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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모니터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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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모니터-한겨레,경향,서울, 세계-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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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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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보안법 수배자 오인 강제연행
부산대생 새벽 풀려나
경찰이 평범한 대학생을 국가보안법 위반 수배자로 착각하고 강제연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부산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김아무개 경장은 17일 0시40분께 부산 동래구 ᄃ병원 앞에서 병문안을 마치고 나오던 정아무개(27·부산대 4년)씨를 붙잡아 금정경찰서로 연행했다.
당시 김 경장은 2001년 한총련 의장을 지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수배된 최아무개(26)씨를 붙잡기 위해 부산대 공대 학생회 간부 김아무개(24·여)씨가 입원한 ᄃ병원에 잠복하고 있다 정씨를 최씨로 착각해 강제연행했다.
정씨는 갑자기 웬 남자가 뒤에서 덮쳐 처음에는 술에 취한 사람이 시비를 거는 줄 알았다며 그는 미란다 원칙 고지를 무시한 것은 물론 자기 신분과 연행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싸움이 난 것으로 오해한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나의 신분을 밝혔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왼쪽 손가락을 삐는 등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으며, 신원조회를 마친 새벽 2시께야 풀려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새벽 금강산 관광을 가기 위해 부산대에 모여 있던 대학생 80여명이 이 소식을 듣고 금정경찰서에 몰려와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을 빚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국가보안법이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데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경찰청장의 정식 사과와 해당 경찰의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국가보안법 완전철폐 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노대통령 정책 옳다면 여론역풍 무릅써야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서울시의 버스전용차선제를 좋은 정책으로 평가하면서 일시적으로 여론이 어렵더라도 취지가 정당하면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7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엊그제 신문을 보니 버스전용차로제가 정착되고 효과가 나타나는가 보다며 좀더 조사하고 살펴봐야 하겠지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결국 성공할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정책수행 과정에서 비슷한 일들을 겪게 된다며 일시적으로 여론이 어렵고 역풍이 불 때라도 취지가 정당하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를 비롯해 정부 각료 모두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그런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의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진상규명, 행정수도 이전 등 일련의 쟁점 사안들이 일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당한 과제인 만큼 끝까지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태영 실장은 노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통령 지시메모를 통해 버스전용차선제에 대해 힘겨운 개혁, 어려운 개혁을 한다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결과가 나오는가?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서 개혁의 취지, 시행착오,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이나 반응 등에 대해 조사와 평가를 해보자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윤 실장은 대통령이 버스전용차로 문제에 대해 상당히 깊이 고민해 왔다는 흔적이 여러차례 나타났다며 대통령의 생각은 새로운 제도가 큰 방향에서 취지가 옳다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성공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박근혜대표 국가체제는 확실히 수호해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7일 개신교계보수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방문, 길자연 회장을 만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보수든 진보든 국가체제는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교류도 안정감 있게 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모두 불안해 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임태희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길 회장은 "국보법을 잘못 운용한 쪽이 책임이지 국보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면서 "북한이 악법을 개정하는지를 봐가면서 상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보법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인정했는데 대통령이 소신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뒤 "박 대표를 뵐 때마다 잔 다르크가 돌아다니는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이후 종교계 지도자를 만난 것은 지난 13일 김수환 추기경 면담에 이어 두번째이다.
이날 박 대표의 방문에는 이상득, 박 진(朴 振) 의원이 동행했다.
(서울/연합뉴스)
중부지역당 황인오씨 어머니등 구속
89년 서경원의원 방북 사건땐
김추기경 입건검토-기자 영장
지난 1960년 국가보안법에 신설된 불고지죄는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될 때마다 사회적으로 거센 반인륜·반양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법원도 유·무죄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기 일쑤였다.
지난 60년 남파간첩인 처남을 집 밖으로 내쫓기만 하고 신고는 하지 않아 불고지죄로 구속기소된 오화섭 당시 연세대 교수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우리 사회 통념이나 풍속 상 친척에까지 불고지죄가 적용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정상은 참작하지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89년 서경원 전 의원 방북사건 때는 성직자와 언론인의 직업윤리가 불고지죄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시 서 전 의원이 방북 뒤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가 방북사실을 털어놓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김 추기경과 배석했던 함세웅 신부를 불고지죄로 입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안기부는 함 신부 등의 대북 접촉 가능성까지 조사했으나, 결국 서 전 의원의 면담이 고해성사에 가깝다는 이유로 입건하지는 않았다.
