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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부끄러웠다. 너무나 부끄러웠다.-최민희민언련 사무총장! 200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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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오늘부터 '끝장단식' 동참한 이유

"부끄러웠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부끄러웠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이른바 '끝장단식'에 나서면서 그는 "나도 부끄럽고 나와 같은 386동지들도 부끄럽다"고 자기고백을 했다.

최 총장은 특히 자신과 함께 70∼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함께 민주화운동을 벌였던 '과거의 동지'들, 이제는 '제도권 정치인'이 돼버린 그들에게 "살아남은 자의 몫을 다하자"고 호소했다.

"민변 출신 천정배·해직기자 이부영..."

최 총장은 끝장단식에 들어간 첫날인 2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 들어간 사람들, 특히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의 천정배 원내대표, 해직기자인 이부영 의장은 모두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 아닌가, 우리가 과거에 민주화운동할 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들의 죽음으로 우리는 살게 된 것"이라며 "살아남은 자의 몫을 다해야 하고 그 중 하나는 바로 국보법 폐지"라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자신을 향해서도 "초심을 잊고 살았노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운동하면서 살다보니 진정성은 제쳐두고 일종의 매너리즘처럼 일정한 룰에 매몰돼 기자회견이나 글쓰기로 몸만 움직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자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내가 운동했던 시대는 이른바 '국보법 시대'로 그때 사람들이 어떻게 의식을 옥죄이면서 살았는지 지금의 젊은 세대는 상상도 못할 것"이라며 "이번 '끝장단식'을 하면서 광주 민주화항쟁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걸 보며 '죽을 때까지 운동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던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총장은 이제는 '생활인'이 된 386 세대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다 이제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동료들! 국보법 폐지를 위해 1000명이 단식하는 현실을 나몰라라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우리가 예전 군부독재에 저항하면서 싸웠듯이 국보법 뒤에서 '수구'라는 이름으로 결집해 기득권을 지키려고 또아리 트는 세력에 대해 젊은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국보법 폐지를 위해 온힘을 기울입시다. 더 많은 386 동지들의 참여를 호소합니다."

다음은 이날 최민희 사무총장이 단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밝힌 1인성명 전문. 자기 자신과 모든 386 세대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1인 성명] 부끄러워서 동참합니다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단식하기가 싫었습니다.

91년부터 2000년까지 아픈 큰 아이를 키우면서 지긋지긋하게 굶었습니다. 1년에 3차례 1주일단식을 하고 한차례는 열흘단식을 했습니다. 그 후에도 매해 일주일 내지 열흘 단식을 하고 있기에 가외로 또 굶어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래, 바쁘니까 이해받을 수 있겠지'하고 혼자 핑계를 대었고 "농성단은 단식으로, 우리는 다른 여러가지 활동으로 국보법 폐지를 위해 뛰자", "나는 둘째도 어리니까 농성단 결합은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위안삼았습니다.

그러나 여의도 천막에 기자회견차, 회의차 갈 때마다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쾡한 모습으로 대오 앞에 계신 것을 볼 때 너무나 죄송스러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대오곁을 지나다가 언뜻 마주친 농성단 젊은 후배들의 힘겨운 눈언저리를 훔쳐보게 되었을 때 도망치듯 뛰어야했습니다.

연말이라 이렇게 저렇게 부딪히게되는 송년회 자리에서 차려진 음식에 숟가락을 댈 때마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앉아있는 농성단이 눈앞을 가려왔습니다.

그래도 "국보법만은 연내폐지하겠다"던 열린우리당, 국보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믿는 구석이 있어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면서 단식만은 피하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도저히 더이상 바쁘다는 핑계나 '개인적으로 단식은 지긋지긋하게 하고 있다'든가 '아기가 어려서 곤란하다'는 이유만으로 농성단에 결합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워서 너무나 부끄러워서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열린우리당이 부끄럽습니다

"국보법만은 꼭 폐지하겠다", "국보법 폐지는 내 소신이다" …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4.15총선 이후 국보법폐지 논쟁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해온 말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에 밀린 열린우리당 지도부 내에서 "산이 높으면 돌아가자"는 말이 나오고 "합의가능한 것부터 처리하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돌연 극보법 폐지안을 법사위에 강행상정한 열린우리당은 하루만에 국보법 연내처리 불가입장을 표명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급기야 4자회담이 열렸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4대개혁입법 합의 연내처리'에 동의함으로써 한나라당의 파병연장 동의안과 예산안을 볼모로한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총선 이전에는 의석수가 적어서 개혁 못한다고 하던 열린우리당은 총선 이후 과반 의석을 확보한 지금은 일부 언론의 다수결원칙을 무력화하는 '합의론'과 내부분열로 무력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열린우리당이 우리는 몹시 부끄럽습니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여당, 다수결원칙도 지켜낼 배짱조차 없는 정당에게 국보법폐지를 요구했던 국민이 바보였던 것일까요.

그래도 우리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힘합쳐 국보법을 연내폐지해주리라는 기대를 접지 않으렵니다. 아직은 8일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희망과 자신감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화운동권 출신의원들이 부끄럽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열린우리당지도부가 누구인가 하는데 생각이 미치니 마구 가슴이 콩닥 거렸습니다. 그 이름 하나하나, 면면을 훑어보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지도부만이 아닙니다. 나머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이름과 그들의 행적을 더듬어보다가 도저히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들이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왔던 선배들이 아니라면 실컷 욕이나 하고 마음과 등을 돌릴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차라리 그들이 공안검사 출신이었다면, 80년대와 90년대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몸바친 후배들이 아니었다면 "에라, 정치 너나 먹어라"하며 실컷 육두문자 날려 씹어대고 뒤돌아설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도대체 우리, 이게 뭡니까. 이러려고 목숨걸고 민주화운동한 겁니까. 80년 광주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시민들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아서 국보법 폐지를 놓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군부권위주의 정권시절 고문당하다 죽고, 매맞아 죽고, 그들 탄압의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스러져간 동지들의 죽음을 벌써 잊었단 말입니까.

일부는 한나라당에 들어가 금뺏지달고 보신하고, 일부는 열린우리당 의원되어 '합의론'에 갇혀 보신하고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가 부끄럽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도대체 나는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다른 동지들이 목숨걸고 단식하고 있는데 거기에 슬쩍 얹혀 입으로만 국보법폐지를 외치고다니면서 극히 사소한 부분적인 역할에 자족해 '나도 할만큼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79년 대학에 들어가 80년 광주를 겪은뒤 "죽을 때까지 운동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던 '나'는 어디로 가 낯설고, 타성에 젖어 시민단체 활동에 안주해있는 '나'는 익숙하게 다가왔습니다.

늘 입에 "한번 살지 두 번 사느냐"는 각오를 달고 다니고 "누가 뭐래도 꿋꿋하게 한길을 가자"고 다짐하면서 막상 국보폐지 투쟁을 앞에 놓고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서 농성단 단식투쟁에 함께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초심잃지 않고 투쟁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저도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천막에 들어가 단식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밥먹으면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김지은(Lun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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