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0시, 김원기 의장의 출근길은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선전물로 가득 찼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주 객원기자]
여.야 지도부 '4인 대표회담(4자회담)'결렬 소식에 국가보안법폐지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희망이 감돌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끝장단식단'은 채 3일 밖에 남지 않은 연내에 국가보안법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촉구하며 이른 아침부터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영하8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폐지'끝장단식단' 200여명의 단식자들은 29일 새벽부터 국회의장 공관 앞에 모여 국회의장이 출근길에 들을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폐지안 직권상정과 국가보안법폐지 등의 요구를 담은 구호를 크게 외쳤다.
오전 7시 11분 경,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에는 이미 경찰 200여명이 배치되어있었으며, 여의도에서 새벽부터 출발한 '끝장단식단'의 단식자들이 연이어 도착해 7시 20분 경에는 200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우리의 요구는 김원기 의장의 '직권상정'. [사진 - 통일뉴스 이병주 객원기자]
김원기 국회의장의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여의도 농성장에서 새벽 차를 타고 출발한 이들은 출근을 하는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국가보안법폐지안 직권상정'을 직접 요구하는 이른바 '출근투쟁'을 진행했다.
200명이 넘는 단식자들 중 대학생들은 건너편으로 넘어가 김원기 의장이 지나는 길을 따라 12개의 현수막을 달았고 나머지 170여명 남짓의 단식자들은 한남초등학교 앞 공관으로 향하는 골목에 늘어서 '직권상정'이라고 쓰여진 피켓을 높이 들었다.
급격히 떨어진 날씨에 단식자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이날 역시 '핫팩'이 준비되었으나 몸을 덥히기에는 '핫팩'만으로 부족해, 중간에 체조를 하는 등 몸을 풀면서 김원기 의장을 기다렸다.
▶추위에 맞서는 '끝장단식단'의 몸풀기. [사진 - 통일뉴스 이병주 객원기자]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이승호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규탄이 아니라 요구를 하러 온 것이므로 차를 막거나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과격한 행동을 자제토록 당부했으며 경찰 측도 "우리도 의장의 안전만 보호하면 된다"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피했다.
8시 56분 경 대법원장의 차량이 지날 때에도 단식자들은 피켓을 들어 국민들의 뜻을 대법원장에게 알렸다.
▶김원기 의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현수막들. [사진 - 통일뉴스 이병주 객원기자]
김원기 의장이 탑승한 차량은 10시가 다 돼서야 모습을 드러내었다. 김원기 의장의 차량이 지나는 길목마다 현수막과 피켓의 행렬이 이어졌으며 길목에 서서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은 차량이 골목길을 빠져나가자 길 건너편으로 이동한 후 또다시 피켓을 들었다.
김원기 의장의 결단을 기대하는 단식단들의 '마중'속에 출근길에 나선 김원기 의장이 오늘과 내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국민들의 기대에 어떤 모습으로 답할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미니인터뷰>"어머니의 마음으로 투쟁한다"
-국가보안법폐지 여성실천단 장수경 단장
▶여성실천단 장수경 단장.
[사진 - 통일뉴스 이병주 객원기자]
□통일뉴스: 24일째 단식중인데 건강은?
■장수경: 솔직히 좀 힘들다. 영하로 떨어지면서부터는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국가보안법폐지가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김원기 의장이)빨리 결단을 냈으면 한다.
□함께 단식하는 단식단에게 하고싶은 말..
■단식단은 처음부터 알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24일이 지나면서 지역에서 오래 같이 한 사람들만큼 동지애가 생기게 되었다. 이제 조금만 힘내서 싸우면 보람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니 조금만 힘내자. 그리고 2005년을 자주통일의 원년으로 삼는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
□국가보안법폐지 여성실천단의 활동을 돌아보면?
■여성실천단은 10월 13일 발족 이후 명동서 청원운동을 벌여왔고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함께 도보순례를 하고 11월 2일에는 천막농성에 결합했으며 12월 6일에는 삭발과 단식으로 동참했다.
문예실천단을 꾸려 춤과 노래 등으로 시민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 것도 여성실천단의 특징이라 하겠다. (여성실천단은)월 1회의 여성행동을 벌였으며 국가보안법졸업식, 황당엽기퍼레이드 등 다양한 문화적인 시도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가정을 이유로 전면 결합하지 못하는 분들도 하루단식을 하고 식비절감비용으로 1만원씩을 모아 기금을 마련해 오늘 전달할 예정이다.
여성들은 '날아오는 돌을 내가 피하면 내 뒤의 아이가 맞는다'는 심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피해입지 않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독자적으로 '실천단'을 꾸려 투쟁의 전면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부산, 울산 등 지역에서도 많은 분들이 함께 여성의 이름으로 투쟁한 것이 보람 있었고 이것을 모태로 하여 여성의 투쟁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하고싶은 말..
■지금 남은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밖에는 없다. 진심으로 결단을 호소한다. 김원기 의장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사람이 되느냐 아니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사람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부디 결단을 내려서 후손들에게 훌륭한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