안기부는 또 서 전 의원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방북사실을 알았던 윤재걸 당시 <한겨레>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언론·보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안기부는 당시 증거물 압수를 이유로 경찰병력 1500명을 동원해 서울 양평동에 있던 당시 한겨레신문사 편집국을 강제로 압수수색하는 전대미문의 횡포를 저지르기도 했다.
92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서는 총책으로 지목된 황인오씨의 어머니 전아무개씨와 부인이 불고지죄로 구속돼 불고지죄의 비정함이 새삼 드러났다. 어머니 전씨는 불고지죄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98년 7월 양심실현의 자유는 국가 질서유지 등을 위해 제한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며 합헌결정을 내렸다.
95년의 부여간첩 김동식 사건에서는 불고지죄로 구속기소된 함운경·허인회씨의 재판과정에서 각각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와 간첩의 일방적 진술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첨예한 쟁점이 됐다.
정광섭 기자
불교계 보안법 철폐 서명운동
불교인권위원회, 불교여성회, 불교평화연대 등 10여개 불교 단체들은 17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불교서명운동본부(상임대표 진관) 발대식을 열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악법에 희생당한 이들을 정치적으로 사면복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안법은 일본이 조선의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을 뿌리로 한 것으로, 그동안 독재정권은 수많은 민주화·양심 세력의 생명을 억압하는 데 이 악법을 이용해 왔다며 이 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민주적 질서는 사라지고 갈등과 반목만이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권존중의 시대를 새롭게 열기 위해 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전국 불자들과 함께 철폐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4개 참전단체 소속 회원 1만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옛 한나라당사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궐기대회를 열어 국가보안법 폐지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무장해제일 뿐만 아니라 국론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부정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더하는 보안법 폐지 논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보안법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국력을 소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은 김영인 기자 jieuny@hani.co.kr
민주노총 11월 총파업…노·정갈등 심화조짐
민주노총이 최근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입법안 등에 반발, 11월24일 총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하는 등 노.정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노동부와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경기도 시흥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 비정규직 보호입법안 폐기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10월10일 총력 투쟁, 11월24일 총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열린 중앙집행위에서 재개키로 했던 노사정대표자회의 3차회의 개최 여부 결정을 위원장에게 위임키로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에 강력 반발해 온 점 등을 감안하면 노동계와 정부간의 갈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가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개 여부를 이수호 위원장에게 위임했지만 이런 대치 국면에서 회의 재개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상당기간 노.정간 대화 체계가 단절된 채 대립 양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는 "노사간에 근본적인 합의가 안될 경우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도 독자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 현안이 자칫 노.정간 정면 충돌로 비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김원기 의장 국보법 합의처리 끝까지 노력
김원기 국회의장은 17일 여야간 국가보안법 개정.폐지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 "여야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합의도출을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도록 의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김용구 회장 등 임원진과 조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기업인들이 볼 때는 이 문제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듯 보이고 부담을 주는 듯해 불안하다"고 말한 데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고 김기만 공보수석이 전했다.
김 의장은 이어 "지난 88년 여야가 국보법 폐지후 대체입법에 합의한 바가 있다"고 소개한 뒤 "실질적으로 법적용을 보면 내용상 큰 차이가 없고 상징성과 명분의 싸움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중소기업 지원육성책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도 확고한 지원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챙기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가보안법 개폐공방 갈수록 가열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찬반논란이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17일에도 보수.진보측 시민.종교단체들이 제각각 모임을 갖고 국보법 공방에 가세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4개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1만 여명이 모인 가운데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궐기대회'를 열어 "남북 분단상황에서 보안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폐지발언을 규탄했다.
연사로 나선 김동길 박사는 "대한민국의 청와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서울 출장소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으며 참석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징하는 인공기를 든 종이 마네킹을 태우는 화형식을 갖기도 했다.
