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무국 |
 |
<김삼석의 軍바로잡기> ‘기무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
|
2004/12/16 |
|
|
<연재 4> 양심적인 군인들을 끌고 간 국가보안법
<김삼석의 軍바로잡기> ‘기무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김삼석(군사평론가,반갑다 군대야지은이, hiarmy3@hanmail.net)
● 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나라지키던 군인들
평소 나라지키는 군인들을 나라지킨다는(?) 법인 국가보안법으로 끌고 가다니? 무슨 일일까. 늦가을 낙엽이 무수히 떨어져 바람에 휩쓸려가듯 한 무리의 군복입은 군인들이 개같이 끌려가던 적이 있었다. 8~90년대에 심했다. 그때 군대 안에서 도망갈 수 있었을까. 꿈도 못꾼다. 도망가면 이건 또 ‘탈영’이 아닌가. 더 어마어마하다. 폐쇄된 부대 철조망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가족들은 더욱 애가 탔다. 이건 술 한잔하면서 나눌 무용담이 절대 아니다. 가슴아픈 이야기다. 지구상에서 이런 일이 무법천지로 일어난 경우는 분단국가인 한국밖에 없다. 철조망으로 높이 둘러쳐진 고립된 군부대에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그동안 기무사에 의해 어떻게 취급받았는 지,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법적인 ‘사상감정’이란 이름아래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왜 아직도 계속되어야 하는 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 국가보안법에 의해 끌려간 군인들
“저는 군 입대 전의 과거의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 같은 처벌이 옳은 것이었다면 어떻게 제가 대한민국의 육군 장교로서 군 복무를 수행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서강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96년 10월 “육군 학사장교” 모집에 응시. 입대 후 장교 기초양성과정과 군사훈련을 마치고 현역 장교로서 군 복무를 수행하던 중, 구속 당시를 기준으로 4년 전의 대학시절의 활동을 사유로 구속·기소되었습니다.”
지난 97년 초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처벌’을 받은 바 있는 육군 31사단 95연대 1대대 1중대 제1소대장 소위 신희영 씨의 증언이다.
신씨는 “학사사관 후보생으로서 입대할 수 있었고, 일정 기간의 군사훈련을 통해 육군 소위 계급장을 달 수 있었던 것은 대학시절의 학생운동 경력에도 불구하고, 능히 현역 장교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기무사령부와 군 검찰 당국 및 군 재판부는 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신씨의 경우는 군대라는 폐쇄적인 울타리를 이용해 한 젊은이를 군입대 이전의 활동을 문제삼아 낙인찍은 뒤 영원히 이 사회와 격리시키려는 기무부대의 반인권성을 온 몸으로 보여 준다.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99%가 엄밀하게 말하면 ‘군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가 군대에 입대하기 이전의 대학시절이나 사회활동을 사유로 처벌받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군대 내에서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사회에 나와서까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욱 더 가혹한 짐을 짊어져야만 한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신씨는 당시 ‘불명예 제대’라는 사실 때문에 취업이 불가능해 신분적 제약이 최소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가 기무사령부의 검은 손길 앞에서 어떻게 찢겨져 나가는 가를 고발하고 있다.
● 군인들의 가방을 뒤지고 편지를 검열하는 기무사
문제는 신희영 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민가협 보고서에 따르면 기무부대는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양심적이고 애국적인 군인들을 괴롭히고, 협박해 입대전의 활동으로 구속시켜왔다.
91년 명지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다 구속 수감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나 94년 입대한 박광철씨는 훈련소 시절 시국관련 학생출신들을 모두 불러내 병역카드 작성(빨간색 표시)하였고, 내무반(행정반)에서 과거 활동에 대해 낱낱히 밝히라는 진술서를 쓰게 했다고 밝혔다. 또 보직 선정에서도 헌병으로 차출되었다 시국관련 수형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출이 취소되어 그 뒤 다른 부대에 배치받아 56사단 PX에서 근무하던때, 기무부대에서 이유없이 자주 찾아오고 선임병을 통해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수시로 기무사에 보고하게 했다고 한다.
기무부대 상사가 선임병(동국대 국문과 서희원)을 불러내서 후임병(박광철)은 문제있는 사람이므로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누가 면회오는지 등을 관찰하여 기무부대 상사가 올 때 암호(특정한 표시)를 작성하여 쪽지 등을 통해 전달해 달라고 했고 가방을 수시로 뒤지는 것은 당연했다고 한다.
기무부대가 양심적인 군인들의 휴가기간은 물론 내무반에서 생활하는 다른 병사를 통해 감시하거나 심지어 가까이 지내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95년 5월부터 97년 7월까지 17사단 102연대 연대본부 근우소대에서 근무한 김성희 씨의 경우다. 그의 군 생활은 ‘감시’로 날이 밝고 ‘통제’로 날이 샜다. 소속중대 서무병(최경주)이 일주일 단위로 연대 기무대에 생활과 동향을 보고한 사실은 전역할 때 서무병이던 최경주가 직접 얘기했다. 그의 내무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기무부대는 김 씨의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던 병사들을 수시로 면담하면서 당사자를 감시할 것을 종용하였고, 가까이 지내지 말 것을 강요당했다고 한다(손재영 증언). 또 그의 휴가는 기무요원과 함께하는 휴가나 마찬가지였다. 휴가기간 동안 4명의 기무요원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미행했고, 그의 형님과 낚시터에 있던 것을 목격한 기무요원들이 복귀한 뒤 김씨한테 5.18집회에 참석했음을 시인하라고 강요했다.
