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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현 시기 동북아정세 어떻게 볼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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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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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현 시기 동북아정세 어떻게 볼 것인가?
목차
1. 북한의 핵무장선언 이후, 6자 회담을 둘러싼 동북아 각 국의 외교 행보
2. 신미일동맹, 부활하는 일본 군국주의 : 신 '가쯔라-태프트' 밀약
3. 흔들리는 한미관계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4. 새로운 동북아질서 형성되나?
1. 북한의 핵무장선언 이후, 6자 회담을 둘러싼 동북아 각 국의 외교 행보
2월10일 북한의 핵무장 및 6자 회담 참가 유보선언 이후 북한을 중심에 두고 동북아 각 국의 외교전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선언 직후인 2월12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하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였다. 미국은 2월15일 크리스토퍼 힐 주미대사를 6자 회담 수석대표로 임명하고 힐은 중국공산당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앞둔 17일 중국을 방문하여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회담하였다.
라이스와 힐은 리자오싱 부장과 회담에서 '중국역할론'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역할론'은 미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역할을 높여 북한을 압박하라는 것이다. 즉 중국이 대북포위전선에 동참하고 왕자루이 부장이 방북 하여 핵무장에 대한 중국 측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라는 뜻이다.
물론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압박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압박수단은 대만문제였다.
미국은 2월19일 개최된 미일 외교·국방장관 안보협의위원회(2+2회담)에서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을 포위하는 전술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은 '2+2회담'에서 양국 동맹방식과 주일미군재배치의 지침이 되는 '공통전략목표'를 발표하였다.
미일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무조건 6자 회담에 신속히 복귀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촉구'하였다. 일본언론들은 '2+2 회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해 '2+2회담'에서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핵무장선언 이후에도 미국은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었다.
미국은 기만적인 회담복귀론으로 주변국을 포섭하면서 선핵포기론을 고수하여 북한이 회담을 거부하도록 만들고 핵문제를 유엔으로 끌고 가 국제적 차원의 대북봉쇄망을 구축함으로써 북한정권교체전략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봉쇄에 참여해야 한다.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해서 실질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참여는 관건적이다.
북한에서 통용되는 외국 물자의 70∼80%가 중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비중 있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 조건에서 중국과의 교류가 중단되지 않는 한 북한 경제는 세계 경제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또한 중국의 대북 원조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참여는 대북봉쇄의 관건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선언 이후 '중국역할론'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했고, 중국이 미온적으로 나오자 강력한 외교적 압박수단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2+2회담 이후 발표된 중국관련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일본은 회담 뒤 발표된 '공통전략목표'에서 2개 항목에 걸쳐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미·일은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관련 ▲대만해협 문제의 평화적 해결 추구, ▲중국의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 환영 등을 목표로 적시했다. 라이스는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협력적인 관계 및 대만해협 양안 문제의 평화 해결에 대한 열망'에 관해 미·일 두 나라가 협의했다고 밝혔다.
'공통전략목표'에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을 포위하려는 전술을 공개 확인하였다.
미일 양국은 중국이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 즉 중국이 북한 포위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대만문제에 개입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의 분리독립을 저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반분열법 제정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만해협 문제의 평화적 해결 추구'라는 뜻은 반분열법에 대한 적극적 반대의사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3자 6자 회담 이전에 중국의 지도부는 북핵 문제에 관해 미국에 일정하게 협조함으로써 천수이벤 정부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미국의 외교적 압력으로 저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해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과 6월 3차 6자 회담의 실패이후 중국의 입장은 변화하고 있었다. 미국의 고집스러운 태도 때문에 대북 교섭력으로 미국에 득을 주고 대만을 취한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노선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특히 3차 6자 회담이후 보여준 미국의 무책임한 태도는 중국 지도부를 크게 실망시켰다.
시사저널의 남문희 기자는 '민중의 소리' 주최 좌담회에서 원래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 협조를 하면 양안문제에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해 9월 군사위 주석 직 승계 이후 입장이 변화했다고 주장했는데 남 기자의 분석을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권력 승계가 마무리되면서 더 강력한 지도력을 구축해야 하는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적 부담 역시 중국의 노선 변화에 일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의 노선 변화가 뚜렷해지던 시점인 지난 해 9월10일 이장춘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을 방문하고 그것에 대한 답방으로 10월 최고인민위원회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한다.