집회 뒤 참가자들은 여의도 KBS 사옥 앞으로 옮겨 KBS가 송두율 교수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데 항의하고 국가보훈처 앞까지 행진하기로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자진해산했다.
집회도중 흥분한 60대 참가자가 자해를 시도해 구급차에 실려갔으며 화형식 과정에서 참가자 5~6명이 연단에 올라가 소동을 피우면서 주먹질이 오가는 등 혼란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반면 불교인권위원회, 불교 평화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불교 서명운동본부(상임대표 진관)는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발대식을 갖고 "조국 통일을 가로막는 국보법을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보법이란 악법을 철폐하지 않으면 갈등과 반목만이 자리할 것"이라며"지금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불교도가 국보법 철폐에 나서야할 때로 이는 보살의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앞으로 불교도들은 국보법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며 불교도들의 힘으로 국보법을 폐지하기 위해 총력으로 나설 것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멀쩡한 대학생 국보법 위반자로 오인소동
경찰관이 멀쩡한 대학생을 국가보안법 위반자로오인해 검거하려다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봉변을 당했다.
17일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40분께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동래백병원앞길에서 부산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김모 경장이 정모(27.P대 환경공학과 4년)씨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배중인 최모(26)씨로 오인해 붙잡으려하다 몸싸움을 벌였다.
이 현장을 본 이웃주민이 경찰에 신고해 순찰차량이 긴급출동했으나 신분조회결과 김 경장이 착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씨가 "김 경장의 신분을 확인해야겠다"며 근처 금정경찰서까지 동행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정씨의 연락을 받은 같은 과 동창 80여명이 오전1시 45분께 경찰서를 찾아와 1시간 가량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부산/연합뉴스)
우리당 `잠입탈출죄' 처벌근거 마련 검토
열린우리당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보안법 태스크포스(TF)팀 전체회의를 열어 국보법 폐지에 따른 안보불안 해소방안으로 잠입탈출죄의 내용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기로 했다.
회의에서 형법개정론자들과 보완입법론자들은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처벌근거가 없어지는 대표적인 조항인 국보법 6조 잠입탈출죄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거나, 보완입법안에 반영하자는 의견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입탈출죄는 `국가의 존위.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형법개정론자들은 `목적범' 개념을 사용하면 현행 잠입탈출죄를 형법의 내란 예비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내란죄에 `국토참절이나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지휘통수체계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가담하는 행위'를 포함시킨다면 이 같은 목적으로 북한에 밀입국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완입법론자들은 주관적인 불법요소인 `목적' 개념으로는 안보불안 요소를 메울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역시 잠입탈출죄를 유지하자는 데는 뜻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재천 의원이 마련한 기존의 보완입법 초안이 반국가단체 구성에 대한 처벌 규정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 규정도 남겨놓고, 잠입.탈출죄도 유지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들은 또 국민 안보불안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정의하는 국보법 2조 중 `정부참칭'을 삭제한 부분을 보완입법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형법개정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북한을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지휘통솔단체를 갖춘 단체'로 정의하면, 국헌 문란이란 개념이 너무 넓어 효과적인 안보불안 해소책이 될 수 없다"며 "반국가단체라는 명칭 자체를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국민 불안해소를 위해 반국가단체의 개념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형법개정론자들은 국보법 폐지와 함께 국보법으로 인한 유죄 확정자를 위해 재심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당내 대표적인 국보법 개정론자인 안영근 의원은 반국가단체규정과 불고지죄 일부를 포함하는 자체적인 보완입법안을 TF팀에 전달했다.
