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주민보 |
 |
국보철 단식단 풍경-젖먹이 아가까지 떼어놓고 |
|
2004/12/18 |
|
|
<방문기> 국보철 단식하러 젖먹이 아이까지 떼어놓고
-한밤의 여의도 국보철 단식농성장 풍경
이창기
국가보안법철폐를 위한 여의도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시각은 밤 1시였다.
그동안 회사의 새해 계획을 수립하느라고 여의도 현장을 몇 번 가보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려있었는데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다 핸들을 여의도로 돌렸다.
‘생각난 김에 한 번 가보자’
여의도 공원에 가에 얇은 비닐천막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처음에 들어간 곳은 여성 단식농성단 숙소였다. 침낭을 뒤집어쓰고 야윈 얼굴만 사포시 내민채 수많은 여성들이 줄줄이 비좁게 누워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의외로 그 숫자가 많다.
인기척에 잠깐 눈을 떠 쳐다보던 한 여성이 다시 스스르 눈을 감는다.
‘얼마나 피곤하면 잠을 이루지 못할까. 신경이 예민해진 탓일게다.’
어떤 여성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일기장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저들 중에 젖먹이를 떼놓고 온 여성도 있다고 한다. 아가에게 모유를 먹이고 싶어하는 여성의 가장 아름답고도 숭고한 소망마저 국가보안법은 짓밟고 있다.
부모님이 위독하셔서 급히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고 공항까지 갔던 한 여성은 차마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다시 여의도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한나라당의 극악스런 책동으로 국보법철폐가 점점 위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차마 발길이····’
남성들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서니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양말과 내의 등 옷가지들을 빨라 널어놓은 빨래줄이었다.
그 빨래 줄에서 단식농성단이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울산대학교에서 올라와 13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보배라는 학생이 열심히 손전화로 문자를 날리고 있었다.
몇마디 대화를 나누어보려고 했는데 우리의 대화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나는예 여기와서 사람 된 것 같심니더. 멘날 술 묵고 늦잠 자고 그랬는데 여기 와서 아침 7시에 일어나 운동도 하고 목욕탕도 이틀에 한번 간다 아닙니꺼, 학교에서는 2주일에 한번도 못갔는데 말입니더, 이래 저래 사람들 생각도 많이 하고, 지난 삶에 대해서 반성도 해보고 할만 합니더”
김보배 학생이 3일째 되는 날까지는 너무 배가 고파서 주변 포장마차 음식냄새 맡는 것이 그렇게나 힘들었다고 한다.
“막 묵고 싶어 미치겠더라예, 울산 포장마차는 음식이 몇가지 없는데 여기 포장마차에는 희한한 게 와이라 많심니꺼, 그래도 마 이제는 괞쟎심니더, 요새는 예 포장마차의 음식냄새만 맡아도 오히려 힘이 팍팍 납니더, 국가보안법 끝장 낼거라예”
오늘 아침에는 임시진료소의 간호사가 사람들에게 제발 몸이 아프면 진료소에 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거의 울음으로 호소를 하였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혈당 검사를 해보면 더 이상 단식을 해서는 안 될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진료소에 오지 않습니까.”
목숨을 이미 걸고 단식에 들어간 사람들은 혹시 병원으로 후송될까봐 진료소 쳐다보기를 주저한다.
단식농성단 본부 김영란 관계자는 목숨을 건 끝장단식농성을 다음주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싸움은 이미 물러설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이제는 사람이 죽느냐, 국가보안법이 죽느냐 양단간의 어느 하나로 결판이 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
|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