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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언론인선언]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언론계 선언문 2004/09/04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언론계 선언문

-17대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하루속히 폐지하라-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개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여야의 개혁 성향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ꡐ시기상조론ꡑ을 들먹이며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태어났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1948년 12월, 제헌의회는 남한 내 좌익세력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일제의 잔재를 ꡐ국가보안법ꡑ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신장에 얼마나 큰 장애가 되었는지 언급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독재정권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압하는 데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로 휘둘렀으며, 수많은 언론인들이 국가보안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국민들은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통제 당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는 온전한 자유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뼈져리게 확인했다.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 기본 전제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인간의 자유와 기본권, 인륜을 침해하는 법일 뿐 아니라 그 적용에 있어서도 모순투성이의 법이다.

한해에도 수 천명의 국민들이 금강산 관광을 떠나고, 언론인들은 남북 언론교류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남과 북의 선수들은 올림픽에 동시 입장하고 우리 국민들은 북한 선수의 승리를 응원한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해 취재하는 언론인, 금강산을 관광하고 북한 선수를 응원하는 국민들은 모두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제8조(회합?통신), 제10조(불고지)를 위반한 ꡐ범법자ꡑ들이다.

일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ꡐ국가안보의 마지노선ꡑ이 무너지는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들은 ꡐ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드는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이냐ꡑ, ꡐ김정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ꡑ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서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우리는 ꡐ형법으로도 국가안보를 해할 수 있는 심각한 죄를 처벌할 수 있다ꡑ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 국민의 의식이 그와 같은 ꡐ극단적 상황ꡑ에서도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만큼 성숙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더 이상 ꡐ안보ꡑ를 빌미로 국민을 겁주어서 구시대 악법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현혹되어선 안된다.

17대 국회는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 속에서 탄생했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주고, 진보정당을 의회에 진출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여야 의원들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주저없이 나서야 할 것이다.

2004년 9월 1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언론계 선언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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