최용규 TF위원장은 "국보법과 형법의 정밀 대조작업을 통해 안보불안부분이 무엇인지 추려보고, 오는 20일까지 무엇으로 보완이 가능한 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1퍼센트와 100퍼센트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흔히 내세우는 논리는 그 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국민 중 1퍼센트에도 미치지 않으며 다수의 선량한 시민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높은 애국법안(U.S Patriot Act) 폐지 요구가 거세어지자 부시쪽이 이 법은 소수의 위험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수의 법을 잘 지키는 시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유사한 논리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논리는 다수의 무지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국민을 국가기관이 마음대로 사찰하거나 적으로 몰아 부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이나 애국법안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한 두 조항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러한 법의 존재 자체가 문제다. 왜냐하면 그것은 국가와 다른 견해를 표현하거나 국가의 표준을 반대하는 행동 자체만으로도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온 국민에게 가르치는 처벌의 기제이자 정치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은 극소수에게가 아니라 그러한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온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마치 교사가 삐딱한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아 혼을 내주면 벌을 받지 않은 모든 학생들도 위축되어 다음부터는 교사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국가보안법의 기본 정신은 안보의 이름으로 국가를 물신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적과 우리라는 단세포적인 이분법을 사회 전반에 조장하며, 사회 전반에 불신을 조장하고, 정치적 반대자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비판의 용기를 말살시킴으로써 인간을 질서의 노예로 만든다. 오늘 한국사회의 무지와 단세포성은 상당부분 파시즘과 냉전의 법제화인 국가보안법의 존재에서 유래한 것으로 봐도 틀린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에서 냉전이라는 것은 곧 구식민지 질서의 연장이기 때문에 식민지 시기 이후 치안유지법에 이어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을 단순히 국가의 정신적 노예가 아니라 지배자의 노예로 만들어온 법이다. 그래서 그 효용성은 사실상 언제나 외부의 적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기득권 방어에 있었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안보가 위협을 받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이제 국민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성과 자유의지로 정치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한국은 이제 근대이후 처음으로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위장한 자유민주주의 세력, 즉 파시즘 세력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주체사상이 활개를 칠 것인가? 오히려 그 반대다. 이제 남북화해 국면에서 남쪽이 더 확실한 도덕적 우위에 서서 남북교류와 남북 화해 작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고, 북한의 군부 강경세력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국가보안법이 존속되면 한국에 냉전질서가 지속되어 우리 민족은 언제나 서로 간에 싸우면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중국과 미국 어느 한쪽의 외세에 기댈 수밖에 없을 뿐더러 21세기 새 문명에 동참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우리 국민 모두를 왜소한 인간으로 만드는 냉전 바이러스다. 따라서 그것이 사라지면 우리의 상상력은 해방될 것이고, 한국인은 성찰하는 인간, 스스로 판단하는 인간, 입장과 관점이 있는 인간, 다소의 위험이 있더라도 불이익을 각오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1948년 국가보안법 제정 당시 왜 상당수의 양심적인 우익들이 법 제정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승만과 부일협력세력이 그토록 국가보안법 제정에 집착했는지 생각해 보라.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정형근 의원 돌아온 이념전쟁 총잡이?
한나라당의 저격수 정형근 의원이 2년 만에 당 중앙위원회 의장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정 의원은 지난 13일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에 당선, 지난 2002년 대선전략기획단장 이후 2년 만에 당직에 복귀했다. 이번 선거에 6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정 의원만이 현역의원이라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다. 실제 1인2표로 실시된 투표에서도 정 의원은 투표참가자 591명 가운데 499표를 얻어 견고한 당내 입지를 과시했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는 직능단체들에 대한 지지도 확산과 직능인의 정치참여 기회 확대 목적으로 설치됐다. 중앙위원회 의장직은 핵심당원들이 모여 있는 당 조직의 직선대표라는 점과 박근혜 대표가 1주일에 2차례 주재하는 상임운영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정 의원이 당안팎에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에 복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의 의장 당선은 총선 뒤 뜸했던 중앙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신호탄이다.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정치권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장 보수적인 편에 서 있는 정 의원의 당직복귀는 한나라당의 우경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다.
또 박근혜 대표체제 뒤 수구·보수라는 당 색깔을 빼기 위해 노력했던 한나라당의 노선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 의원의 당직 복귀는 대선과 총선 패배 뒤 당내 헤게모니를 잃은 영남권 보수파 의원들의 결집신호로도 해석된다.
그의 과거, 80~90년대 공안사건의 총지휘자
도대체 정형근 의원이 어떤 인물이기에 복귀에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오는 것일까? 정 의원의 과거를 살펴보자.
