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당사자들에게도 국보법은 걸림돌"
[인터뷰]국보법 폐지 주장하는 조동섭 남북경제협력포럼 대표
민중의소리 제정남 기자
“부르주아 단체가 이상한 말을 하니 특이해서 찾아오셨나 보네요”
지난 15일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을 축하하며 여야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국가보안법의 조속한 폐지를 촉구했던 '남북경제협력포럼'(이하 경협포럼)의 조동섭 대표((주)백산인터네셔날)의 첫 마디다.
회원 대부분이 기업인들로 이뤄진 경협포럼에서 낸 이날 성명은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인은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가져온 사람들에게 의아함을 던져주었다. 실제로 그날 성명 발표 이후 여러 매체로부터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고 한다.
△'국가보안법을 조속히 폐지하라'며 성명서를 발표한 조동섭 남북경제협력포렴 대표 ⓒ민중의소리 한승호
이런 의아함에 대해 조동섭 대표는 “경협포럼의 특성을 아시면 쉽게 이해될 것”이라며 설명을 덧붙인다.
“경협의 사업성격은 3가지로 볼 수 있다. 학술활동을 통해 남북의 경제협력이 왜 필요한가를 연구하고 국민적 정서를 확산 시키는 일, 북한에 어떤 수익모델을 적용할 것인가 연구하는 실질적인 경제협력방안 연구, 그리고 다른 나라가 아닌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목표를 두는 평화단체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이 굳이 북한과의 경제활동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기본 정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협 회원들 중 일부는 남․북 관계가 지금보다 경직됐던 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어려운 환경속에서 북한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벌여오고 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은 한반도 평화유지에 걸림돌이다. 민족을 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기에 서로간 끊임없는 갈등,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국보법의 특성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 경협의 정체성과도 맞는 부분이다”
"웃으며 대하려니 국보법이 걸리고 거부하자니 사업에 지장 우려"
또한 경협포럼의 성명이 나온 시점이 한나라당의 법사위 점거와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 최초로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이 국내에 시판되는 날이기도 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국가보안법은 한반도 평화유지에 오히려 걸림돌이다" ⓒ민중의소리 한승호
국민들은 2000년 8월 개성지역 개발합의서가 체결된지 4년 만에 가시화된 성과물로 한층 가까워진 이북을 느끼면서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때 아닌 간첩 논란에 이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의 맹위를 새삼 깨닫기도 했던 날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북과 경협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인들에게는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다가올까. 조 대표는 과거 대북 경제협력을 하던 경영인들은 국보법의 영향으로 사업진행에 어려움이 많았었다 한다.
“나는 이북과 직접 교류활동을 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대북 사업을 진행해온 회원들의 말에 의하면 사업시작부터 수시로 국정원(당시 안기부)에 불려가 사상검증이다 하면서 조사를 받아 왔다고 하더라."
조사 중 나왔던 발언에서 조금의 허점이 보여도 큰 일(?)나던 시기였기에 사업에 신경 쓸 일 보다 수사받는 데 정열을 쏟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근래에는 크게 어려움을 받지는 않는다 한다. 다만 국보법이 엄연히 조사하기에 북측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조심스러워 한다고.
“기업인의 특성상 거래 당사자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북측에 진출한 경영인들의 경우 사소한 대화에서도 난감해 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국보법의 악용 사례를 봤을 때 회의 도중 나온 말로도 얼마든지 찬양고무죄 위반 등을 빌미삼아 기업인을 처벌할 수 있다. 하기에 대화 도중 상대방의 의견에 선선히 웃으며 대하려니 국보법에 걸릴까 우려되고 완강하게 거부하자니 사업에 지장을 줄까봐 난감하다는 것. 조동섭 대표는 이와 같은 국보법의 특성 때문이라도 더욱더 국보법이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령비현령 국보법, 국민 역량 결집될 때 완전 폐지해야"
“현재 기업인이 대북 활동하는데 국보법의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국보법이라는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정부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사문화 되어 있는 국보법이 다시금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적 역량이 결집되어 있는 이때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국보법의 조속한 폐지를 주장하는 그는 요즘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다.
△"열린우리당은 협상을 하려면 민주노동당과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한승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야합으로 국보법 연내 폐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공조(?)로 국가보안법의 연내 폐지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다”며 “이는 국보법 폐지를 위해 힘을 모은 민주세력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열린우리당의 경우 정치적 타협을 하려면 민주노동당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가보안법은 말할 필요없이 폐지하고 나머지 의견차이가 있는 입법안들에 대해 타협을 하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와의 만남을 끝내며 조동섭 대표는 “대북 경제협력 사업을 하는 경영인들에 의하면 평소 우리가 북에 대해 가졌던 편견들이 직접 만나보면 정말 사소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더라”며 “국보법 존치 주장자들이 말하는 바가 진정 국가의 안위를 위한 것이라면 형법보완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