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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재학생.졸업생, '강정구교수 후원의 밤' 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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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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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재학생.졸업생, '강정구교수 후원의 밤' 열어
"꿋꿋하게 양심지키는 교수님, 감사해요"
정명진 객원기자(tongil@tongilnews.com)
"언젠가 이 많은 도움을 여러분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강정구 교수 사건'을 두고 한나라당과 수구언론들의 색깔론 공세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강 교수의 사법처리를 반대하는 이들이 '후원의 밤'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이를 이겨내자며 힘을 모았다.
동국대 학생대책위원회(학생대책위, 위원장 유민지) 등은 27일 오후 7시 동국대 문화관에서 동국대 재학생, 졸업생, 교수 등 13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 및 직위해제 반대 후원의 밤'을 열었다.
유민지 학생대책위원장은 이 행사가 "단순히 한 사람을 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더 크게 모이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당당하고 꿋꿋하게 학자의 양심을 지키고 계시는 강정구 교수님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강 교수에게 응원을 보냈다.
동국대 김태준 교수는 "역사는 역사를 바라보는 사관이 필요하며, 사관은 역사를 바라보는 양심"이라며 "만약 강 교수가 역사가로서 양심이 아니었다면 무엇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생명위협에 쫒기는 발언을 그치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역사사회학자인 강 교수의 활동이 정당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강 교수의 부인인 노정렬 교수는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위로를 받고 힘을 받고 인내할 수 있고 같이 함께 싸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언젠가 이 많은 도움을 여러분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답해 많은 위로의 박수를 받았다.
이관용 동국대 사회학과 학생회장이 강 교수가 3차 소환 전에 쓴 '6.25 필화사건을 되돌아보며'라는 글을 낭독하면서 울분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자 참석한 졸업생들이 박수를 보내는 등 끈끈한 선.후배간의 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도대체 왜 선생님이 사회로부터 매도되고 젊은 사람들로부터 욕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이들은 유민지(재학생대표), 박경태(졸업생대표)가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강정구 교수의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미약하지만 힘이 될 것"이라며 "수구세력이 조장한 이분법적 가치판단의 구도를 거부하고 재학생들과 힘을 합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국대학교 측이 강 교수의 사법처리 여부에 따라 징계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정치공방과 사회논란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나보겠다는 보신주의적 태도에 불과"하다면서 "직위 해제 논의는 중단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동국대학생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 현실"
이날 행사에서 그동안 수구언론들의 색깔론으로 인해 동국대 재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현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유민지 학생대책위원장은 강 교수의 사법처리를 반대한다고 말하면 "너도 빨갱이냐"라는 말을 먼저 듣는다며 "2005년 10월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데,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말조차 남의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한다"고 개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강정구 교수 수업을 들은 동국대 학생의 취업제한' 발언이 있은 후로는 활동을 하는 동안 "취업길 막히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냐"라고 따져 묻는 학우들이 있기도 한다고.
하지만 유 위원장이 이 행사를 통해 "강 교수의 사법처리를 반대한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는 말을,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하자 선배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김태준 교수 역시 "강 교수의 친구라는 까닭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그에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라는 이유로 동국대학생을 볼모로 잡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라며 수구언론의 색깔논쟁을 비판했다.
졸업생인 노재렬(동국대 86학번)씨는 "어떤 회사에서 면접을 보면서 동국대 출신이냐? 강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느냐?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고 전하면서 "우리 자신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그런 보수적인 사람들의 취업제한이라든지 말도 안 되는 행태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맞서서 스스로가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다"고 재학생인 후배들에게 위로하기도 했다.
동국대 최성화 학생은 "재학생들의 여론이 악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취업한 졸업생들에게 "플랭카드 한 장, 말씀 하나라도 해주면서 같이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 동국대학교 재학생들, 특히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대한상공회의소장의 발언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재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고 심지어 협박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저녁 9시 경 후원의 밤 행사를 마친 참가자 130여명은 촛불을 들고 중간고사 기간인 학내를 행진하면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성명서]
"야만의 시대에 외치는 동국인의 입장"
- 사실판단을 통해 내린 학자의 학문적 결론을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경찰사법당국을 규탄한다!
- 왜곡 보도를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며 뇌사상태에 빠진 국가보안법을 되살리려는 보수언론이야말로 더 이상 '튀는 주장'을 그만둬라!
- 학교당국은 보수매체와 수구정치권의 색깔공세에 정면으로 대응해 학문?사상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 학문.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실질적 민주화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에 대한 강정구 교수의 인터넷 기고문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시와 이에 검찰의 독립을 내세운 검찰총장이 사퇴로 인해 이번 사건은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온 요란한 색깔소동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왜곡 보도를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는 언론과 이에 장단을 맞춰 색깔공세를 퍼붓는 일부 정치권의 모습은 사회갈등을 인위적으로 조장?증폭시키고 있다.
