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 농성자들, 국회 밖 농성자 찾다
여당 내 '국보법 연내폐지파' 의원들, 국보법연내폐지단식농성장 방문
오마이뉴스 김지은/권우성 기자
▲ 20일 오전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요구하며 국회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앞에서 1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국민단식농성단'을 격려방문했다. 민주노동당(왼쪽)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단식농성단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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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여러분의 힘을 받아 꼭 연내에 폐지하겠습니다."
1000여명이 국가보안법의 연내 폐지를 요구하며 사상초유의 노상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찾았다. 국회에서 '240시간 연속 의총'이라는 이름으로 어제(20일)부터 사실상 철야농성을 시작한 이른바 '국보법 연내 처리파' 의원들이다.
21일 오전 11시20분께 여의도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 마련된 '국보법 연내 폐지 무기한 국민단식농성장'을 찾은 이 12명의 의원들(유승희·임종인·홍미영·한명숙·김희선·이미경·이경숙·유선호·우원식·강혜숙·김태홍·이광철 의원)은 농성단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반드시 연내에 국보법을 폐지하겠다"고 다짐했다.
▲ 인사말을 마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단식농성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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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폐지파 의원들 "국보법 폐지는 열린우리당의 소명"
사회자로서 마이크를 잡은 홍미영 의원은 "어제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고생이 많으시다"며 "여러분과 함께 하기 위해 뜻을 모아 이 자리에 오게됐다. 반드시 (국보법 연내 폐지) 이뤄보도록 애쓰겠다. 힘내시라"며 이날 방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마이크가 쥐어졌다. 의원들은 한결같이 "여러분의 모습을 보니 정신이 바짝 들고 용기가 더욱 생긴다"며 "꼭 연내에 국보법을 폐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단식농성장을 찾은 의원들의 발언 요지이다.
한명숙 의원 "추위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왔다. 열린우리당의 존재는 악법인 국보법, 그리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역사 앞에 죄인 된다는 심정으로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여기 단식 농성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신이 바짝 든다."
김희선 의원 "이렇게 뵙게 돼 반갑다. 역사의 현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힘 강화해 기필코 이 해 안에 국보법을 폐지하자."
이미경 의원 "이 추운 날씨에 국민단식하는 여러분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더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에 온 의원들은 대부분 농성을 많이 경험해봤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칠 때 국보법 폐지를 외치기도 했고 농민들과 함께 (쌀) 수매가 안정을 위해서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도 봤다.
그런 사람들을 국회에 많이 들어오게 해주시고 제1당을 만들어준 (국민들의) 뜻을 생각하면 국보법을 꼭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면 해방 60주년이다. 이 때에 국보법을 폐지해 남북화해의 물꼬를 틀고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국보법 폐지는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해 애쓰겠다."
이경숙 의원 "여러분의 바람과 희망을 잘 안다. 마지막 남은 가장 악랄한 법, 국보법을 폐지하기 위해 단식농성으로 촉구하고 계시는 뜻을 위해 여러분의 대리인으로서 역할 다 하겠다. 연내에 꼭 국보법 폐지시키겠다."
홍미영 의원 "이 (단식농성의) 힘이 국보법을 연내에 폐지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올해가 열흘밖에 안남았지만 여러분의 힘을 받아 국회에서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연내 폐지를 꼭 이루겠다."
강혜숙 의원 "만감이 교차한다. 미안하고 안스럽고 용기백배하다. 어제까지 우리도 힘들었다. 그런데 여러분이 우리의 용기를 배가시켰다. 어제부터 농성하면서 많은 의원들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말한다. 꼭 연내에 국보법 폐지하자."
유승희 의원 "많은 사람들이 국보법을 연내에 폐지하기 위해 단식까지 하는 이 힘으로 국보법은 이미 폐지됐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힘을 받아 국보법의 연내 폐지를 위해 앞장서겠다."