북중 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선거준비에 바빴는지 지난 해 중국 지도부의 입장 변화를 전혀 읽지 못했다.
대만문제가 중국을 압박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미국과 일본의 판단은 정확히 빗나갔다. 중국의 지도부는 대북교섭력을 대만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과거의 노선을 폐기하였고 정공법으로 핵문제와 대만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었다.
이 같은 변화의 분위기에서 미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를 건드림으로써 중국의 입장 변화를 더욱 부추긴 꼴이 되었다.
미일성명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강경했다.
2월20일 콩취안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 군사동맹은 냉전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이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성명은 중국의 주권, 영토 문제이자 국가 안전 문제인 대만 문제를 넣었다, 중국정부와 인민은 이에 결단코 반대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인민일보는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은 방어적이고 다른 나라에 간섭할 의도도 없는데 미·일이 중국 위협론을 들먹이는 것은 아·태 지역에서 군사력을 팽창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문회보'도 '미·일의 군사 패권은 아·태 지역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사설에서 '미·일의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문제를 포함한 것은 미·일 양국의 군사적 패권 욕망을 드러낸 것으로 이는 대만해협과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것은 일본의 군사·정치 대국전략과 미국의 전 세계적 군사패권 전략이 새로운 정세 하에서 야합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공격했다.
미국과 일본이 대만문제를 건드린 것은 오판이었다.
대만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입장 변화는 더욱 뚜렷해 졌고 오히려 북중관계는 더욱 밀착되었다.
미국의 '중국역할론'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중국 지도부의 입장 변화, 미국과 일본의 외교적 오판,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 등 핵무장선언이후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주변정세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중국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한국을 견인하면서 오히려 미국을 역포위 하고 있다.
2월2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왕자루이 부장과의 면담에서 '앞으로 유관국들의 공동 노력으로 6자 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에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이를 위해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3월2일 외무성 비망록에서 '회담 조건'을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한 사죄·취소, ▶적대시정책 포기의 정치적 의지 표명·실천행동, ▶3차 6자 회담에서 합의한 동시행동원칙 복원 등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 6자 회담의 전 과정에서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지 않고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무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미국의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 한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한편으로 미국이 3가지의 '믿을만한' 조치를 취하면 '어느 때든지 회담'에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회담 참가국들에게 열어 놓았다.
북한은 원칙을 잃지는 않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유연한 회담 재개의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회담을 회피하려는 미국의 책략을 분쇄하고 미국에 대한 주변국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은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 시 외무성 비망록에서 제시한 '회담 조건'을 중국 측에 전달했을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북한의 요구조건을 한미일 3국에 전하고, 한미일 3국은 2월26일 개최된 '북핵 고위급 협의'에서 이 문제를 토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 협의'에서 '(한미일)3국은 북한이 지체 없이 6자 회담에 복귀해 북한이 우려하는 사항을 직접 논의할 것'을 촉구해 미일 2+2회담에서 합의한 무조건 회담 복귀론을 재확인하였다.
북한이 제시한 요구조건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셈이다.
미국의 입장이 확인되었기 때문에서 북한은 6자 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부장의 방한일정과 맞물린 3월2일 외무성 비망록을 발표하고 회담의 전제 조건을 공개하여 미국을 압박하면서 회담을 지연시키는 쪽이 어디인가를 분명히 하여 참가국들을 견인하려 했다.
6자 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3월3일 힐 대사를 만나 회담 조기 재개 방안을 집중 협의했다.
언론은 우다웨이 부부장이 미국과 한국 측에 '북한 원하는 것은 조건 아닌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위기 조성'은 '조건 성숙'의 세부적인 차이점을 알 수 없지만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우다웨이 부부장과 만난 직후 '중국의 노력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평가해 중국을 통해 무언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 부부장의 방한 직후 8일 닝푸쿠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 담당 대사는 미국으로, 9일에는 송민순 외통부 차관보는 러시아로, 힐 미 대사 일본으로 날아갔다. '분위기 조성'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각 자 필요한 대상을 찾아간 셈이다.
라이스 동북아 순방은 '분위기 조성' 문제에 대한 미국 측의 답변을 듣는 자리였다.