주혁환 씨의 경우는 복무기간 내내 가족들의 애틋한 사랑이 듬뿍 든 소지품과 편지조차 이미 자기 것이 아니었다. 협박과 각서가 이어졌다. 1994년 12월부터 97년 2월까지 보병 제 7사단에서 근무할 때 소지품 검사, 서신 검열 등이 부대 간부와 기무부대 요원에 의해 행해졌다. 또한 제대직전까지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제대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았으며, 제대 후 새생활을 하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제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전역신고를 하고 나오는 순간까지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제2의 신희영, 박광철, 김성희，주혁환 등은 94년도에만 15명, 95년도에 52명, 96년도에 54명, 97년도에 47명 등 2000년까지 매년 두 자리 숫자에 가까웠다.
● ‘기무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 ‘민간인 사찰’
1990년 10월, 보안사에서 민간인 사찰을 하였다는 윤석양 일병의 양심선언 이후 보안사령부는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뒤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명칭까지 바꾸었다. 그런데 보안사가 위장폐업했나. 94~96년 박광철, 95~97년 김성희, 주혁환, 신희영 씨 등의 사례에서 보듯 마구잡이식 국가보안법을 적용했다. 그것도 사병들의 소지품 검사, 서신 검열에다 후임병을 협조자(프락치)로 활용해 사병들이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누가 면회 오는지 등을 무슨 공작을 하는 것처럼 암호와 쪽지를 주고받으며 캐고 있었다.
결국 제 버릇 못 고치는 기무사령부가 일을 냈다. 2004년 10월18일,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경찰청 국감에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것이다. 충격이었다. 양심적인 군인들을 노골적으로 감시 관찰, 구속하는 것도 모자라 기무사의 정보사찰이 부대 담을 넘어 ‘민간인 사찰'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는 군 내부의 대간첩, 대전복 방지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인 기무사가 군 내부와 아무 관련 없는 정보를 학원가 및 언론, 도서 등에 대한 사찰을 통해 수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의 윤석양 민간인사찰 사건에 버금간다. 군 정보기관의 민간인사찰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심각하기 짝이 없는 데도 언론에서는 여느 때처럼 반짝 보도에만 그쳤다.
기무사가 그리 할 일이 없는가. 사병들이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누가 면회 오는지에 귀를 기울이다니. 여기에다 기무사가 더 시간이 남았던지 부대 밖까지 감시의 눈초리를 뻗다니. 유명 소설가들이나 교수들이 무슨 글을 썼는지, 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를 사상감정하다니. 그것도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과 공동작전으로. 작전명은 무엇이었을까. 작전명을 풀면 뻔하다. “사병들과 국민들의 머리를 동시에 열어라”. 14년간 위장폐업한 보안사가 고객을 사병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넓혀 화려하게 신장개업한 셈이다.
목록 662건 안에는 소설가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성과 힘)도 감정대상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책은 1976년에 발표된 이 중편소설로 일부 내용이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지금까지 100만부 이상이 팔린 책이 아닌가. 또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등 도 있었다.
기무사는 보도자료를 내어 “기무사에서 공안문제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서적들은 군에 입대한 안보 위해세력들이 보안성 검토를 받지 않고 은밀히 영내에 반입한 서적이나 동료 병사에게 탐독을 권유한 서적들”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도 안보위해세력들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진짜 군내 안보 위해세력들은 누구인가. 검문한번 받지 않은 채 유유히 불법 쿠데타를 자행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였지 않았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가 쿠데타 관련서적 탐독할 때 그럼 너희들은 뭐했나.
● 기무사령부 서빙고 분실에 귀신이 사나
“갈굼이로부터 도우미로의 변화다.” 송영근 기무사령관이 지난 10월4일 국방부 국감에서 기무사령부의 긍정적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좋다. 그러면 진짜 기무사는 갈굼이에서 도우미로 변했나. 보자. 2004년 1월28일, 윤석양이 근무했던 분실 보안사(현 기무사령부)의 서빙고 분실이 기무사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3월5일엔 기무사가 ‘군사·방산 보안업무 시행규칙 개정 공청회’를 열면서 부대간판 등에 고유명칭(○○○○부대→○사단)을 사용할 수 있어 면회 등 부대방문이 보다 쉬울거라고 알렸다.
그런데 기무사령부 서빙고 분실에 귀신이 사나. 기무사는 부대간판만 바꿨나. 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갈구는가. 14년간 숨어서 ‘민간일 사찰’로 신장개업한 것은 무엇인가. 이게 사병들과 국민들을 돕는 도우미인가. 학생운동 입대자들을 언제까지 괴롭힐 것인가. 남의 머리 열어보는 국가보안법을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한때 전체 육군의 정훈교육을 책임진 표명렬 정훈감(육군 예비역 준장)이 14년전 윤석양 사건때 따끔하게 충고했다.
“나의 군 생활 중에 기무사 요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어떤 공식적 발언이나 문서도 본 적이 없다. 세상에 이렇게 항상 옳고 완전 무결한 조직이 과연 있을 수 있겠는가?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항상 빗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무사가 국민에 믿음을 주는 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기무사가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내고 조용히 해체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신장개업이다. |
|
|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