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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현장] 3일째 국보폐지안 상정 못하고 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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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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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사진행방해'-위원장 '묵인'
3일째 무산...여당 "6일 처리하겠다"
[법사위 현장] 국보법폐지안 상정 못하고 산회
오마이뉴스 손병관/권박효원(patrick21) 기자
현장 취재 : 손병관 권박효원 박상규 기자
사진 취재 : 이종호 기자
동영상 : 김윤상 기자
[5신 : 5일 0시10분]
한나라 의사진행 방해와 위원장 '칩거'... 국보법 폐지안 상정 3일째 무산
한나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고의적 의사진행 방해)와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장의 묵인 속에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이 3일째 무산되고 말았다.
4일 밤 11시40분께 열린우리당 간사를 맡고있는 최재천 의원은 "위원장이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전혀 의사 진행할 의사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여당의원들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곧바로 자리를 떠나면서 회의장에는 일순간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회의장을 나가면서 최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6일 오후 2시 법사위를 소집해 국보법 폐지 등 12개 법안을 일괄 상정한 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이 3일째 무산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필리버스터로 시간을 벌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미국 상원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법률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장시간 연설을 함으로써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전술을 일컫는다. 필리버스터라는 용어는 '해적'을 뜻하는 16세기 네덜란드어에서 비롯됐지만,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지금과 같이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임위의 의사진행 발언에 제한시간이 없다는 점을 톡톡히 이용해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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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연희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만 계시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퇴장해서 회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회를 선포했다.
산회 선포 직전 30분간의 풍경은 지난 3일간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최 의원이 "더이상 못 참겠으니 표결을 해달라"고 하면 최 위원장은 "그만 자리에 앉으라"고 종용했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건 상정요건도 안 된다"고 윽박지르는 식이었다.
그 동안 말을 아껴온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러다 법사위 전부 말라죽는다. 위원장님이 한나라당 입장을 고려하는 건 아는데, 이만 자리를 비켜달라"고 호소했지만 최 위원장은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버텼다.
최 위원장은 산회 선포 직전까지 다음과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제가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으니 저에게 말미를 좀 주십시오. 만약 제가 노력한 게 가시적 결과가 안 나오면 제 나름대로 용단을 내리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저에게 기회를 안 주시겠습니까?"
"제가 말미를 달라고 정말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정기국회 기간 안에 무엇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거의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법사위원장 자리가 무슨 귀한 자리라고 연연하는 사람 아닙니다. 다만, 제가 떠나더라도 무엇인가 일은 만들어놓고 떠나야하지 않나? 무엇인가 큰 결론이 나서 만들어놓고 떠나야지..."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지금까지 노력해온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니 저에게 말미를 달라는 것입니다."
이같은 위원장의 말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위원장께서 의사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못한 것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미 도를 지나쳤다”며 “더 이상 의사진행발언을 받지 말고 표결처리하고 그것이 힘들면 사퇴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최연희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흘째 들은 이야기 녹음기처럼 되풀이"
법사위원장, 여당 반발 불구 한나라당에 연달아 발언권 부여
4일 법사위 회의의 마지막 1시간 동안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연이어 발언권을 부여해 결과적으로 회의를 지연시켰다.
최 위원장은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을 대신해 투입된 박승환 의원에게 "법사위에 처음 오신 분이니 발언 좀 해보라"고 권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 그만 하자"고 항의했으나 최 위원장은 "이번이 마지막 의사진행발언"이라고 못박은 뒤 박 의원의 발언을 진행시켰다.
박 의원이 장황하게 말을 이어가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제 그만 하라"고 제지하면서 위원장석 주변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몇 차례 실랑이를 벌였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출신인 박승환 의원이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민변 출신이 뭐하는 거냐, 가증스럽다"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박 의원이 마침내 "한나라당에게 개정안을 만들 시간을 달라"며 발언을 마치자마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마지막 발언 끝났으니) 표결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에게 "(박 의원 발언에 대해) 답변하라"며 특별한 이유없이 발언권을 주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더이상 의사진행발언 못 받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항의했지만, 장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안건"이라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장 의원의 '새로운 안건'은 "국보법은 예산부수 법안이 아니고, 공정거래법을 처리하면서 국보법은 보류하기로 여야간 합의가 됐다"는 내용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전 주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이미 사흘째 들은 이야기를 녹음기처럼 되풀이한다" "더 이상 못 듣겠다"는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져나왔고, 양승조·우윤근 의원은 "위원장은 차라리 한나라당 입장 때문에 표결 못하겠다고 솔직히 말하라"고 위원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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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밤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국가보안법등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표결처리하지 않아, 최재천 열린우리당 간사가 최 위원장에게 항의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세해 논쟁이 벌어졌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4일밤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국가보안법등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표결처리하지 않자, 열린우리당이 표결처리를 요구하며 기립해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4신 : 4일 밤 9시 20분]
정회-속개 반복하는 국회 법사위
국보법 폐지 법안 상정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국회 법사위원회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칩거' '정회'를 통해 법사위 진행을 사실상 지연시키고 있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법안 상정을 유보시키고 있다.