그러나 미국은 회담거부를 선택하였다.
라이스는 3월20일 한미외무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주권국가이며, ▶미국은 북한을 공격, 침략할 의도가 없고, ▶다국적 안전보장을 제공할 의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지체 없이 6자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이스 발언은 수사적 차원에서 다소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미일 '공통전략'에서 제시한 목표 즉 무조건 회담 복귀론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라이스가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거부에 대해 점점 인내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다른 선택은 국제체제에 있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밝혀 유엔 안보리 상정을 시사한 것이다.
라이스의 발언으로 미일 '공통목표'-대북봉쇄에 의한 정권교체전략-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관련 부시 미 대통령은 북미 3국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데드라인도 정해놓지 않았'다며 유엔안보리 상정설을 부인하였지만 6월 위기설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대화를 거부하고 대결을 선택하였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선언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차원의 대북포위망을 형성함으로써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정권교체전략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은 첫 단계부터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대북 포위는 커녕 동북아에서 고립만 자초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더욱 밀착되고 있으며 한미일 3각 동맹은 매우 미묘한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1대5의 구도를 형성하여 북한을 압박하려던 미국은 오히려 4대2의 구도로 역포위 되고 있다.
지난 28일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11∼12일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나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한 제반사항을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라이스의 동북아순방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종석 차장의 비공개 중국방문은 핵문제와 관련하여 한중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라이스 방중 직후인 22일부터 27일까지 북한의 박봉주 내각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였다.
박봉주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을 초청하였고 중국과 투자촉진보호협정과 환경합작협정을 맺고 북중 간 정부 차원의 첫 상설경제기구인 북중 경제무역과학기술연합위원회 1차 회의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중국은 박봉주 총리의 방중을 통해 북중 간 정치적, 경제적 우호관계를 다시금 확인하며 북한을 포위하겠다는 환상에 빠져 있는 부시를 비웃었다.
핵무장선언 이후 북중, 한중관계는 오히려 밀착되고 있다.
핵무장선언이후 북한은 군사전에서 뿐 만 아니라 정치·외교전에서 미국을 압도하며 유리한 국제적 진지를 구축하였다.
북한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엄호아래 대미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월31일 북한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비핵화'는 북한의 '시종일관한 전략적 목표'이며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한국에서 '미국의 모든 핵무기들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자체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원천적으로 없애버려야'하고 '이것은 검증을 통하여 확인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일체 핵전쟁연습을 중지하고 핵위협 공간을 청산'해야 하며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주변나라들 사이에 신뢰관계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제는 '동결과 보상과 같은 주고받기 식의 문제를 논할 시기는 지'났으며 6자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공정하게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방도를 논하는 장소로 되어야'하고 북한이 '당당한 핵무기보유국이 된 지금' 6자 회담은 마땅히 참가국들이 '평등한 자세에서 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6자 회담의 성격을 다자간 포괄적 군축회담으로 규정했다.
3·31 담화는 2·10 선언에 이어 다시 한번 미국을 단죄하는 정치선언이다.
이제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는 미국의 요구사항이 아니라 북한의 요구사항도 되었다.
6자 회담은 북한의 핵동결과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제한적인 공간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모든 핵을 전면적으로 폐기하고, 주한미군의 전도를 포함한 핵전력 감축을 중심으로 동북아의 포괄적인 군사문제를 협의하는 사실상 정전협정의 후속 회담,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포괄적 군축협상이 되었다.
한마디로 미국은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셈이다.
북한은 미국의 압박전술에 더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대화에는 대화'로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외교원칙이다. 미국의 강경대응은 북한의 초강경대응을 초래하고 있으며, 미국은 위신은 끊임없이 추락하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발버둥칠수록 덫은 더욱 깊숙이 살갗을 파고들기 마련이다.
부시 정권은 북한이 쳐 놓은 커다란 덫에 걸려 발버둥치고 있다.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더욱 깊숙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2. 독도침략, 부활하는 일본 군국주의 : 신 '가쯔라-태프트' 밀약
독도문제가 터진 것은 지난 2월23일,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이 상정하고 바로 그 날 다카노 주한 일본대사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분명한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면서이다.
독도문제는 미일 2+2회담, 왕자루이 부장 방북, 한미일 북핵 고위급 협의 등 핵문제 관련 논의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던 매우 미묘한 시점에 발생하였다.