그는 지난 70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1983년까지 서울지검, 수원지검 등에서 검사생활을 했다.
그리고 83년 안기부로 자리를 옮겨 △대공수사국 법률담당관(83년) △대공수사국 수사2단장(85년) △대공수사국장(88년) △동 수사차장보(92년)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2인자의 자리인 제1차장(94-95년)에까지 올랐다.
안기부에서 일하는 동안 전국을 강타한 간첩사건, 조직사건 등 굵직한 공안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안기부 재직시절 그의 수사기록을 보면 △구미유학생 간첩사건(85년) △반제동맹 및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86년) △문익환·임수경·문규현 방북사건(89년) △서경원 의원 밀입북 사건(89년) △화가 홍성담 사건(89년)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91년)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92년) △김낙중·손병선 간첩사건(92년) △남한조선노동당 및 이선실 사건(92년) △구국전위 사건(94년) 등…다 거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특히 간첩·조직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그에게(그의 지시로) 잔인한 고문을 당했다는 증언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고문과 가혹행위 사실을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의원시절 폭로 전문가로 명성
각종 명예훼손,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
공안통 안기부 정형근 제1차장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에 성공한다. 여의도시절 정형근 의원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과 폭로사건의 총지휘자였다. 모든 정보가 그에게 집중됐고, 수집된 정보들은 그의 손을 거쳐 정적을 공격하는 비수가 됐다. 안기부 출신답게 정보수집과 기획능력은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장편폭로와 하루짜리 깜짝폭로를 수도 없이 터트렸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정 의원이 사설정보팀을 운영한다거나 안기부 내에 정 의원의 정보원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 의원의 폭로는 도가 지나친 색깔론과 정치적 공격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도 서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그가 15대·16대 국회의원을 통털어 가장 많은 명예훼손과 고소고발을 당했고 지금도 각종 법적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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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의 폭로일지
99년 10월 "국정원 언론대책문건 작성했다" 폭로, 현재 재판진행중
99년 11월 한나라당 부산집회에서 현 정권은 전형적인 빨치산 수법 등의 발언으로 명예훼손 피소
2000년 언론대책문건 등 20여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돼 총선을 앞두고 20여차례 검찰 소환요구 받음
2002년 8월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방북설 폭로
2002년 9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도청자료 폭로
2002년 10월 현대상선 대출사건 도청자료 폭로
2002년 11월 국정원 도청의혹 폭로
2003 11월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 사건당시 북한 배후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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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폭로 전문가로 거칠 것이 없던 정형근 의원도 침묵의 세월이 있었다. 첫번째 침묵은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99년 11월 한나라당 부산집회에서 현 정권의 덮어씌우기는 전형적인 빨치산 수법이라고 말해 명예훼손으로 피소됐다. 뿐만 아니라 언론대책문건 맞고소 사건 등으로 20여 차례 검찰의 소환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는 검찰수사가 옥죄어오고 당시 총선시민연대 등의 낙천·낙선운동의 영향으로 정치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깊은 침묵을 지켜야 했다.
두번째 침묵은 2002년 대선이 끝난 뒤였다. 당시 대선전략기획팀장으로서 선거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그는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2002년 8월부터 국정원 도청의혹을 비롯해 한달에 1~2건씩 크고 작은 의혹을 잇따라 터뜨렸다. 그러나 이런 폭로와 네거티브 선거전은 김대중 정부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는 적당했으나 노무현 후보를 공격하는 데는 무기력했다. 김대중 정부=노무현 후보라는 등식에서 출발한 그의 선거전략은 결국 한나라당의 패배로 입증됐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 정 의원의 잘못된 선거전략이 대선패배를 가져왔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가 해체된 뒤 그가 쓸쓸히 중앙정치 무대에서 퇴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를 버리지 못했다
대선실패 뒤 절치부심하던 정 의원이 또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은 재독 사회학자인 송두율 교수의 입국을 놓고 이념논쟁이 뜨거웠던 지난해 10월께다.
