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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석의 軍바로잡기> 누가 민족군대를 유린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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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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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6> ‘민족해방군’과 ‘고난의 행군’, 국가보안법
<김삼석의 軍바로잡기> 누가 민족군대를 유린하는가
김삼석(군사평론가,반갑다 군대야지은이, hiarmy3@hanmail.net)
● 끌려 간 ‘개구리 군복’과 국가보안법
나라가 외세입김에 놀아나며 억눌려 사는 민족이라면 자주독립을 위한 ‘민족해방’은 그 나라와 민족의 권리이자 의무이지 않은가. 흙의 고장, ‘한’의 도시 광주에서 그 누구도 가지않은 길을 가고자 ‘척양척왜, 제폭구민’의 동학농민군 깃발을 올렸다.
바로 ‘민족해방군’이다. 1993년 5월 한국대학생을 대표하는 자치기구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광주전남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의 투쟁연합조직인 ‘민족해방군’산하에 조선대 총학생회 산하 투쟁조직인 ‘녹두대’와 전남대의 ‘오월대’ 등이다. 이들은 무인이 되어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때로는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미국과 일본, 폭군의 실정을 꾸짖으며 민족해방군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93년 남총련 출범식 당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최소한의 방어수단으로 시작되어 조직적인 대오를 꾸리기 시작하면서 민족해방군의 깃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민가협양심수 후원회 제 9차 총회 보고서 1997년 4월)
그러나 동학농민군의 후예들인 ‘민족해방군’은 도탄에 빠진 민중들을 구하고자 몸을 아끼지 않으며 몇년 동안 앞장서 미국과 일본, 폭군에 맞서 ‘육탄정신’으로 싸웠지만 96년 8월 연세대 점거 사건을 앞뒤로 한 95년, 96년 6~11월, 97년에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 민족해방군인들의 ‘고난의 행군’
1996년 6월 11~24일까지 병영에서는 자그마한 전쟁이 일어났다. 현역사병 ６명이 각 부대에서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한 군인은 삽자루를 쥔 채로 진지공사하다가 또 다른 군인은 사단본부옆 잔디밭에서 잔디깎다가 영문도 모른 채 얼굴 험악한 기무부대요원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개같이 끌려갔다.
96년 6월, 국군기무사령부는 대학 재학시절 ‘민족해방군’에 가담했다가 군에 입대한 17, 25사단의 박형대(25,전남대 89학번), 김성희(24)상병 등 현역 사병 ６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이적단체 가입 등)혐의로 무더기 구속했다, 기무사는 이들이 휴가 중에 5·18기념식 또는 시위에 참가하고，‘항일 무장 투쟁사’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군인이 됐건, 민간인이 됐건 간에 광주의 아들이 5·18기념식이나 시위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하건만 이걸 꼬투리 삼아 군인들을 군교도소에 잡아 가둔 기무사는 양심적인 군인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솎아 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했다. 기무사에겐 밤과 낮이 따로 없었던 걸까. 경찰 측은 이들이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을 주장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남총련(의장 최태진 조선대 총학생회장)은 “녹두대, 오월대’가 무슨 이적단체인가”라고 되물었다.(인권하루소식 1996년 11월 13일자). 하지만 병영 안에서 자그마한 전쟁은 계속 이어졌다.
96년 11월 15일, ‘민족해방군’에 가담했다가 군에 입대한 사병 5명의 구속으로 또 이어졌다. 이렇게 96년 한 해만에 ‘민족해방군’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98명의 군인들이 수사기관에 끌려갔다. 96년 2월 14일, 조선대의 녹두대장 박규현씨가 잡혔을 때부터 대대적인 민족군인 탄압은 그 서막이 올랐던 것이다. 전남경찰청은 96년 조선대 휴학생 박규현（22·경제4 휴학）씨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면서 95년 6월 열차를 강제정차시켰고, 서울 홍익대 한총련집회에 참가한 혐의를 씌웠다. (한겨레신문 1996년 2월 15일) 하지만 12월 ８일 광주지검 공안부는 ‘민족해방군’에 가입한 혐의로 구속된 19명 중 조선대생 김영철（25·화학공3）씨 등 5명에 대해 기소 유예 결정을 내려 27일 만에 풀어줘야 했다. 이들이 민족해방군에 가입한 적이 없고 학내 집회를 몇 차례 지켜보거나 단순 동참했던 것으로 밝혀져 민족해방군사건에 대한 공안 검찰의 물불 안가리며 토끼몰이식 탄압이 얼마나 반인권적이었던 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한겨레신문 1996년 12월 9일 27면)
기무사와 검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 해인 97년 6월, 또 다시 ‘민족해방군’사건으로 전남대생 허영민을 시작으로 학생 14명을 잡아들이고, 97년 8월 전남대 출신 군인 손원철까지 군교도소로 데리고 갔다.
● 여순항쟁 뒤 최대의 ‘숙군’
93년 11월～94년 군 구속자만해도 평화실현 학생연맹사건의 신평식 씨를 비롯한 3명을 포함해 15명이었고, 1995~7년도는 ‘민족해방군’사건 탄압을 앞뒤로 해서 군내에서의 구속사례를 합쳐보면 15명, 52명, 54명, 47명 등 168명의 양심적인 민족군인들이 차디찬 감옥으로 갔다.
여순사건뒤 최대규모의 숙군!