2시간의 칩거를 끝내고 위원장석에 복귀한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너무 무력감을 느끼고 제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이런 상태에서 법사위가 언제 민생법안들을 처리하겠냐? 법사위 정쟁의 책임은 양당 원내대표단에게 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법사위의 상황을 양당은 물론, 국회의장에게도 보고했다”며 “큰 차원에서 법사위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법사위의 전통과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 정쟁의 앞잡이가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법사위원들 모두가 정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국보법은 한나라당 정체성과도 관련 있는 문제라서 쉽게 양보할 수 없다”며 “양당 간의 정치적인 절충과 토론을 통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길이 보인다”며 정치적 타협을 강조했다.
양승조 열린우리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은 어제와 오늘이 90% 이상 겹친다”며 “의사진행발언으로 논의를 저지하지 말고 법안을 상정하자”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선병렬 의원도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 당론은 지도부에 의한 외압적 당론이 아닌 많은 의원들이 자주적이고 자발적으로 정한 내생적 당론”이라며 “그런 내생적 당론을 법사위에서 상정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발언이 계속 이어지자 선 의원은 "이렇게 의사진행발언만 오래 하는 바보같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불만을 터뜨렸고 노회찬 의원도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올린지 몇 시간이 지났냐? 토론없이 표결하자"고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결국 "9시 30분에 속개하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회를 인정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나가면 표결 처리에 들어가겠다"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최 위원장은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고 돌아오지 않자, 최재천 열린우리당 간사가 "이제 앉아야겠다"며 위원장석으로 가자,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이 먼저 위원장석에 앉아 몸싸움이 벌어졌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간사가 김성조 의원에게 일어날 것을 요구하자, 장윤석,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최재천 열린우리당 간사와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위원장석옆에서 논쟁을 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 4일 오후 6시40분]
"이제 좀 앉자" VS "이러면 나라에 재앙 온다"
열린우리당 위원장석 점거시도...한 차례 몸싸움 끝에 법사위 속개
최연희 국회 법사위원장은 두 시간만에 회의장으로 돌어와 회의를 속개했다.
최 위원장은 먼저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회의가 안되니 현역의원을 제외한 각 당 사무처 직원과 보좌관들은 나가달라. 기자들도 몇 명만 남기고 모두 회의장을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최 위원장이 집무실에 '칩거'하는 사이 여야 의원들은 위원장석 점거를 놓고 한 차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의 사회를 요구해온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오후 6시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자 "이제 앉아야겠다"며 위원장석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이 재빨리 위원장석을 먼저 차지했고, 위원장석 양옆 자리도 같은 당 김재경·박승환 의원이 점거했다. 곧바로 여야 국회의원들과 각 당 당직자, 취재진들이 위원장석을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최 의원이 김성조 의원의 팔을 잡고 "나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의원은 책상을 붙잡고 버텼고,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도 위원장석을 둘러쌌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위원장이 집무실에 있지 않냐"며 최 의원을 설득했지만, 최 의원은 "지금 (위원장의 불참이) 기피가 아니고 뭐냐? 이제 (안건을) 처리해야겠다"고 주장을 꺾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의원들도 "의장이면 마음대로 정회하고 속개해도 되냐"고 거들었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최 의원에게 "이러면 나라에 재앙이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최 의원은 "토론조차 하지 못하는 게 재앙"이라며 "법사위원 아닌 사람들은 나가달라"고 응수했다.
▲ 4일 오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 처리여부를 놓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표결을 요구하고 있다. 법사위 회의장에 많은 의원, 보좌관, 취재진들이 들어와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대체 : 4일 오후 5시 30분]
법사위원장, 법안상정 '미적미적'...1시간만에 정회선포
국회 법사위가 회의소집 1시간만에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중단됐다. 최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한 뒤 위원장실로 들어가버리자 여야 의원들도 방으로 따라 들어가 회의 속개를 놓고 무성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예정시간보다 1시간 30분 가량 늦은 3시 30분께 도착한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여야 간사들의 협의를 종용하며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끝없이 허용하자 열린우리당 간사를 맡고있는 최재천 의원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법안을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최 의원의 항의에 "더 이상 사회를 못 보겠다. 위원장에게 협박하는 게 어디 있냐"며 정회를 선포하고 회의장을 나섰다.