정 의원은 당시 북한의 핵심세력이 정부 안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송두율씨를 정부가 나서서 위장잠입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송 교수 입국의 북한배후설발언을 신호탄으로 북한 공작금 수뢰설, SK의 송교수 지원설 등 각종 폭로를 터뜨리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한나라당도 정 의원을 발언을 받아 논평을 내고, 여권을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하는 등 정 의원 지원사격을 했다. 이로써 송두율 사건은 사실상 정형근과 여권의 폭로전 양상으로 전개됐다.폭로전문가 정형근이 1년여의 공백을 깨고 중앙정치에 다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정 의원의 중앙정치 복귀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체제의 불안전성에도 한 원인이었다. 당시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새로운 지도부로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았다. 송 교수 문제 등을 놓고 매일 노무현정부와의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됐다.
이런 시점에서 최 대표는 당 안팎의 정보를 꿰뚫고, 여권의 부패와 비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정 의원의 존재에 매력을 느꼈을 법하다. 물론 당시에도 소장파들은 끊임없이 개혁을 요구하며 정 의원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우려했다. 최 대표와 당 지도부에게는 여권과의 하루하루 전투에서 실탄이 될 정 의원의 폭로를 필요로 했다. 정형근이 정치적 위기속에서도 끊임없이 부활의 날개짓을 펴왔던 이유다.
박근혜 대표도 정형근을 끌어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자의든, 타의든 정형근을 끌어안았다. 그것도 국가보안법을 놓고 여권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며 스스로 밝힌 안보와 이념의 위기 속에서 정 의원을 택했다. 최병렬 대표가 송두율 사건을 놓고 정형근을 선택한 시점과 절묘하게 상황이 닮았다. 박 대표도 여당과 전면전을 펼치기 위해 참모로 정 의원을 선택한 셈이 됐다.
박 대표는 지난 중앙위원 선출대회에서 정형근 의장과 운영위원으로 당선된 분들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희망받는 정당이 되도록 큰 역할을 해줄 것을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정 의원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박 대표를 모시고 정권창출 그날까지 끝없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두 사람 사이에 형식적인 연대의 틀은 형성된 셈이다. 그러나 정 의원의 복귀에 대해 한나라당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그는 우선 남경필 의원 등 현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일부 소장파 의원과 관계가 불편하다.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총선공천 파문과 5·6공 퇴진 논란 당시 남 의원에게 부모 잘 만나 오렌지족으로 컸다는 등의 발언을 해 관계가 껄끄럽다.
또 젊은 보수를 표방하는 일부 소장파 의원들도 정 의원의 당직 복귀로 당의 우경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와 국가보안법 폐지가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시점에서 정 의원이 과거처럼 강경한 색깔발언과 허위사실 등을 유포할 경우 오히려 한나라당이 여전히 꼴보수의 노선을 버리지 못했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도 이를 의식하듯 당분간은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다시 저격수로 나설 것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저격수는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도 앞으로 행보에 대해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며 정리가 되는대로 차차 말씀을 드리겠다. 기다려달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1년여의 공백을 깨고 다시 중앙정치 전면에 부상한 정형근 의원. 그의 행보와 정치적 성공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은 물론 한국정치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이날 열린 '국정원 언론대책문건 작성' 발언과 관련한 명예훼손 2심재판에서 정 의원은 1심대로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반인륜 조항 가족까지 굴비엮듯
보안법 쟁점 ③ 불고지죄
불고지죄가 처음 국가보안법에 등장한 지난 1960년 극히 대조를 이루는 두 사건이 열흘 남짓 사이에 일어났다.
그해 10월2일 출근 준비를 하던 김영천 당시 법무차관은 6·25 때 행방불명됐던 친동생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았다. 고위직에 오른 형을 포섭하기 위해 북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김 차관은 자수를 강권했고, 동생이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불과 10분여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로부터 꼭 12일 뒤인 10월14일 영문학자인 오화섭 연세대 교수는 간첩이 되어 밤늦게 집으로 찾아온 처남을 만났다. 오 교수는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처남을 쫓아냈지만, 신고는 하지 않았다. 오 교수는 결국 불고지죄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동생을 고발한 김 차관은 공과 사가 분명한 법률가라는 칭송을 들었고, 오 교수는 간첩인 처남과 함께 법정에 섰다. 불고지죄의 탄생과 함께 그 비정함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들 사건은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한 기자에 의해 법과 인륜의 갈림길이라는 제목의 글(<관훈저널> 77년 가을호>)로 기록됐다.
