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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국가보안법, 무엇이 문제인가·④] 국보법, 간첩만 감시하지 않는다 2011/12/09
지난 9월, 국내외 트위터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국가정보원이 지메일 등 외국계 이메일 감청을 실시해온 정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통신 프로토콜이 암호화된 지메일을 감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기에 이는 세계적인 빅뉴스였다. 트위터에서는 충격감 토로와 더불어, 지메일 감청이 가능한지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었다. 국정원은 지메일을 정말 감청하였을까?

글쎄, 그것은 국정원 스스로가 주장한 바이다. 국정원은 대상자의 지메일을 감청하겠다는 명목으로 패킷감청 영장을 청구하였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대한민국 법원이나 국정원 모두 지메일의 감청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패킷감청의 불가피성을 이렇게 주장하였다.

"[감청 대상자들이] 우리나라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계 이메일(Gmail, Hotmail)이나 비밀 게시판 등을 사용하는 등 소위 '사이버 망명'을 조직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이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도 인터넷회선 감청은 불가피하다."

결국 국정원은 사이버 공간을 감시하기 위하여 패킷감청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적법한 영장과 절차에 의해 집행되었으니 여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연합뉴스

패킷 감청; 포괄적 백지 영장

그렇지 않다. 패킷 감청이란 무엇인가. 인터넷 전용회선 전체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패킷 감청은 '포괄적 백지 영장'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누군가의 인터넷을 감청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대화하고, 친교하고, 독서하고, 문화예술을 감상하고, 쇼핑할 뿐 아니라 은행거래도 한다. 아무리 범죄수사라는 공익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에 대한 전면적인 감시는 기본권에 대한 완전한 박탈이나 다름이 없다. 패킷 감청은 역사상 가장 인권침해적인 통신 감청 수법인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국정원이 '범죄수사'가 아니라 '감시'를 위하여 패킷 감청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패킷 감청은 다른 감청과 달리 피의자와 대상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나의 회선을 여러 사람이나 여러 대의 컴퓨터가 공유하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 하에서, 현재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는 사람이 피의자인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에서 패킷 감청을 통한 자료가 공개재판에서 피의자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나 수사 자료로서 제출된 바가 거의 없다. 결국 정보수사기관이 패킷 감청을 하는 것은 범죄수사를 위한 증거수집이 아니라 사찰과 감시를 위한 광범위한 정보수집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의하여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고, 통신비밀보호법 또한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범죄 수사를 위해 국정원이 내국인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가 무엇이던가?

북한의 정책이나 선전에 동조하는 글을 쓰면 찬양고무 죄, 그러한 내용의 문건을 만들거나 소지하고 있으면 이적표현물 소지죄이다. 인터넷에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일을 찾기가 얼마나 쉽겠는가? 가벼운 거론으로부터 진지한 토론까지 종류도 여럿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유들은 모두 그 경중을 따지지 않고 국정원이 패킷감청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명분이 된다.

당연하게도 국정원의 감청은 다른 국내 모든 수사기관을 압도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감청은 유괴라던가 납치라던가 긴급한 범죄수사의 필요성이 있을 때 사용되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우리 헌법이 부여한 통신의 비밀을 감히 제한하고 정보수사기관에 국민을 감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에 족한 명분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통계상으로 대한민국 전체 감청의 97%를 국정원이 집행하고 있다. 이는 통신회사로부터 집계한 간접감청의 통계가 그렇다. 만약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당시 밝혀진 대로 국정원이 직접 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감청하는 직접감청의 수치까지 감안한다면 그 전체적인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 모든 감청의 용도가 정말 꼭 필요한 곳이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도 패킷 감청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지 못하다. 감청 기관의 감청이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는지 국회도, 법원도, 이 나라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무소불위의 비밀 권력이 또 있겠는가? 국가보안이라는 명분 하에 말이다.

전체 감청의 97%는 국정원

패킷 감청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보안법은 우리의 인터넷을 쥐락펴락 감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 진보넷에 대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명령하였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대학생단체가 무조건적인 이적단체라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 때문에 홈페이지조차 이용하지 못하도록 폐쇄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 아닌가.

이렇게 방통위에 당한 단체가 여럿이다. 최근에는 인권운동사랑방과 노동전선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북한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방통위는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 유난하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방통위가 친히 삭제 명령을 내린 게시물이 모두 3,716개인데 100%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사유였다. 국가보안법이 유엔에서 폐지를 권고한 시대의 악법이라는 사실은 여러 차례 알려진 바 대로이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법치국가에서 법원도 아닌 방통위가 법률 위반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판단에 의해 홈페이지가 폐쇄되고, 게시물이 삭제된다.

물론 방통위 만의 판단은 아니다. 방통위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먼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다. 방통심의위는 이런 방식으로 트위터 계정 '@uriminzok'의 개인 페이지 URL(http://twitter.com/uriminzok)을 차단하였다. 예비군 사격 훈련장에서 영점사격용 표적지에다 북쪽 지도자들의 얼굴을 그려놓고 사격연습을 한 사실에 대해 비판한 민간단체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의 논평 역시 삭제하였다.

본래 이 제도는 인터넷에서 불법정보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2010년 국정감사 당시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방통심의위에 접수된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 삭제 요청 가운데 55.3%는 경찰에서, 44.7%는 국가정보원에서 접수시킨 것이었다.

이들의 요청은 거의 100% 처리된다. 누구의 분부라고 방통심의위 따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결국 경찰과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방통심의위의 형식적인 심의를 거쳐, 방통위가 행정명령을 내리는 절차로 쭉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검열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국가보안이라는 명분만으로 이런 일이 허용되어 왔다.

범죄수사라는 명분으로 행해지지만 범죄수사 증거로서 재판에 제출된 적이 없는 패킷감청. 불법정보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지만 국정원과 경찰의 판단이 재판 없이 수용되는 것. 이것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의 현장이자 민주주의 유린일 뿐이다. 이것은 국가보안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 감시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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