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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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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에 누나가 쓰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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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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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에 누나가 쓰러졌다 <경향신문 기사 펌>
국가보안법과의 질긴 싸움을 끝내는 순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 연루됐다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석기씨(42)의 친누나 경선씨(48)는 메인 목이 막혀버렸다.
지난 16일이었다. 언니 경진씨는 “어제(15일) 끝난 항소심 재판부도 너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생 석기씨의 국보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돼 받은 ‘정직 2개월’ 처분을 놓고, 국방부와 벌인 두번째 싸움에서도 승리한 것이다.
긴 싸움을 벌이느라 얻은 ‘다발성 경화증’으로 몸이 굳어있던 경선씨는 그만 들뜬 마음에 과일 한조각을 목에 넣었다가 기도가 막혀버렸다. 그리고 말을 잊은 채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1980년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공채시험에 합격, 부이사관(3급)의 직위에까지 오른 경선씨에게 불행이 시작된 것은 2002년 봄. 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도피중인 동생에게 올케를 통해 7백여만원의 생활비를 보내주고, 12차례에 걸쳐 안부 이메일을 보낸 것이 화근이 됐다. 이를 알아낸 국방부가 같은해 12월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정직 2개월의 징계조치를 한 것이다.
22년간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그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처벌이었다. 징계 후에도 그는 꼬박 사무실로 나와 자신의 무죄를 항변했다. 책상이 치워져, 앉을 자리도 없었으나 사무실 구석에 앉아 ‘나홀로’ 근무를 했다. 그러나 직장 내 따돌림은 더 큰 고통이었다. 1심 승소 후 복직했으나 가깝던 선·후배, 동료들조차 등을 돌렸다. 무슨 대화를 나누다가도 경선씨가 나타나면 말을 끊었다. 3기암과 투병중인 팔순의 노모(86)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던 그는 혼자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경선씨는 특히 기무사로부터 가혹한 행위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씨 언니 경진씨는 “경선이는 동생 석기가 복역 중이던 지난해 6월께 군 기무사에 의해 눈이 가려진 채 어디론가 끌려가 조사를 받은 뒤로는 말수가 더욱 줄었다”며 “경선이는 ‘암실’에서 공포 속에 떨어야 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결국 원인을 알 수 없이 팔다리에 힘이 풀리는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고 지난달 중순부터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20일 현재 경선씨는 인공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식사도 코에 연결된 호스로 하는 등 위중한 상태다.
이경선씨측 변호인 심재환 변호사(법무법인 정평)는 “20여년 국방부 근무기간 내내 성실하게 일했던 그에게 남동생이 국보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가해진 시련은 여성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진씨도 “결혼도 하지 않고 일생을 국가에 충성해온 동생에게 어떻게 1년 동안 보직도 안 주고 무슨 ‘전염병 환자’ 다루듯 할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한편 서울고법 제5특별부(부장판사 이종찬)는 지난 15일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수배 중인 친동생의 도피생활을 도와준 경선씨에 대해 국방부가 내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취소한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국방부가 낸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1월 경선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바 있다.
〈권재현·장관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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