특히 '공통전략목표'를 통해 미일양국이 동북아지역 안보에서 일본의 지위, 역할 강화를 합의한 직후 독도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미일의 공동행보가 주목된다. 때문에 '공통전략목표'의 이면에 일본이 핵문제와 미군재편 등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대신 일본의 재무장, 유엔 안보리 진출과 독도, 조어도, 북방 4개 섬 문제 등 일본의 이익을 미국이 보장하는 신 '가쯔라-태프트' 밀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지배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동북아에서 정치적 고립이 심화되자 동북아 4개 섬 문제로 정치적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압박하고 일본의 팽창적 야욕과 군국주의 부활 야망을 부추겨 동북아 지역에 대한 개입력을 유지 확대하면서 신군사전략 관철의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독도 문제로 한일 간 긴장을 조성하여 한국 정부를 압박해 북한의 핵무장선언이후 미묘한 갈등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한미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즉 미국은 일본을 앞세운 영토분쟁을 통해 일본의 보수화를 촉진시켜 새로운 군사전략을 집행할 수 있는 사회 정치적 환경을 마련하면서 일본을 앞세워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극동지역의 전략적 마지노선을 확대 고수하려 하고 있다.
일본열도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의 마지막 지탱점이다.
북한과 중국의 급성장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일본은 미국의 동북아 최후의 거점이기 때문에 미국은 미일군사동맹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최근 부시 정권은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라 '미군의 군사변환'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변화의 핵심은 '첨단무기, 신작전, 신조직의 삼위일체'로 미군을 '21세기 첨단군'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부시 정권은 이에 따라 군사기술, 전략과 군사조직, 훈련, 병참, 지도력, 군인, 기지 및 군사시설 등 모든 분야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군사적 목표는 '10-30-30 군사모드'의 실현이다.
'10-30-30 군사모드'는 전 세계의 미군을 10일 이내에 파견하여, 30일 이내에 승리를 거두고, 30일 내에 다른 지역에 파견할 준비를 완료 할 수 있는 '수퍼기동군'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에 따라 미군의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 세계 미군기지를 그 중요성에 따라 '전력투사 중추기지', '주요작전기지', '전진작전거점', '안보협력지역' 등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미군 재편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핵심군사거점인 '전력투사 중추기지'에 해당한다.
'전력투사 중추기지'는 항구적인 기지로서 전략적 중추 기능을 수행하며 여타 지역에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투사할 수 있는 군사적 근거지이다.
한마디로 일본은 동북아의 중추적 침략 기지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주일미군을 '아시아전선사령부'로 격상시키고 동북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지위와 역할을 증대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10일 일본은 '신 방위계획대강'을 확정했다.
'신방위대강'은 '중국과 북한을 지역 불안정 요인으로 규정'하고 미사일방어체제 구축, 자위대 활동범위를 확대, 미일동맹 강화를 특별히 강조하였다. 일본의 '신방위대강'은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정확히 일치하며, 이는 올해 2월 '공통전략목표'에서 재확인되었다.
미국이 신군사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동맹국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는 미군재편의 절대적 요소이다. 더욱이 핵문제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풀려 가지 않는 현 상황에서 미국은 미일동맹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 정치외교적 견지에서 미일동맹은 현재 미국의 최우선적 고려 대상이다.
일본은 이 같은 미국의 이러한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며, 미국의 정치외교적·군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대신 미국의 지원 하에 동북아에서 당면한 자국의 팽창적 이익-독도, 조어도, 북방4개 섬 확보 등-과 국가전략적 목표-침략국가화, 유엔 안보리 진출-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패권적 이익이 교차하는 지점에 독도가 놓여 있는 셈이다.
독도문제와 관련 또 하나의 주목되는 점은 미국이 한일 간 분쟁을 교묘히 활용하여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3월 17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통과되자 한반도는 들끓기 시작했고 우리 국민의 반일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17일 별 내용도 없는 '대일독트린'를 발표하였다.
'대일독트린'이 발표된 다음날 라이스 장관은 일본을 방문하여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을 지지하였다.
