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가 지난 12일 지역ㆍ부문 집행책임자연석회의를 통해 1,2월 투쟁계획을 내놓았다. 2004년 12월, 사상초유의 1000인 단식단으로 국회 앞을 어느 해보다 뜨겁게 만들었던 그들. 그보다 더 뜨거운 2005년 2월을 만들기 위해 또다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김성란 사무총장을 13일 국민연대 상황실에서 만났다. 앞으로의 투쟁계획과 늦었지만 단식단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범국민행동전 조직, 수구청산 운동, 열린우리당 압박이 주요 방향
- 어제 회의에서 전반적인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 됐을 것 같은데 말해달라.
기본 방향은 광범위한 국민대중이 참여하는 범국민행동전 조직, 한나라당 등 수구청산 운동,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박이다. 국민단식단 투쟁이 핵심역량을 강화했다면 범국민행동전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 함께 움직이는 대중적인 운동이다. 수구청산 운동은 국가보안법 사수를 외치는 한나라당, 조중동 등 수구언론, 반핵반김이나 일부 종교인 등을 대상으로 한 운동이다.
보수수구진영과 민주개혁진보진영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들이 여론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박은 대정치권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내 보수세력을 규탄하고 대중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또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원내 역할을 높일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24일 ‘전국릴레이 촛불대행진’과 국회 앞 농성 시작, 2월 20일 범국민대회
- 구체적인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24일부터 국민연대 지도부는 문예선전단과 함께 전국순례를 할 예정이다. 중앙에서 모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거점농성을 진행하고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준비하는 촛불행사에 순례단이 결합해 ‘국가보안법 완전폐지와 수구청산을 위한 지역 시민대행진’등의 촛불행사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같은 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0명 규모의 ‘국가보안법 2월 폐지와 수구청산을 위한 국민실천단’을 꾸려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과 중앙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대중투쟁이다.
2월 20일에는 ‘국가보안법 완전폐지와 수구청산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개혁법안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개혁과제 완수를 위한 범국민연대집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10만명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 1000인 단식단이 중심이 되는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홍보단, 국가보안법폐지 의원모임 구성, 대국민 홍보전 등도 논의 됐다. 지난달 청와대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단식단과 열린우리당 의원들 농성소식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국회의원 대상 홍보물도 제작하기로 했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국민들과 함께 갈 것”
-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은 정말 다양했다. 56인 삭발부터 시작해서 1300여명이 넘는 국민단식단까지. 작년 활동에 관한 평가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본격적인 평가는 싸움이 완전히 끝난 다음 해도 늦지 않고 그게 맞는 거다. 2월에 분명 작년 12월보다 더 강도 높은 대치국면이 올거다. 2월이 끝나면 투쟁 ‘백서’를 펴내야할 것 같다. 국가보안법폐지 투쟁을 하면서 새로운 투쟁양상 투쟁방식이 많이 나왔다.
- 본인이 생각하는 국민단식단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폐지자체가 어려운 국면이었다. 어떻게 갈지 감이 안 보이는 상태였다. 그 상황을 돌파하고 연내폐지 할 대단히 강도 높은 투쟁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국의 활동가들이 전면에 나섰다. 빠른 시간 내에 폭넓은 사회반향을 일으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국민 열망을 반이상으로 만들어내는 성과를 냈다.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초점으로 소위 말하는 평화통일 운동진영, 민중진영, 시민진영, 전문가진영들이 전국차원에서 폭넓게 협력했다. 하나의 사안을 가진 투쟁에 가장 많이 결합한 경우다. 민주개혁진영의 단결성을 높이고 전국의 활동가들의 내부적 결속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한편 대중전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2%가 부족했다고 할까. 역사를 바꾸는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은 국민과 함께 가야한다고 느꼈다.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마음을 움직여 8천만원의 성금으로 표현됐지만 그들이 모두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대중의 마음을 울려내지 못한 것이다. 오는 2월 20일에는 ‘민주개혁의 촛불대합창’을 만들어 내려한다. 또 다른 한계는 시민사회, 민주 세력들이 단결했지만 그 활동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있다. 각각의 부문 진영들이 독자적인 자체 계획을 가지고 대중투쟁, 실천활동을 일관되게 해야한다.
- 그렇다면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진보진영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나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람들 속에는 민주, 인권, 평화, 통일에 대한 지향점이 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이 그 지향에는 부합하지만 대중적 연결고리가 약했다. 말하자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지지하고 동조하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고생하면서 추위에 촛불을 들고 나올 만큼은 아니라는 거다.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에 대한 심정적 동조, 당위적 동조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의사표현의 자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골간 형성이라는 것까지 가기가 힘든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이후의 미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해당하는 상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성적 논리적 논쟁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정서나 심정을 움직이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열린우리당도 해야 할 역할이 있다”
- 일각에서 ‘열린우리당의 행보에 끌려 다닌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열린우리당의 행보에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대국회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우리의 전술을 미세하게 변경시켜야 한다. 20일씩 굶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4자회담에서 합의했다’는 소식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오히려 우리는 상황이 악화 될수록 더 완강한 투쟁을 했다. 20일씩 굶고도 광화문, 열린우리당사, 국회의장공관, 정읍 등으로 뛰어다녔다. 투쟁에 있어 중심 맥은 절대 놓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에 일희일비 했다면 아마도 금방 와해 됐을 것이다.
- 열린우리당 내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하는 의원들이 204시간 연속 의총 등 농성을 한 것에 대해 ‘정치쇼’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들에게 흔히 말하는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가?
원내에서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역할, 열린우리당이 해야 할 역할,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역량을 일면 과도하게 평가한 측면은 있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 100%의 힘이 필요한데 열린우리당은 수구와의 대결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요구된 것에 비하면 낙제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교훈이다. 2월 투쟁에는 이렇지 않을 것이다. 작년 말 ‘농성파 의원’들에 대해 적극적 견인과 연대를 벌이고 ‘열린우리당 당원협의회’등 국가보안법 폐지과 수구청산에 적극적으로 연대할 예정이다.
진정성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진정성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지킬 것’, ‘정치적 입지가 어떻게 되더라도 수구와의 전쟁을 할 것’은 아니다. 개혁에 대한 지향성이 있어도 그 지향성이 허약하면 기회주의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펼쳐질 새 세상을 제시해야”
- 국가보안법 투쟁이 고문, 조작 등 너무 어두운 쪽으로 치우치기만 하는 것 같다.
국가보안법 투쟁이 미래를 설계하고 새로운 새 세상을 설계하자는 것인데 사안자체가 무겁고 주로 과거청산, 수구청산을 주장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앞으로는 국민들에게 긍정적 접근 할 수 있도록 미래를 밝혀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다. 다양한 문화적 코드의 개발이나 홍보 내용 등을 창의적으로 개발해서 낙관적인 분위기를 심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특히 10~20대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차이가 있고 국가보안법이나 고문 등에 대해 잘 모른다. 네티즌들과 온라인상에서 정서를 좁혀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언론에서도 <기획연재 시리즈-고문과 조작 1,2,3>이 아닌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펼쳐질 세상 1,2,3> 등을 했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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