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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이부영 당의장께 보내는 편지> 우공이산(愚公移山), 산도 옮길 수 있습니다. 2004/11/12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께 보내는 편지>

               우공이산(愚公移山), 산도 옮길 수 있습니다.

여기는 국회 앞입니다.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위한 천막농성이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한총련, 한청의 간부들 5명은 단식농성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 국가보안법이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 알리고, 국회 주변을 도보행진도 하고, 1인 시위도 합니다. 매일 저녁이면 촛불을 밝히는 문화제도 갖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의도에는 투쟁의 계절, 겨울이 일찍 찾아왔습니다. 매년 국회가 벌이는 반개혁 정치 쇼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이렇게 겨울만 되면 국회 앞에서 외쳐야 합니다. 지난해 집시법을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통과시키는 국회를 보면서 다시는 국회를 찾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올해도 국회 앞에 천막을 쳤습니다. 언제 걷을 지도 모르고, 경찰이 언제 쳐들어와서 뜯어낼지 모르지만, 올해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자 합니다.

어제는 열린우리당의 창당 1주년이었습니다. 이 의장께서는 지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독수리 5형제의 일원으로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을 맡았습니다. 비록 총선에서 낙마했지만, 지금은 당을 대표하는 당의장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 공적인 자리에 있는 분이 ‘(개혁)속도조절’론을 발언했습니다. 한나라당에서 환호하는 소리도 들리고, 창당 1주년을 맞은 열린우리당의 홈페이지가 이런 이의장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 이미 이루었어야 할 민주과제입니다.
1991년 지금의 한나라당의 뿌리였던 민자당이 35초 만에 날치기 처리했던 국가보안법을 올해에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민주진영의 합의가 있었습니다. 국가보안법 56년의 역사를 끝내자, 민주·인권·통일의 세상을 만들자는 요구로 지난 여름부터 달려왔습니다. 스스로 평가했듯이 의정사상 처음으로 의석 과반수를 개혁세력이 장악했고, 그들은 우선적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고, 당론도 만들었습니다. 이제 국가보안법을 존속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한나라당과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고무하여야 할 당의장이 힘 드는 일이니 그만 두자고 합니다. 요즘 한나라당에서 탈당하여 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여러 의원들이 국가보안법은 분리 처리하자고 하고, 국가보안법 처리는 미루자고 하는 그 흐름과 연결되어 이 의장의 이런 발언은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는 말로 들립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대충 넘어가도 되는 문제입니까? 국가보안법이 국민들의 의식을 흑백논리에 가두고, 아직도 한 민족인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사상·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표현의 자유마저도 제한하는 이런 악법을 폐지하는데 무엇을 망설입니까? 국가보안법의 문제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민주주의보다는 유신독재를, 인권보다는 군사정권을, 통일보다는 북진통일을 염원하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후예들이라는 것입니다.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그들과 한판 투쟁인 것이고, 수구 보수세력의 이 저항을 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어떤 개혁도 민주주의의 완성도 불가능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올해에 꼭 해내야 합니다. 그 일에 이 의장께서 앞장섬으로서 그 많은 억측과 불신을 스스로 거둬내십시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일인데 무엇을 주저하십니까? 수구세력과의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선명하게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로 역사의 진보에 기여하십시오.

우공이산, 참으로 많은 이들의 힘으로 우리는 그 산을 옮길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되는 날까지 저는 이곳 농성장을 지킬 것입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과 이부영 의장의 정치활동을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을 끝장내는 날까지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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