미국이 일본 쪽으로 기울자 노무현 대통령은 라이스에게 10분간 '독도강연'을 늘어놓았지만 라이스는 강연시간에 졸았는지 외무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유엔안보리 진출 지지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독도문제에 중립적 의사를 피력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루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라이스는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 정부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교적 수단인 미국의 지지를 잃자 흥분한 노무현 대통령은 라이스 방한 직후인 3월23일 '대일독트린'보다 강경해진 '대일 선언'을 발표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경하게 나오자 일본을 한 술 더 뜨기 시작한다.
30일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력히 비판한데 대해 '정상끼리 무릎을 맞댔을 때는 말하지 않고 이런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해 일개 장관이 타국의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는 외교적 무례는 서슴지 않았다. 정부도 한일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한일 간 외교갈등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엎은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미국의 지원을 제외하고는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없다는 점을 일본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무슨 말이 나오건 제갈 길을 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일 간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한국은 백전백패다.
입으로야 모르겠지만 본격적인 물리적 외교전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 정부는 일본을 제압할 마땅한 현실적 수단이 없다.
한일 외교전이 본격화되면 경제전으로 확산될 수 있는데 경제규모나 의존도의 면에서나 힘이 부치는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경제전을 장기간 견뎌내기는 어렵다. 일단 경제전의 면에서 일본을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만약 독도문제가 군사분쟁으로 비화하게 될 경우 대미종속적인 군사 구조 때문에 한국정부는 실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앞서 지적했듯이 동북아 안보의 중심축은 미일동맹이다.
한일 간 군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일본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다. 한국군의 작전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령 한국군이 독도를 수호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한국의 대응은 미국이 허용하는 폭을 넘을 수 없다.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위개념 일 뿐이다.
가능성이 높이지는 않지만 포틀랜드 전쟁-포틀랜드 제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80년 초 아르헨티나와 영국간의 분쟁-과 간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미국은 상위개념인 미일동맹을 위해 하위개념인 한미동맹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군의 작전권은 발동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사태가 이렇게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전을 벌릴 독자적인 능력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일본을 제어할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유일한 수단은 미국의 도움뿐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한일 분쟁이 격화되면 될 수 록 한국 정부는 미국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고 미국은 이를 통해 한국 정부를 더욱 효과적으로 요리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한국 정부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일 간 분쟁을 지렛대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여 자국의 이익에 더욱 충실히 복무하도록 길들이려 하고 있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05년 7월29일 미국과 일본은 필리핀과 조선의 지배권을 교차 인정하는 '가쯔라-태프트 밀약'을 교환하였다. 그리고 3개월 뒤인 1905년 11월17일 을사늑약이 강제 조인되고 우리 민족은 국권을 완전히 빼앗긴 채 100년의 세월을 한과 눈물로 보내야 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미 제국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은 동북아에서 또다시 그들만을 위한 100년을 기획하고 있다.
3. 한미관계 어디로 가는가?
북한의 핵무장선언 이후 한미관계는 또 다른 분수령을 맞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선언으로 한국 정부는 다급한 입장에 놓여 있다. 북미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6자 회담 참가국 중 가장 답답한 것은 한국 정부이다.
노무현 정부의 최우선적 국정과제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현 정부는 이 문제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는 등 모든 것을 미국에 양보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평화적 해결'이라는 말 외에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행동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분별 없는 태도는 한국 정부를 더욱 조바심 나게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무장선언 이후 6자 회담에 대한 전쟁과 대결을 향해 치닫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은 한국 정부가 다른 해결 방안을 추구하도록 떠밀고 있다.
지난 해 11월12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국제문제협의회 연설에서 대북 3불 원칙-전쟁불가, 봉쇄불가, 붕괴 시도 불가-을 천명하였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그 밖의 테러를 지원한 일이 없'으며 '테러조직과 연계되어 있다는 근거'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추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며 부시 정부와는 다른 입장, 즉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 취지의 연설을 하였다.
