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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펌]"국보법 폐지, 국민의 손에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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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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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 국민의 손에 달렸다"
[인터뷰]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송현석 정책위원장
민중의소리 이동권 기자
사나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여의도 농성장에서 결의에 찬 눈빛으로 반짝이는 송현석 한청(한국청년단체협의회)정책위원장을 만났다.
송위원장은 단식 51일째 되던 날, 마로니에 공원에서 광화문까지 걷는 '묵언의 촛불 행진' 중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갔다. 한때,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였으나, 영양제 투여마저도 거부하고 여의도 농성장으로 돌아오는 강한 투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1평 남짓의 모형감옥에서 52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민중의 소리 한승호
송위원장과 만남을 주선해 준 이승호 한청 집행위원장은 그의 건강이 걱정되었는지, 기자를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잠시 후, 송위원장을 만나고 나타난 그는 “저기에 있으니 들어가보라”며 환한 미소로 안내해 주었다. 그곳은 콘테이너 박스를 연상시키는 모형감옥이었다.
작은 창문도 없이 무겁게 닫힌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귀퉁이가 닳은 책과 앉은뱅이 책상의 독서대가 먼저 눈에 띄었다.
특히, 한기를 녹이는 따뜻한 차와 어둠을 밝힌 스탠드는 포근한 온기를 뿜어내며 소박한 첫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거칠고 침울했던 과거사와 홀로 맞선 듯 비장한 기운마저 감도는 숫자, ‘53‘이 눈에 들어오자, 송위원장의 힘겨운 단식투쟁이 느껴져 기자의 심장은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모진 추위와 단식에 지친 목소리였으나, 여유를 잃지 않고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몸 상태는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괜찮다. 천천히 걷거나 움직이는데 지장 없다”고 말하고 “단식하는 날이 늘어날수록 점점 눈이 맑아지고 정신은 또렷해지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믿으며 결실을 줍는 마음
이번 촛불 행진을 ‘목숨을 건 행진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결의는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송위원장의 실신에 대해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권고하는 이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송위원장은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맙다. 하지만, 싸움은 시작되었고 국보법은 아직도 폐지되지 않았다”며 “내가 시작한 일이지만, 언제 정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로 선생님들도 별말씀 없고, 조직에서도 내 의사를 존중해 주고 있다”며 그런 얘기는 그만두자고 했다.
그는 또 “스스로 선택한 길을 믿으며 결실을 줍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한 시대의 역사와 사람의 인생은 운명이 아니라 힘겨운 노동으로 희망과 진보라는 가치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길이 있다면서 “저녁에 아침 꽃을 줍는 마음처럼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 폐지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고 투쟁이다”며 중국 사상가 ‘루쉰‘의 책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를 소개하기도 했다.
ⓒ민중의 소리 한승호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행진이 답이다.
벌써 단식 농성단이 늘어나, 1000명을 넘어섰고, 송위원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사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단식을 하고 있다.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추위때문에 힘들었는데, 단식 40일을 넘어서니 마음은 고요하고 정신은 더욱 맑아졌으나 분노는 더욱 커졌다”며 정국을 규탄했다.
그러나 그는 “효선이 미선이부터 탄핵까지 민주주의의 자존심은 국민이 지켜왔다"며 “정치권에 대한 성토보다는 모든 국민이 촛불을 들고 일어서서 국보법 폐지를 외쳐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특히,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 있다"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판은 국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국민의 대단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도끼와 삽을 들고서라도 똘똘 뭉쳐야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4자회담을 보면서, 국민은 ‘국회는 없어져야 한다’며 맹 성토했고, 열린우리당 당원들마저 ‘탈당하겠다‘고 했었다며 송위원장에게 4자회담에 대해 묻자 “해답은 국가보안법 폐지이지, 정치권의 공방은 아니라“며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곡기도 끊고, 약도 먹지 않고 다시 농성장으로 나왔다"며 "말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다"고 국회를 싸잡아서 비난했다.
또 “한국 사회는 정치권도 언행 일치가 없고 시민사회도 말과 행이 다르며 공정하지 못하다”며 최고의 선인은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특히, "자신이나 조직이나 약속은 지키고 빈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2차 4자회담 결과와 관계없이 단식농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객관적인 면에서 월등하게 우세했던 이는 골리앗이었으나 다윗은 유대민족의 자존심과 진지성, 진정성을 바탕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해도 거기에 진정성과 진지성을 담아서 던진다면 계란이 바위가 되고 비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숙명론적인 한탄보다는 시대의 도량, 청년들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우리들의 운동이 적은 힘일지라도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뤄낼 수 있는 가교가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어귀가 생각난다"며 "대청마루에 올라서서 자기 발밑을 잘 살피면 더욱 잘 보일 것이다"라고 말해 자기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싸우는 과정 속에서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삶의 철학을 밝히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쟁취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거나 수구 세력의 칼 뿌리가 깊은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럴 때는 도끼와 삽을 들고서라도 힘을 키워 깊은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며 국민과 진보연대의 강한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친 송위원장은 가벼운 목례로 마중했다. 기자가 "작은 방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더니, 다리에 쥐가 내렸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걱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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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