1시간 30분만에 속개된 법사위는 전날의 '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야 의원들은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하지 못하고 지루한 공방만을 되풀이했다.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회의를 시작하며 공정거래법 처리와 국보법 상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한 뒤 "정기국회가 끝난 뒤 10일부터라도 비공개적, 비공식적으로 각 당 대표들이 2∼3분 모여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어떠냐"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법사위원장이 된 후 어느 한쪽 당을 편든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소속된 한나라당에서 수시로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사회를 봤다"고 강조했지만 열린우리당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위원장이 왜 의안을 처리하지 않고 엉뚱한 핑계를 댑니까? 오늘도 발언으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지연전술에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의사권을 남용하지 마십시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어제 민법개정 문제로 법사위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몇십 년간 존속해온 호주제 폐지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소위 개혁적이라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거의 발언하지 않았다. 공청회에서 발언하지 말라는 쪽지도 돌았는데, 마음은 국보법 상정이라는 잿밥에만 가 있었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주 의원은 "우리 나라가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한 후에 한일합방이 됐는데, 법사위의 국보법 상정은 한일합방을 전제로 한 을사조약과 다름없다"고 주장해 여당의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주 의원의 발언이 장황하게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은 "시간만 자꾸 끄는데 의사진행발언을 1회, 5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국회법에 안건 상정은 토론 없이 표결하기로 되어있으니 위원장은 더 이상 의사진행 발언을 받지 말고 표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최연희 위원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어제(4일) 회의도중 열린우리당 의원 한 분이 '한나라당은 날치기 경험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한나라당은 초선의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열린우리당의 사과와 정회 선포를 요구하기도 했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이 정회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곧바로 "사과 드린다"고 답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국보법 폐지, 상정도 않고 '토론 1라운드'
여야 의원 30여명, 회의장에서 설전
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총학생회장이던 심재철 의원, 서울대 대의원회 의장이던 유시민 의원, 서울대 학생회부활추진위 총무위원장이던 유기홍 의원이 국보법 폐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공안검사출신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대 프락치사건`을 들며 `사람 잘못 봐서 죽인 사람도 있네`라며 설전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4일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놓고 치열한 갈등을 빚고 있는 법사위는 예정시간인 오후 2시를 훌쩍 넘겨 오후 3시 30분께 시작됐다.
이날 회의장에는 전날인 3일 회의와 마찬가지로 법사위원이 아닌 국회의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모인 의원들은 약 30여명에 달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유시민, 이경숙, 전병헌, 제종길, 최성, 한명숙, 김현미, 이계안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에서는 공성진, 김충환, 남경필, 안명옥, 이덕모, 전여옥, 정문헌, 심재철 의원이 각각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갑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일찌감치 회의장을 지키는 열성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천영세, 심상정, 이영순, 최순영 의원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심 의원이 왔으니 (국보법 폐지안) 상정이 되겠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많은 의원들이 평일과 달리 대부분 노타이의 편한 옷차림으로 회의장을 찾았고, 면바지에 가죽점퍼를 입은 제종길 의원은 다른 의원들로부터 "전투복을 입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최 위원장의 입장에 앞서 상대방의 위원장석 점거를 의식해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대치하기도 했다. 법안이 상정되기 전부터 '국보법 폐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용갑 의원이 "(국보법 폐지되면 혈압 때문에 쓰러지니) 살려주소"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유시민 의원은 "국보법 때문에 이미 억울하게 죽어서 살릴 수 없는 분들이 많다"며 "한나라당 전신에서 얼마나 많이 죽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대해 "전신 얘기는 왜 하냐"며 불쾌감을 나타냈지만, 유 의원은 "법통 따져볼까요, 염치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탈북자가 지난 추석에 80명씩 평양에 들어가 아무런 제약없이 밀봉교육을 받았다는데, 국보법이 없어서 되겠냐"며 안보불안론을 폈다. 김 의원은 또한 "국보법 폐지반대 여론이 국민의 70%"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은영 의원은 "본안 토론하시려면 안건을 상정하라"고 대응했다.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을 "심재철씨"라고 부른 뒤 "그렇게 공안검사처럼 말하지 말라. 어디 가서 서울대 총학생회장 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공안검사 출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나서 "말씀이 심하다"며 "(유기홍 의원이) 학생회장 못해서 콤플렉스가 있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유시민·선병렬 의원이 <조선>, <동아>를 가리켜 각각 "(한나라당은) 맨날 그런 신문만 보니 정권을 빼앗긴다" "한나라당 의원 얘기만 들으면 <조선>·<동아>는 안 봐도 된다"고 쏘아붙일 때는 여야를 막론하고 회의장에서 잠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최재천 의원이 "곧 위원장이 오실 것"이라고 공지하자 여야 의원들은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공평하게 나가자"고 말했지만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나가고 싶은 사람이 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며 위원장석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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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4일 오후 2시 50분]
'국보법 상정' 2라운드...법사위원장은 어디로?
▲ 4일 오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 처리여부를 놓고 최재천 열린우리당 간사(오른쪽)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왼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이 일단 무산된 가운데 4일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오후 2시가 되자 일단 회의장으로 들어섰지만,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동료의원들을 격려하러 회의장을 찾은 의원들중에는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도 있었는데, 김 의원이 갑자기 위원장 석에 앉자 의원들 사이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결국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만류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린우리당은 오전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휴일중에라도 반드시 국보법의 법사위 상정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에 국보법을 상정하더라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키거나 날치기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예산안 등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국보법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후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국보법 상정'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지만 "물리력으로라도 막는다"는 당의 대응기조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 4일 오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 처리여부를 놓고 논쟁이 계속돼자 최연희 위원장(오른쪽)이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가려 하자 최재천 열린우리당 간사(왼쪽)와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등이 이를 막으며 항의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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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