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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펌]인터뷰-'국가보안법 폐지 청소년모임' 제안한 고교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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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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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국보법이 악법이란 거 알아요"
[인터뷰] '국가보안법 폐지 청소년모임' 제안한 고교생들
오마이뉴스 김진희(winny78) 기자
입시 준비에 한창인 고교생들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힘을 하나로 뭉쳤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청소년모임'을 제안한 고교생 봉인권(숭문고3), 전누리(구로고2)군을 27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오마이뉴스>가 직접 만났다.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국보법 폐지 청소년 모임 까페(cafe.daum.net/qkseornrqhqjq)를 운영하고 있다.
봉인권,전누리 학생은 "청소년이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해도 국보법이 악법이란 걸 알고 있다"면서 "지나가는 시민들도 함께 촛불 드는 모습을 보고 '국보법 폐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사'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은 결국 기득권자들의 보호법임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또 "우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첫 핵심 단추가 국보법 폐지"라며 최우선 사회과제로 설정해 눈길을 끌었다.
두 청소년은 애초 국가보안법 제정 56년을 뜻하는 차원에서 청소년 56인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참가자가 훨씬 많아 13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밝게 웃었다.
릴레이 단식과 온라인홍보 등 '앞으로 국보법 폐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친 고교생들. 그들 청소년의 눈에 비친 국가보안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청소년 모임'을 제안한 봉인권(왼쪽), 전누리 학생이 <오마이뉴스>를 찾았다.
ⓒ2004 오마이뉴스 김진희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국보법 폐지"
- 어떻게 국가보안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봉인권(이하 봉) "고3이라는 신분상 평소 관심사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예전부터 학교 선생님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문제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국가보안법은 말만 법이지, 결국 기득권자들의 보호법임을 알게 됐다. 조항들도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엄격히 규정하면 정치인들, 예를 들어 김대중·박근혜 등도 국보법 위반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때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받는 모순된 법조항이라는 것을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종종 들어왔다.
그동안 수능 때문에 본격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능이 끝나고 정치권 안팎과 국보법 폐지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올해 안에 폐지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가보안법은 56년 동안 자유와 생각을 억압해 우리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법이다. 우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첫 핵심 단추가 국보법 폐지라고 생각한다. 이게 안 바뀌면 다른 사회문제들도 안 바뀐다."
전누리(이하 전) : "왜곡된 근현대사를 보면서 국보법이 어떻게 독재정권의 수단으로 작용해왔는지 느꼈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보면서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억압했는지 알게 됐다. 이제 정치지형이 바뀌고 개혁세력이 과반수가 되면서 국보법 폐지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여의도 주변을 지나다니다가 천막안 단식 농성단을 보면서 나도 폐지에 동참하고 싶은 의지를 느꼈다. 나도 무언가 행동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청소년 사회 구성원으로서 행동에 나서자라는 생각을 했고 여기까지 왔다."
- 국가보안법 폐지 서명인이 56명인데 어떻게 구성하게 됐나.
"전=시민단체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들도 있다. 또 '20세기 청소년 희망'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선언, 기자회견 등 공격적으로 활동해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 19일 모여서 기자회견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자고 결심했다. 애초 국가보안법 제정 56년을 뜻하는 차원에서 56인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참가자가 훨씬 많아 13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소년들이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국보법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국보법이 악법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 서명은 어떻게 진행했는가.
"전=각자 활동하는 모임을 중심으로 친구들에게 서명을 제안했다. 나는 지금 '발전하는 학생회'가자!'라는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학생회 연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청소년으로서 사회참여와 학생회 발전을 위해 자치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학교 내에서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봉=나는 '청소년 독립신문 바이러스'라는 단체에서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 신문을 만드는 곳이다. 인터넷신문 <독립신문>과는 상관없다(웃음).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을 대변하는 신문이 없었다. 청소년만의 독립적인 신문을 만들고자 생긴 단체다. '바이러스'는 세균이라는 뜻인데 세균은 넓게 퍼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 요즘 정치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봉=한나라당이 국보법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은 처음에 국보법 폐지를 4대 법안 중 하나로 놓고 추진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탄핵정국 때는 국민들에게 개혁정당으로 비춰졌지만 이제는 철새정치인들도 섞이고 개혁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각자 가치관들이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다 보니 노선이 바뀌는 것 같다. 노선도 바꾸고 지지부진하게 해나가면 개혁이 아니다.
국민들은 개혁을 이뤄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들을 뽑았다. 정치인들은 말만 앞서는 구태를 되풀이하는데 열린우리당도 그런 정치인 모습과 같아 실망스럽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보법을 폐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가 1년 더 늦춰지는 것은 시간 낭비다. 열린우리당 내 국회의원들 모두 자신들의 처음 뜻을 깨닫고, 폐지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전=한나라당은 대안없는 무책임한 야당이다. 국보법 폐지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인권침해 요소를 어떻게 얼마나 개정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얼마전 법사위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이를 '타협과 상생을 위한 나라 지키기'라고 하는 것을 봤다. 그러나 이는 나라 지키기가 아니라 '기득권 지키기'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들은 개혁을 원해서 열린우리당에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도대체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한심하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총장도 말했듯) 개혁을 하라고 독재정권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정치권 여야대표들이 4자 회담을 열었지만 결국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두 당의 대표들만 만났다.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 자민련 등도 국민에게 선택받은 당인데 두 당끼리 논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왜 존재하는가. 국민의 대표들이 모두 모여 토론, 합의해야 한다. 아직도 이런 문화를 되풀이하는 정치권이 한심하다."
