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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실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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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법사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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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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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주소 : http://www.mediamob.co.kr/kg118152/26624.html
12월 1일 법사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 법사위 '국보법 논란'은 해프닝? 역사는 그렇게 시작된다!
"보안법 기습 상정 해프닝.. 논란 끝 자동 폐기"
12월 1일 국회 법사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한 보수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56년전 국가보안법이 제정되었던 바로 그 12월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며 56명이 삭발을 하던 그 시간,
국회 법사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일 법사위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전경련의 대변인으로 돌변한 한나라당의 물고늘어지기를 간신히 뿌리치고 원래 여야 합의되었던 일정에 따라 표결에 돌입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같은 당의 최연희 법사위원장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일제히 퇴장을 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참석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찬성과 최연희 법사위원장의 반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기권으로 법사위를 통과, 국회 본회의로 보내졌다.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 신참의원들의 거센 항의에도 의연하게(?) 회의를 마치려는 그 때, 노회찬 의원은 의사진행발언권을 얻어 국회법 71조에 의거, 국가보안법 제정일인 바로 오늘 자신이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법사위에서 다루자는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제출했고,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곧바로 노회찬 의원 안에 재청했다.
국회법 71조와 89조에 따르면 이은영 의원의 제청에 따라 노회찬 의원의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은 자동적으로 법사위 의제로 채택되었고 남은 것은 찬반 표결 뿐이었다. 그러나 최연희 위원장은 이미 잡혀 있는 법사위 의사일정은 여야 간사 합의로 잡힌 의사일정이라며 표결을 진행하는 대신 정회를 선포했고, 국회의 관습법(?)에 따라 1일 자정이 지나 의제로 채택된 노회찬 의원의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대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은 자동 폐기가 되었다.
'기습상정'이라고?
몇 시간 후면 자동폐기가 될 운명이고,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지만,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자신이 이은영 의원에게 찬반 의사를 밝히라는 발언권을 준 것이 아니므로 무효라 강변하기에 급급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퇴장 후 일이라 동의할 수 없다며 뒷통수를 맞은 데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는 한 일간지는 그 전말을 위와 같이 표현했다.
그러나 국회 사이트에 들어가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국가보안법을 검색하면 10월 20일 최용규 의원이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과 그 다음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폐지 법률안, 두개가 나온다. 10시간 조금 못 되게 국회에 머물렀던 법률안은 바로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폐지 법률안으로 무려 40일만에, 올해 정기국회 폐회를 9일 남겨놓고 이제서야 국회에서 상정 시도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기습인가?
그보다 하루 먼저 발의된, 국회 최대 의석수의 여당 법률안도 있다. 정부 여당은 수차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며 국회에서의 논의를 공언하여 왔다. 무슨 기습이 이렇단 말인가.
법사위 상정 시도의 역사적 의미
무엇보다 중요한 역사적 의미는 어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에 대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었다고 봐야 하는가 마는가의, '그들만의 법리논쟁'을 뒤로 하고, 실질적으로 형법 제정 당시 열렸던 1953년 국회 이후 56년 만에 바로 그 국회에서, 그 무수한 죽음들과 양심수들의 희생에 기초해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의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1953년 형법 제정으로 국가보안법은 필요없다는 김병로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민족민주운동진영에서는 수차례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국회 밖에서 외쳐 왔고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에 요구하여 왔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의 형태로 국회 법사위에 비록 채 10시간도 못 되는 짧은 시한이었지만 법사위 의제로 당당하게(?) 채택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국회 앞에서 풍찬노숙을 한 지 30일, 단식 30일째를 맞아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의하며 56명의 어르신과 학생들이 삭발을 진행하던 바로 그 시각에 말이다.
이로써 민주노동당은 56년동안 김병로 대법관을 비롯한 무수한 법조인과 법학자, 문화예술계 인사, 그외 모든 양심적인 민족민주인사와 노동자, 농민, 4천만 민중이 애타게 기다려온 국가보안법 폐지를 원내 진입 그해에 공론화시켜냈다는 것 그 자체로서의 커다란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 원내 진입 일성이라 할 만 하며 진보정치역사에 방점이 찍히는 순간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또한 대해 국회 안에서 역사상 두번째로 논의를 시도하는데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그 의미에 찬성하고 동참했다는데서 최소한 이 두명의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으로서의 국민이 위임한 입법부로서의 직무를 방기하지 않은 의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너무나 늦게, 그러나 이미 던져진 주사위
멀게는 1953년부터 가깝게는 김대중 정부 당시 전국 각계 민족민주운동진영, 시민사회단체, 인권운동단체가 총망라되어 한목소리로 외치고 요구해온 바가 국가보안법 철폐였다. 10여년 전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올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바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다. 또한 형사법학회를 비롯한 학계, 민변을 비롯한 법조계, 문화예술계, 여성계, 언론계 등이 총망라되어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일을 '기습'으로 받아들이는 한나당과 보수 언론의 인식은 그들이 외부 세계와의 소통에 있어 심각한 장애를 가졌거나 소통을 거부하고 애써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놀란 가슴에 어제의 일을 '해프닝'으로 매듭 짓고 싶은 마음 굴뚝 같겠지만 결코 어제의 일은 '해프닝' 이상의 사건이었으며 그것도 의미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니,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팝아티스트 워홀의 퍼포먼스가 그러했듯 해프닝도 역사의 일 부분이며 그자체가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힘이다. 이미 한참을 늦었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늘 그러했지만 역사는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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