뇌사상태에 빠져가는 국가보안법을 지키기 위해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 정치인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똑같은 소리를 내면서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를 외치고 있다. 그들의 상상력에서는 강정구 교수의 글이 '자유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종착역은 공산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의 저급한 상상력은 이제 블랙코미디를 넘어 삼류 공포영화를 상영하기로 작정한 것 같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구 교수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거나 반공주의에 의해 제공된 정통적인 시각과 달리 접근하려는 사람들은 '친북' '빨갱이'로 내몰리고 만다. "김일성 때문에 대접받고 사는 사람들이 어찌 장시기 교수뿐이겠느냐" "강정구 교수 감옥 가는 것을 사력 다해 비호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대접받을 생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자극적인 논평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보수언론이 북한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부정하는 강정구 교수의 글을 두고 '평양과의 연계성' 운운하며 '친북'으로 왜곡?덧칠하고 있는 상황은, 문제의 본질이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님을 반증한다. 본질은 '빨갱이 낙인' 그 자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2, 제3의 '강정구 교수 필화사건'은 양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보수언론은 말할 것이다. "암중 활약하던 빨갱이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그러나 역사가 증언했듯이, 우리는 공안정국이 조작해 만들어낸 '간첩단 사건'이 이런 논리에서 수많은 죄 없는 피해자를 양산시켰음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국대학교 역시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호하고 교수가 소신껏 학자의 양심을 지켜낼 수 있도록 든든한 울티라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 여부에 따라 징계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취업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와 강정구 교수 파문이 사회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는 이번 문제의 본질이 일부 보수단체의 극우반공적인 주장에 보수언론과 수구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더해진 색깔공세에 있음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학교당국의 태도는 정치공방과 사회논란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나보겠다는 보신주의적 태도에 불과해 보인다.
이에 우리 동국대 학생대책위원회와 졸업생 모임은 학교당국에 다음의 사항을 정중히 요구하는 바이다. 학교당국은 이번 사건이 국가보안법의 존폐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며 인권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실질적 민주화가 계속될 수 있는지 판가름 나는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임을 인식하고 직위 해제 논의는 중단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당국에게는 어려운 시기일 수도 있지만, 두 번이나 폐교 당할지언정 항일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동국대의 역사를 기억해야할 시점이기도 하다.
현재 동국대학교 재학생들, 특히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대한상공회의소장의 발언에 불안해하고 있다. 경제계는 물론 대다수가 이 발언이 '블랙코미디'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면에서 동국대학교 학생 전원에게 사회진출에 장애를 주겠다는 말들을 공공연하게 하며, 재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고 심지어 협박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 하다. '반공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자유 수호'라는 이상한 주장으로 인한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된 채 동국인은 유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다. 차이와 다양성, 합리적인 문제제기는 다시 한번 반공주의를 지고한 선으로 삼는 세력에 의해 묵사발이 되고 있다. 돌아보면 우리는 과거의 파시스트들 역시 이와 똑같은 논리를 가지고 이야기했음을 알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지향해야할 이 시점에 구시대 파시스트 이야기와 너무나 판박이인 논리를 보면서 우리는 한편으로 공포와, 다른 한편으로 분노를 느낀다. 도대체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가? 동국인, 더 나아가 시민의 자유와 양심을 박탈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유'와 '민주'도 아닌 냉전의 부산물인 '메카시즘'의 내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개인과 시민의 인권을 짓밟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한 개인도, 한 시민도 지킬 수 없는 '국가 수호'라면, 그리고 사상과 양심을 무시하는 '이상한 자유민주주의'라면, 글과 생각을 무차별적으로 검열하는 것이 보장하는 '이상한 자유'라면, 단호하게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생각을 달리하는 재학생 및 졸업생에게도 부탁을 드린다. 학문적인 사실판단을 가치판단으로 이해하지 말고, 학문 영역 안에서 토론되어야함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애써 만들어 놓은 민주화, 이로 인해 가능해진 다양성과 차이들을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 동국인은 그동안 강의실에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훌륭한 교수들과 토론하면서 민주적인 시민의식과 이에 상응하는 논리들을 연마해왔다. 동국인의 이러한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강정구 교수에 대한 폭력과 동국대학교 재학생들이 받는 고통을 지켜볼 수 없다. 우리는 후배들과 학교를 위해 현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강정구 교수의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미약하지만 힘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수구세력이 조장한 이분법적 가치판단의 구도를 거부하고 재학생들과 힘을 합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해쳐 나갈 것이다.
2005년 10월 27일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와 직위해제를 반대하는 동국대학교 재학생.졸업생 모임
강정구 교수를 지지하는 동국대학교 재학생.졸업생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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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