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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옥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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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출석 조사를 받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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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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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출석 조사를 받고
여름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18일 월요일 오전 11시경 등기로 전달된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전남 경찰청 보안과에서 나에게 출두 요구서를 보낸 것이다 해당 기관에 전화 확인 결과 나의 시가 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 것 이였다 나의 시가 선전 선동과 찬양 동조죄라고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 언론에서는 60년 만에 남북의 작가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인민문화대궁전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작가 대회를 연다고 연일 방송에서 뉴스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쌩퉁맞게 시인을 국가보안법 위반이니 조사하겠다고 출두하라는 1차 출석 요구서를 받고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무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럼 평야에 간 시인 소설가들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자니 모두 조사를 해야겠네 금강산에 관광을 간 국민들도 모두 다 국민 모두를 차라리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가두어라 아 너무도 잔인한 악법 국가보안법이여! 이런 일이 나에게도 벌어지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으로 국가보안법은 시인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창작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반인권 악법이였다
순간 어린 두 딸의 얼굴이 나의 뇌리를 스쳐갔다 어쩌면 그 많은 민주 인사들이 스쳐갔던 투옥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우리에게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통일도 민주주의도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사에 대한 경험이 없던 나는 며칠을 뜬 눈으로 세웠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고 나약한 시는 절대 쓰지 말자던 나의 시 창작 혼과 나의 시 철학이 오로지 나를 붙들어 세웠다
엄마를 걱정하는 두 딸아이의 얼굴에 미안함을 던져두고 나는 혼자서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분단의 조국에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시인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니 이런 나라 지구상 어디에 있냐고 나는 세상을 따져 묻고 싶은 심정 이였다 봉급쟁이 시인도 아닌데 시를 써서 생활비 한 푼을 벌어보지도 못했는데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언제나 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듯 어렵고 배고파야 시가 잘 써진다는 그 말을 나는 늘 가슴에 간직했었다 정말 시인이라는 직업은 참으로 고달픈 직업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8월 4일 1차 출석 요구 일을 넘기고 일주일 단위로 2차 3차 출석 요구서가 날라들었다 올 여름은 국가보안법이 나를 짜증나게 만든 말 그대로 최악의 여름 이였다
8월 18일 나는 3차 출석 요구 일에 맞추어 전남경찰청 보수대를 찾아 갔다 아끼던 나의 후배가 동행을 해주었다 3층 조사실은 작은 창에 방음벽으로 둘러 처지고 욕조 없는 세면대가 한 조로 된 방들이 10개 정도 있었다 순간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민주 인사들이 고문과 투옥으로 국가보안법에 희생양이 되었던가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우리 민족의 발전도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여자 경찰관이 조사를 하였다 모두 3권 분량의 A4용지 였는데 구체적인 작품들을 들이대며 왜 시를 썼는가 그리고 이상하게도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썼는가라는 질문이 꼭 따라 붙었다 그리고 어느 나라의 국민인가 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가 이상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적 표현물이라는 도서 목록을 들이대며 읽은 책을 말하라는 것이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도 들어있는 이적 표현물이라는 도서 목록은 너무나도 우스운 것 이였다 나는 정말 아직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조사는 7시간 동안 지루하게 계속 되었다 나의 시가 다른 방에 몇 권이 더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한나라당 앞에서 국가보안법철폐기자 회견을 하던 사진을 채증해서 보여주기도 했고 다른 사회단체의 활동들 집회 현장에서 시를 낭송하던 일도 캐물었다 너무나 피곤하고 무료한 시간들이 계속 되었다 진술 거부를 말하기도 하고 예, 아니오 외에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조사실 밖에는 소나기가 몰려와서 비를 뿌렸다
시인을 죄인이라고 이것은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우리들의 법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 36년 치안유지법이 그대로 이름 만 바꾼 법이다 항일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 투사들을 감옥에 가두던 악법, 그 법이 지금 나를 너무도 비참하게 만들었다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국가보안법은 사멸하라!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아! 법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는가
빨리 끝내달라는 주문을 했다 6.15시대에 이건 말도 되지 않는다고 이런 일로 다시 나를 부르지 말라고 이제 경의선 철로와 육로를 연결하면 통일의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고 세계로 향해 우리 민족은 어깨를 당당히 겨누고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인데 우리는 민족이 원수가 아니라,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우리는 외세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분단이 된 국토를 우리의 힘으로 자주적으로 통일해서 다시는 뼈를 깍는 분단의 아픔이 없어야 한다고 나는 우리 대에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나는 두 딸 아이에게 통일된 세상을 물려주려는 소박한 꿈으로 언제나 시를 썼다 나는 조사관에게 말했다 국가와 민족과 조국을 사랑했노라고 뜨거운 가슴으로 노래했노라고 보안수사대를 걸어 나오면서 불교도인 나는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부처님 국가보안법 철폐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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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