이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부시가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더욱 강경해 질 것이라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증폭되고 있는 핵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시각차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 정부를 더욱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12일 뉴욕타임스는 딕 체니가 반기문 외통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 비료지원 중단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장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그 후 국방부 월포위츠 부장관이 반 장관에게 비료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한국은 주적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라며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를 협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와 관련 2월21일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비료지원은 인도적 차원'이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고자 하는 게 정부의 의지'라며 미국의 지원중단 요구를 우회적으로 거부했다. 또한 정 장관은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 '일방적인 발언은 적절하지 않고 동의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하고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미국은 동맹이고 북한은 동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백서에 적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미국의 대북봉쇄정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3월16일 개성공단 전력공급이 완료되는 등 남북경제협력은 북한의 핵무장선언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공사 졸업식에서 ▶동북아시아 균형자로서 우리 군의 역할, ▶10년 내 작전권 환수 등 자주국방을 위한 역량 강화, ▶전략적 유연성 반대와 동북아 분쟁 관여 배제 등 '국방 3원칙' 제시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노무현 독트린'이라 할 만큼 의미 있는 것이었다.
자주국방과 관련 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은 지난 2003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 2003년 10월1일 국군의 날 연설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세 차례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세 차례 자주국방 연설은 묘한 시점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 차례 모두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첫 번째 연설은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를 완료하고 1차 6자 회담이 추진되던 민감한 시점이었다. 두 번째 연설은 1차 6자 회담의 결렬이 결렬되고 북한이 '핵억제력 강화'를 선언하고 플루토늄 용도변경작업에 돌입한 첨예한 대결국면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연설은 북한이 핵무장선언하고 미국이 6자 회담 복귀를 거부한 전면적 대결국면에서 나왔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세 번째 연설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부시 독트린이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발표되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외교적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핵문제와 자주국방 발언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
그러나 군사문제가 한미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발언을 통해 미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균형자 자주국방론' 발표이후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3월8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이후 참여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되 북한과의 교류는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을 공격하여 당면한 외교현안-핵문제에와 일본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미세하지만 라이스 방한 과정에서도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시각차이는 확인되었다.
반기문 외교장관은 한미공동기자회견의 모두 발언에서 '6자 회담 틀 내에서 북미 양자대화 등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여 6자 회담 내 북미양자회담 개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라이스는 '협상테이블에서 대화할 때 6자 회담 내에 북한이 들어 있어 대화를 하는 만큼 6자 회담 틀 내에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해 양자 회담 문제에 대해 미묘한 여지를 남겨두었다.
한국은 2·10선언이후 핵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북미양자대화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말뿐이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아무런 실제적 조치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라이스 방한 직후 외교현안-핵문제와 일본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노무현 대통령은 '대일선언'을 발표하고 대일외교전의 수위를 높여 나가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2일까지 윤광웅 국방장관은 중국을 방문하여 차오강촨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4월4일 윤 장관은 방중결과를 공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었다는 말을 수 차례나 강조하면서 '앞으로 중국과는 군사협력을 조금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일본과 중국과는 같은 빈도로 만나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국방장관회담에서 중국과의 군사교류를 한일 간 군사교류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중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해 주고 있다.
'아시아 협력대화 외교장관 회의' 참석한 반기문 외교장관 역시 7일 마치무라 일본 외무장관과 만나 '일본 공민교과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 반면 6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결과를 전달받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협력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친중반일' 노선을 재확인하였다.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변죽을 두드려도 북소리는 나는 법이다.
서울에서 평양으로 가려면 직항로가 가장 좋지만 서울-평양간 직항로가 없는 현재의 조건에서는 평양에 가려면 부득이하게 베이징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 중국을 통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평양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외교노선은 현재 한반도 정세의 긴박성을 놓고 볼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다소 간의 긍정적 측면은 있다. 향후 미국이 더욱 극단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접근할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은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핵문제의 악화와 일본의 팽창을 동시에 양보하면서 현 정부가 한미일 3각 동맹을 유지하라는 것은 정권을 포기하라는 뜻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하위개념이기는 하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은 한미동맹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한일관계의 약화는 한미일삼각동맹의 약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핵문제를 악화시키면서 일본 편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질 경우 현 정부의 '전략적 선택'은 불가피해 진다.
부시 정부가 핵문제와 관련 추가적 행동에 나서거나 독도문제 등 한일현안과 관련 노골적으로 일본을 지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 정부의 반발력은 극적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한미관계에서도 덫에 걸려있다.
물론 한미관계의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미국이 갑자기 일본의 유엔안보리 진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독일방문과정에서 핵문제와 관련 미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미국도 나름대로의 교활한 외교전술이 있으며 한국 정부 역시 한미동맹의 큰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관계의 작은 동요도 놓치지 말고 변화된 정세를 더욱 효과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4. 새로운 동북아질서 형성되나?