이는 56년전 1948년 여순항쟁사건이 일어난 다음 해인 49년부터 한국전쟁직전까지 진행된 양심적인 군인들에 대한 대숙군작업 뒤로 최대의 탄압사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1992년 이지문 중위 사건으로 폭발된 일반 사병들의 대중적인 군부재자 부정투표 폭로에 대한 치밀하고도 조직적인 탄압작업으로 보는 눈도 있다. 아울러 96년 8월 연세대 항쟁과 그해 가을의 북한 잠수정 출현의 여파로 사회와 군대전체를 바짝 얼어붙게 한 뒤 양심적인 군인들을 탄압하였다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편 99년 10월에 와서야 광주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로 조선대 ‘녹두대와 전남대의 ‘오월대’는 이적단체혐의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족해방군에 대한 이적단체규정은 여전히 씌워져 있다. 철조망으로 높이 둘러쳐진 고립된 군부대에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그렇게 취급받았다. 168명의 군인들이 창문도 없는 영창안에서 혼자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샐 수밖에 없던 국방의 의무!
95~97년의 대탄압에 이어 양심적인 군인들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는 거꾸로 그만큼 자주독립과 군의 자주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군대 울타리안에서 양초처럼 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었다.
● 누가 민족군대를 유린하는가
“대협이가 누구예요”
한때 한국사회에서 통일운동과 미국반대 운동으로 국내언론은 물론 해외언론에 이름을 떨친 성은 ‘전’씨요 이름은 ‘대협’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세상에 이름을 날릴 때 궁금한 사람이 물어 보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총련’이를 물어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성은 ‘한’씨요 이름은 ‘총련’인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지만 민족해방군사건과 96년 8월 연세대항쟁사건 뒤로 10여년 간 미국과 공안당국의 집중적이고도 대대적인 탄압을 받아 학생운동이 예전 같지 못하다. 사회운동도 힘이 부족하다.
어느 세력보다 통일운동을 앞장서 외치며 미국을 반대했던 한총련은 미국의 집중 과녁이 되었다. 군대안팎에서 말이다. 자주독립을 반대하고, 자주통일을 반대하는 미국과 공안세력에 의해서 말이다. 이들은 10여년 전 시작된 북한의 선군정치에 대한 미국의 신경질적인 노이로제만큼 한국군내 민족군인들에 대한 경계심을 놓치 않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남한의 ‘민족해방군’ 후예들의 ‘고난의 행군’은 계속된다. 군인들이 자주통일과 민족의식을 갖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 그래서 정녕 ‘민족군대’라는 이름의 단어조차 거부한 채 ‘국방’을 볼모삼아, 군복입은 채로 이전투구하고 있는 것인가.
우스개 소리로 경찰 안에는 일찌감치 경감진급을 포기한 경위들이라는 뜻의 ‘경포위’가 있다고 한다. 이미 진급을 포기한 이상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경포위가 군대도 있는가. 마찬가지로 장성진급을 포기한 대령들이 요즘 난리다.
육군 장성 진급 심사 때 비리가 있었다는 괴문서가 나도는 등 군수뇌부와 대령들의 ‘밥그릇’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참이기 때문이다. 자주독립과 군의 자주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군대 울타리안에서 양초처럼 태우던 민족군인들이 깨끗하게 ‘청소’된지 10년째, 군대 안팎은 썩은 내가 진동한다. 서로의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기 바쁘다. 밤낮으로 나라와 민족을 지켜야 하는 군인들이 이전투구하며 ‘밥그릇’지키기 바빴다는 반증이다. 그들이 지킬려고 한 것은 나라가 아니라 ‘밥그릇’뿐인가.
● 누가 군대를 바로 세울 것인가
결국 지난 11월 21~22일, 국방부 서문쪽과 국방부 인근숙소 지하 주차장에서 발견됐다는 괴문서는 “노 대통령, 육군이 썩어 빠졌습니다!”로 시작한다. “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내용도 있다. 참 말은 맞다. 하지만 웃긴다. 언제부터 군을 바로 세우다니. 최하 54년 이상 썩어 빠진 군을 건져내려는 움직임은 그들에게선 없었다. 이제 와서 웬 군 바로 세우기인가. 언제부터 장성(별)들과 대령(무궁화)들이 ‘척양척왜, 제폭구민’에 관심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다. ‘밥그릇’뿐이지 않았는가.
육군본부에서는 54년 동안 미국한테서 군작전지휘권 돌려달라는 투서하나 없었다. 그런 괴문서하나 없었다. 54년 이상 그들의 조상은 동학농민군이 아니었다. 똥별이라서 그런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똥별은 사모님이 점지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한테서 장군도를 받게될 별들이 있는 한. 똥별은 별이 아니라며 육탄돌진하는 대령들이 있는 한, 진정 똥별을 최종 점지하는 형님이 미국임을 아는 한. 현 한국군대는 민족군대와는 거리가 멀다. 협력적 자주국방은 두발로 스스로 서자는 것도 아니다. 거저 양다리 걸치기다. 현 한국군대는 동학농민 군대와 이순신 군대와는 거리가 멀다.
감옥을 마다하지 않은 동학농민군의 후예, 민족해방군의 후배, 지금도 부모님의 곁을 떠난 철책선 민중의 아들들과 ‘밥그릇’싸움하느라 군과 ‘국방’을 뒤흔들며 국방에 한치의 헛 점을 보이는 똥별과 대령들. 이 가운데 과연 누가 군대를 바로 세우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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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