"국회는 자신 이익 지키는데 급급한 폭력집단"
▲ 전누리 학생.
ⓒ2004 오마이뉴스 김진희
- 그렇다면 정치권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 논란이 되는 문제를 국회내에서 협의, 이를 국회법상으로 처리해야 하는 본연의 시스템을 지켜야 한다. 법안이 상정조차 안 된다면 어떻게 일을 처리하겠는가."
"봉=한나라당 위원장이 24시간 안에 결정 내리지 않으면 무효처리 되는 상황에서 끝내 정회 뒤 다시 개회가 되지 않았다. 국회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급급한 폭력집단은 아닌가.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다. 자기 맘에 안 든다고 개회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국민의 뜻을 거역하고 자신들 마음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 아닌가."
-기자회견은 어떻게 준비했나.
"봉=19일 주요 학생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뒤 결정했다. 회의하면서 기자 회견을 먼저 하고 향후 일정을 생각하자고 이야기했다."
- 국보법 폐지 국민농성단식단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전=지방에서 같이 올라온 신혼부부, 또 생후 2개월된 엄마가 단식하느라 젖이 안나와 아기에게 젖을 물릴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 슬펐다. 70세 되시는 어르신들이 단식하는 것도 봤다. '예전에는 국보법이 고문으로 사람 죽이더니 이제는 단식으로 사람 죽이는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앞을 지나가기가 죄송스러웠다. 적극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봉=사상 초유의 단식이라고들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단식을 결의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국보법 폐지를 열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기득권만을 위해 폐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에 분노를 느낀다."
- 국보법 폐지 촛불집회에 나가본 경험은.
전= 11월 한번, 12월에 두 번 정도 나갔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함께 촛불 드는 모습을 보면서 '국보법 폐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사'임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하나씩 들고 환하게 비추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도 많이 성숙되었다고 생각했다. 많은 시민들에게 이제 민주주의 의식이 생겼다고 느낀다."
"봉=수능 끝난 뒤 한번 나갔고, 12월에 두 번 정도 참여했다. 이제 촛불집회가 자신들의 뜻을 알리는 의미로써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 촛불집회는 미선이 효순이 추모 촛불집회 때보다는 덜 적극적인 것 같다. 미선이 효순이 촛불집회 경우는 감정적으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그랬는지는 몰라도.
어른들은 그동안 반공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북한이 무조건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들도 반공교육의 영향력이 아직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홍보가 부족하기도 하다. 예전에 촛불집회를 나가보았는데 그때 어느 회사원이 이런 말을 했다. "국보법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촛불 들고 반대하는 것을 보니 나도 반대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한다."
- 학교에서는 어떤 식의 반공교육이 이뤄지고 있나.
"봉=초등학교 1, 2학년 때 어렴풋이 받은 적이 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학교에서 나이 많은 선생님들은 아직도 이승만 대통령'님'께서 등으로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다닐 때도 북한은 빨갱이 나라라고 들었다. 대놓고 구체적으로 따로 받진 않으나 간접적으로 이뤄진 영향도 크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 들어오니 선생님들 중에 국보법 희생자들도 있었고, 전교조 선생님들도 있다. 국가보안법이 '시대의 악법'이며 왜 모순된 법인가, 또 얼마나 죄없는 많은 사람들을 잡아갔는지 듣게 됐다. 늘 '문제가 많은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철원으로 수련회에 가면 안보교육을 받는다. 땅굴도 견학한다. 보수적 생각을 지닌 선생님들은 '폐지가 될 말이냐','빨갱이 식' 등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이가 비교적 젊은 선생님들이나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은 국보법이 모순된 법임을 이야기한다."
- 생각을 달리하는 선생님들끼리 갈등도 있나.
"봉=내부적으로는 자세히 몰라도 학생 입장으로 보면 갈등이 보이지는 않았다."
▲ 봉인권 학생.
ⓒ2004 오마이뉴스 김진희
"국보법, 고문으로 사람 죽이더니 이제는 단식으로 사람죽여"
- 가고 싶은 학과는.
"봉=사회학과에 가고 싶다. 언론정보학과도 넣긴 했다. 경희대학교에 지원할 예정이고 일단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대학의 서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 틀을 좇게 될 때도 있다."
"전=사회학과 등 사회과학 쪽으로 하고 싶다. 학자도 되고 싶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사회 운동가도 되고 싶다."
- 부모님들은 이런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시나.
"전=친가 쪽은 국보법 폐지반대지만 나는 찬성쪽이다. 그러나 특별히 집안에서 마찰은 없다. 기자회견 하는 것은 어머니가 알고 계시는데 '그럼 TV에 나오냐'고 하셨다(웃음)."
"봉=구체적으로 이야기는 안 드렸지만 부모님은 내가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신다. 그렇지만 안정을 꿈꾸기에 나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 향후 일정은?
"전=1차 선언문을 준비했고, 인원을 더 모으면 2차 선언도 준비할 예정이다. 또 릴레이 단식에도 참여하려 한다. 기회가 된다면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서 설득하거나 항의도 해볼 생각이다. 메신저 등을 활용해 온라인 홍보도 병행할 것이다."
"봉=연내에 폐지가 안 된다면 지금의 방법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강한 공격을 해볼 생각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대체로 국보법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온라인 홍보활동을 하겠다."
-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전=17대 국회여. 국민들이 믿어주고 뽑았는데 지금 뭐 하는 것인가. 계속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낫다. 똑바로 해달라."
"봉= 자신들이 한 말은 꼭 지켜달라. 그리고 언제나 국민의 뜻을 잊지 말고 잘 해달라."
- 여자 친구는 있나.
"둘다=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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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