핵무장선언이후 미국은 한반도 주변국들이 대북압박에 동참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핵무장선언을 계기로 6자 회담의 붕괴 책임을 북한으로 떠넘기고 동북아에서 대북포위망을 형성하여 이를 발판으로 향후 '북 붕괴 혹은 정권교체'전략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부시의 지배야욕은 '오뉴월 개꿈'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을 망각한 부시의 정권의 동북아지배전략은 미국의 몰락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며, 이는 머지 않은 장래에 동북아질서의 대지각변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선언 두 달 여 만에 벌써 동북아 질서는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거대한 변화의 전조에 불과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중국은 외교전략은 큰 틀에서 변화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경제대국화에 성공하여 21세기 주도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북한의 붕괴와 같은 돌발상황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주변정세의 안정이 필수적 조건이다.
중국과 접경한 중동 및 중앙아시아지역과 한반도의 안정, 대만문제 해결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국의 외교목표이다.
미국의 직, 간접적 개입에 의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정세가 매우 불안정해 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것은 중국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가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경우 중국은 미국의 포위망에 완전히 고립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안정은 중국에게 최우선적 외교목표라 할 수 있다.
전술적, 일시적으로 중국이 미국과 협력할 수는 있지만 전략적으로 중국은 북한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에 북한을 포위하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북한은 중국을 통해 한국을 견인하며 미국을 역포위할 수 있는 현실적 근거이다.
러시아의 입장도 중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북동부 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의 미국의 포위망은 점점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아프간, 우크라이나, 그루지아, 키르키스탄 그리고 올해 처음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된 벨로루시까지 최근 미국이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구 소련의 직, 간접적 영향 하에 있던 나라들이다.
만약 한반도에서마저 미국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마치 1930말, 40년 대 초 파시스트연합세력이 소련을 포위하던 국면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의 협공을 피하기 위해 스탈린이 동북지역에서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던 김일성 주석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처럼 러시아의 재건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결코 미국의 편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 정부의 최우선적 국정목표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통일에는 미온적이지만 그렇다고 전쟁이나 대북적대정책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다. 부시 정부가 노무현 정부를 대북봉쇄에 끌어들이기에는 남북관계는 너무 발전해 있고 한국 사회는 크게 변화하였다. 현재와 같은 한국사회의 분위기에서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북한붕괴전략에 동참하는 것은 사실상 정권을 포기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강화되면 될 수 록 한국 정부의 반발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일동맹의 강화는 한미관계를 더욱 미묘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팽창을 용인하면 할수록 한미, 중미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역사적인 반일감정을 고려할 때 현 정부가 일본의 팽창을 용인하면서 미국과 협력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 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군사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일본의 팽창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미국의 가장 큰 외교적 약점이다. 미래의 패권을 위해 미국은 일본을 밀어야 하지만 일본을 밀수록 한국과 중국은 북한으로 더욱 기울게 될 것이며 동북아에서 미국은 고립은 심화될 것이다.
미일동맹체제 역시 동상이몽에 지나지 않는다.
카우보이들은 사무라이들을 모른다. 현재까지는 일본이 미국에 의존하여 팽창을 추구할 수밖에 없지만 독자적인 군사적 역량-특히 핵무장-을 구축하는 순간 그들은 '주군'을 버리고 스스로 '주군'이 되려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미일동맹은 동북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쯔라-태프트 밀약이 체결된 후 36년 뒤인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한 것처럼 머지 않은 시점에 일본은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사무라이들의 교활함을 부시는 알아야 한다.
현 시기 동북아 정세를 압축하는 명제는 '미국이 강하게 나가면 나갈수록 미국은 더욱 불리해 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외통수에 걸렸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건 결과는 패배뿐이다. 전쟁이건, 봉쇄건, 대화건 결과는 모두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조금이나마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대화가 가장 최선의 길이다. 미국에게는 시간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북한은 제2의 2·10선언, 제3의 3·31담화로 맞설 것이며 미국은 더욱 비참한 몰골로 회담장에 끌려 나오게 될 것이다.
미국은 무엇이 최선의 길인가를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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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