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그 어떤 가치도 인간 위에 있을 수 없다.
우리가 국가보안법폐지 논의를 하면서 전제해야 할 것이 이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슬프고 아쉽게도 인류의 역사를 보면
한 개인의 권력욕이나, 이데올로기등이
인간 위에 군림하여 인간을 파괴해옴을 주저치 않았다.
국가보안법폐지를 주장하고
악법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얘기할 때..
참전용사,전몰병장 및 그 유가족들을 생각하라는 반대편의 호통이 들릴 때가 있다.
이들은 국보법희생자와 공산주의에 의한 희생자들이 대척점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이들의 머릿속엔 사상으로 인간을 이분법에 의해 구분짓고 있는것이다.
같은 자유주의를 표방해도 그 자유주의는 각각 다른 모습을 할 수 있으며
사회주의, 공산주의 역시 모두 획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산주의자였지만 테러와 탄압을 했던 스탈린과
이념의 한계를 인정하고 개방을 유도했던 고르바초프의 시대모습이 달랐듯이
사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데올로기를 소화해내고 실현해내는
인간의 역량과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허나 우리는 종종 인간을 초월한 사상과 가치로 세상을 재단하려 한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북과의 충돌로 희생된 분들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을 테러와 살상으로 실현시키고자 한..
폭력적인 인간의 가치관으로 빚어진 비극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살인과 만행을 저질러도 그가 '자유주의자'이기 때문에 '불가피함'으로 덮을수있고
휴머니즘을 실현하려 애썼지만 그가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절대악'으로 낙인찍는 것은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인간의 어리석음일뿐이며,
또다시 이어질 역사의 비극을 잉태하는 단초가 될뿐이다.
공산주의를 경계하기 위해서
광신적반공주의를 표방하여 부정부패와 인권유린을 일삼는 파쇼가 잘못되었다는것과
반공파시즘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게 안타까움과 애정, 죄스러움을 표현하는것이
공산주의와 싸우다가 희생된 이들을 욕보이는 것이라는 논리는
참으로 가볍고 비인간적이며 파쇼적인 발상이다.
이런 논리야말로 결국 진정한 의미의 자유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우리가 증오하는 김정일, 김일성의 독재와 강권, 그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굳어진 껍데기가 진실인양 착각하고 살아가면서
어찌 '통일'을 말하고 '자유'를 외칠 수 있는가..
자기 안의 벽을 부수지 못하면서
반세기 넘게 이 한반도를 두 동강내고 있는
저 철조망을 정녕 걷어버릴 수 있을 것인가..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악법의 폐지를 아직도 반세기전 색깔론으로 재단하고 이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주의가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동굴에 처박혀 있다는 슬픈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