보안사범 신고 의무화양심자유 침해
성직자·기자 직업윤리까지 처벌대상
보안법 존치론자도 삭제주장 적잖아
보안법 위반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국가보안법 제10조 불고지죄는 그 이후 숱한 사건에서 악명을 떨쳤다. 간첩 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간첩행위와 전혀 무관한 가족과 친지, 주변 사람들이 굴비 엮이듯 줄줄이 끌려가야 했다. 부모나 아내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보안법 위반자를 스쳐 지나간 누구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현행 불고지죄의 적용 범위는 지난 91년 7차 개정 때 조금 축소된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모든 죄에 적용하던 것을 제3조(반국가단체), 제4조(목적수행), 제5조(자진지원) 등 간첩관련 범죄로 한정했고, 친족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을 면제하거나 형량을 줄이도록 감면 규정을 강화했다.
그러나 보안법 폐지론자들은 불고지죄를 여전히 완전 삭제해야 할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열린우리당도 형법을 보완하든, 대체 법안을 마련하든 불고지죄는 완전히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은 손질은 하더라도 조항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불고지죄 논쟁의 핵심은 보안사범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이 반인륜적이냐, 당연한 것이냐는 데 있다.
삭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부모형제 간에도 고발을 강제하는 반인륜적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은밀한 간첩행위를 눈치채는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인척이 될 공산이 큰데, 이들에게 가족간의 정리를 끊고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의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 문제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제기다. 변호사 출신인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강제적으로 공개당하지 않으며 침묵할 자유가 있다며 불고지죄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인 침묵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불고지죄가 직무과정에서 얻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직업윤리와도 상충돼, 이와 연결된 사회질서를 깨뜨린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89년 서경원 전 의원 방북사건 당시 이 사실을 미리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수환 추기경이나 윤재걸 당시 <한겨레> 기자가 처벌받거나, 처벌받을 뻔 했던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고지죄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를 인륜 문제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불순하다고 본다. 판사출신인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가를 전복하려는 완전한 간첩을 안다면 당연히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같은 당 장윤석 의원은 간첩활동을 하려할 때 신고하도록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며 친인척간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주 제한적인데도, 국가냐 혈육이냐는 식의 인륜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잉이라고 주장했다. 불고지죄는 인륜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얼마의 충성을 부과할지에 관한 입법정책의 문제라는 것이다.
주호영 의원은 불고지죄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 제34조를 보면 질서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국가안보가 양심의 자유나 직업윤리보다 앞서는 가치라는 주장이다. 장윤석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사상의 자유나 보고도 말하지 않을 자유는 나라의 중요시설을 파괴하는 등의 간첩활동에 대해서는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불고지죄에 대해서만은 삭제를 주장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석연 변호사는 불고지죄는 반인륜적인데다 규정의 자의성 때문에 남용 가능성이 있는 전근대적 유물이라며 정도가 심하면 형법상 방조죄 등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불고지죄의 처벌 대상에서 직계가족을 제외하는 정도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협상과정에서 조항 전체를 우선적으로 삭제할 수도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넘게 악명을 떨쳤던 불고지죄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와 있는 것이다. <끝>
정광섭 류이근 기자 iguassu@hani.co.kr
<사설> 상임위부터 가로막히는 개혁입법
여야가 회의장 점거 진통 끝에 가까스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일정을 잡았다. 국가보안법 폐지, 친일진상 규명법 개정 등 각종 개혁입법 또한 앞으로 마찬가지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여 착잡하다. 일이 이렇게 가는 것은 우선은 한나라당의 반개혁적 저항이 큰 이유이며, 여당의 준비와 각오가 미흡한 것도 한 원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시장의 공정질서를 확보하고 예측 가능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파악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법안이기도 하다. 그나마 내용에서도 출자총액 제한제의 경우 재계의 반대에 따라 많은 예외조항을 두는 등 수익성이 있는 곳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투자할 수 있게 완화돼 있어 이 제도 때문에 기업 투자가 어렵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한나라당의 반대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이는 1년 넘게 국가적인 의제로 토론해온 사안이며, 법안이 제출된 뒤 80일 동안 정무위에서 법안심사소위 등 여러차례 심의를 거쳤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논의가 미흡하다면서도 대안은 없이 반대가 대안이라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한나라당은 이 때문에 재벌 수호당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보고, 투명한 시장체제 구축의 법정신에 맞게 개혁적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개혁입법에서 열린우리당이 치밀한 전략 없이 의욕만 앞세우다 노회한 야당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일진상 규명법 개정안의 행자위 상정에 50여일을 허비하고, 다시 한나라당의 별도 법안 제출이라는 지연 전략에 말려 제정법 발효 전에 개정을 이루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론과 절차 등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나 개혁입법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명심할 일이다. 여당은 철저히 준비하고 철저히 관리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경향신문>
與 보안법 폐지의지 꺾이나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의지가 퇴색하는 듯한 모습이다. 당초 폐지후 형법보완 쪽에서 대체입법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 일례다. 보안법 폐지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으나 보안법 폐지론의 명분만 희석시킨다는 지적이다.
