통신노조는 국가전복세력'이라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고 다음날 노조간부 64명에게 일제 검거령이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박정훈 전교조 서울시지부 사립위원장이 국보법으로 피해당한 자신의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구속된 교사들 항문조사, 성기고문, 잠 안재우기 등 당해
그는 "정부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한국통신노조에 배후세력이 있다며 공안정국을 조성했다, 또 박홍(서강대) 총장은 한국통신노조가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는 것은 북한의 사주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념공세를 퍼부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박홍 총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해 7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냈지만 국가전복세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10년째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역대 정권은 국보법으로 교사들의 교육활동도 옭아매고 탄압했다. 79년 '남민전 민주구국교원연맹' 사건, 81년 '아람회' 사건, 82년 '오송회' 사건, 83년 '민중야학' 사건, 85년 '민중교육' 사건, 86년 '민족민주교육쟁취투쟁위원회'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89년 언론이 대서특필한 최종순 교사와 이수찬 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최종순 교사는 89년 6월 아이들과 문집을 만들고, 노래 '진달래꽃 처녀'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수찬 교사도 학교 낙서판에 북한고무 찬양 문구가 있다는 사유로 국보법 위반자가 됐다.
2000년 8월 '민족민주혁명단' 사건으로 연행됐던 박정훈 전교조 서울시지부 사립위원장은 이날 "구속된 교사들은 항문조사는 물론 잠 안재우기, 성기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박 위원장은 "반국가단체 구성혐의는 무죄로 판명나 3개월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며 "그러나 집에서 나온 유인물 한 장에 대해 '이적표현물 소지죄'가 적용돼 결국 해직됐다"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이후 지금까지 4년째 해직생활을 겪고 있다.
박 위원장은 또한 "구속 당시 국정원은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며 "당시 국정원 수사관들이 '당신들 같은 의식분자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런 사건을 터트려야 국회에서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국보법이 국가안보가 아니라 공안기관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주장했다.
"<조선>, 주체사상 교육으로 호도...4∼5년 전이면 최대 간첩단사건 됐을 것"
국보법에 의해 20년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김승호 민주노동연구소 대표는 "오랜 수배생활로 자녀들과 함께 지낸 세월은 2∼3년에 불과하고 주민등록이 말소돼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공안기관이 처가집 계좌를 추적하고 아내를 5년 동안 미행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고통을 털어놨다.
김영길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지난 9월 1일부터 3일까지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연 공무원노동자학교에서 박세길(전국연합 조직위원장)씨를 강사로 초빙, 강연을 했는데 조선일보는 노조가 총파업을 앞두고 북한 주체사상을 교육했다고 도배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4∼5년 전만 해도 '남한 최대의 조직사건'으로 비화됐을 가능성이 큰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언론의 왜곡보도에 의한 국보법 악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 민주노총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진행한 '국가보안법 철폐와 고문배후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색깔론 덧씌우기 수단 국보법 즉각 철폐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기지회견에서 국보법이 철폐될 때까지 단식농성, 촛불집회, 피켓팅 등의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고문의 배후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다"며 정 의원의 국회제명과 구속수사를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에서 "현대자동차, 한국통신 등 대형 사업장의 권익쟁취투쟁을 정권전복투쟁으로 둔갑시켜 탄압한 것도 국보법이었고 민주노총 건설을 막은 것도 국보법이었다"며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는) 민주국가도 근대국가도 아닌 '암흑국가'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정형근 의원 제명하라"...민주노총 부산본부 "구속수사 촉구할 것"
민주노총은 또한 "열린우리당은 기회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이번에 반드시 국보법을 폐지시켜야 하며 한나라당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잘 살피고 대오각성 해야 한다"며 "국회는 고문의 배후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는 정형근을 제명시켜야 한다"고 정 의원의 제명을 거듭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의 고문조작행위 진상규명 촉구 피켓팅을 전개하고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정 의원 구속수사 촉구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국보법이 폐지될 때까지 100여명의 대규모 단식농성단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18일 광화문 촛불집회, 24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에 총력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의 사찰과 감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신자유주의 비판을 좌경·용공으로 매도하는 시대착오적인 공안기관, 공안문제연구소는 해체돼야 한다는 것. 공안문제연구소는 2000년 26건, 2001년 57건, 2002년 42건, 2003년 58건, 2004년 8월말 42건의 사찰 및 사성감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보법이 이념·사상에만 관련된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 속에 뿌리박혀 노조운동을 파괴하고 민중의 삶을 유린했다"며 "공안세력과 보수반동세력이 언제든 필요하면 다시 악용할 법이다. 이름과 내용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국보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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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