김태홍 의원 "어제도 농성장을 다녀갔다. 보름씩 단식을 하면서 흔들리는 국가의 진로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이 우리나라의 '하느님'이다."
유선호 의원 "여러분의 힘으로 국보법 폐지 여론이 높아졌다. 우리도 국회 안에서 농성을 한 이후 하루만에 동참의원이 10명이나 늘었다. 이 정도면 금새 국회 과반의 인원이 농성에 동참할 것 같다. 그러면 국보법은 폐지되는 것 아니겠나."
▲ '통일광장' 회원 박순자씨가 '민주화운동하던 사람들을 국회에 들여보냈더니 이 눈치 저 눈치만 보고 있다'며 '국보법을 철폐하지 못하면 3년 내에 당신들은 그 자리 다 내놓게 될 것이다. 잘 하라"고 의원들을 매섭게 꾸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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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서 터져 나온 질타 "지금처럼 눈치보다간 3년 내 자리 없어진다"
한편, 이날 의원들의 방문은 국보법 폐지 여부를 두고 열린우리당이 딱 부러진 입장을 정하지 못한 데 대해 연일 시민단체의 규탄 성명이 나온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305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국민연대)를 비롯해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의 단체는 전날인 20일에도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태도는 연내 국보법 폐지 처리를 유보하고 나아가 국보법 폐지 논의까지 후퇴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언제까지 갈 '지'(之)자 행보를 계속 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단식농성장 방문 때도 터져나왔다.
통일운동단체 '통일광장'의 노(老)회원 박순자씨는 "(임종석·이부영 의원 등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을) 당선시켜 국회에 들여보냈더니 이 눈치 저 눈치만 보고 있다"며 "국보법을 철폐하지 못하면 3년 내에 당신들(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 (의원) 자리 다 내놓게 될 것이다. 잘 하라"고 의원들을 매섭게 꾸짖기도 했다.
"지적 아프다... 더욱 힘내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
이러한 외부의 질타에 대해 이날 농성장을 찾은 소장파 의원들은 아픈 충고라며 믿고 지켜봐달라는 뜻을 전했다.
유승희 의원은 "그런 (국보법 폐지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아프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더욱 명백하게 (국보법 연내 폐지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힘내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다만 (국보법 폐지문제가) 상대가 있는 싸움이다 보니 협상과정에서 애매모호하거나 답답하게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보법 폐지가 당론이자 총선공약인만큼 우리의 본의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유 의원은 "국회 바깥의 이러한 단식농성을 계기로 재야·학생 세력의 힘이 모아지는 것이 국회에도 스며들고 있다"며 "이러한 힘이 우리('국보법 폐지파' 의원들)가 좀더 우리의 (국보법 연내 폐지) 원칙을 강고하게 밀고 나가게 하는 뒷심이 된다. '240시간 의총'을 결의한 우리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덧붙였다.
한명숙 의원도 유 의원과 같은 뜻을 전했다. 한 의원은 "그런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측면도 있긴 했지만 상대방이 있는 싸움이니 최대한 협의를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간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아) 국회 내에서 농성을 벌이는 상황까지 왔다"며 "일단 오늘(21일) 열리는 양당 대표자 협의에 기대를 걸겠다. 국보법 폐지는 열린우리당이 부여받은 소명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의 이른바 '4자회담'에서 국보법 처리 문제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연내 폐지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한 당내 기류를 묻는 질문에 한명숙 의원은 "현재 국회의장도 (여당 만의) 단독국회는 열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고 더구나 한나라당이 몸으로 막고 나설 경우에는 (여당 단독으로 국보법 폐지를) 그렇게 밀어부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 20일 오전 국회앞 단식농성단을 찾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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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에 앞서 오전 10시30분께에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국보법을 매개로 야합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며 역시 국회에서 농성 중인 천영세·단병호·이영순·최순영·노회찬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농성장을 방문해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해 힘쓰겠다는 결의를 다시한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