원내 부대표인 박영선 의원은 17일 폐지 이후 형법보완을 하자는 쪽이 많았으나 이제 형법보완과 대체입법이 반반인 것 같다며 남북 대치 상황에서는 안보에 관한 법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먹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폐지후 형법보완 입장을 밝힌 직후 힘을 얻었던 형법보완론이 대체입법 쪽으로 힘이 쏠리는 형국이다.
당초 국보법 개정론자였던 안영근 의원은 이날 반국가단체규정과 불고지죄 일부를 포함하는 대체법안을 국보법 태스크포스(TF) 팀에 전달했다.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했을 때로 제한되지만 국보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이라고 일컬어진 2조(반국가단체)와 반인권적이라고 해서 한나라당도 폐지를 검토중인 10조(불고지죄)를 남겨두자는 것이다. 개정론자인 김진표·정덕구·이계안 의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의 안이다.
이날 TF회의의 분위기도 그런 흐름을 보여준다. 국보법 6조 잠입탈출죄가 형법의 내란 예비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형법보완론 주장은 안보불안 요소를 메울 수 없다는 대체입법론자들의 반격에 밀렸다.
대체입법론자들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정의하는 국보법 2조 중 정부 참칭을 삭제키로 당초 방침을 수정, 보완입법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때문에 386의원 등 형법보완론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반국가단체 개념을 살리고, 불고지죄를 남겨두면 어떤 법이더라도 결국 이름만 바꾼 국가보안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은 당내 보수적 성향의 의원들은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데 자신들이 불안한 거 아니냐며 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대체입법론은 사실상 보안법 폐지론의 후퇴라는 지적도 있다. 야당의 개정론이 실은 보안법 유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지론의 명분만 살려줄 뿐이라는 얘기다. 급선무는 대야 설득이 아닌 대오정비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최우규기자 banco@kyunghyang.com〉
<세계일보>
"국보법 존폐 결론 때까지 재판 연기
민애청 前회장 파기환송심
서울고법 형사2부(전수안 부장판사)는 1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족통일애국청년회의(민애청) 전 회장 한모(35)씨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국회가 국보법 개폐를 논의 중이고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재판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1998년 이적단체 가입 및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월 민애청을 이적단체로 볼 수 없고, 한씨가 갖고 있던 책 가운데 변증법적 유물론도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다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이적단체 가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지만, 다른 혐의인 국보법 7조5항의 이적표현물 소지 부분은 여전히 유죄로 파악된다며 이대로 재판을 진행하면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피고인에게 재판 연기 의사를 물었다. 이에 한씨가 다음 재판 때까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해, 재판은 다음달 12일로 연기됐다. 재판부는 현행법대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뒤 국회가 법률을 폐지하고, 피고인이 다시 상고한다면 우리만 쓸데없는 재판을 한 셈이 돼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범준기자/weiv@segye.com
2004.09.17 (금)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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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