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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오동석 아주대교수]국보법 폐지는 국회의 몫/국보법 폐지법률도 합헌 2004/09/06
국보법 폐지는 국회의 몫 / 국보법 폐지법률도 합헌

오동석(아주대 교수)

각 국가기관은 나름대로의 제구실이 있다. 헌법은 어느 한 기관만을 편애하지 않고 서로간에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국가권력을 적절히 나눠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근거한 기관이지만, 헌법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인권위법 제1조)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을 행사하여 인권위에게 인권에 관한 법령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법 제19조 1호)을 주었다. 인권위는 국가보안법의 적용실태를 조사?연구하고 국제인권규범에 비추어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고려한 결과 국보법이 인권침해법률임을 확인하고 지난 8. 24.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국보법 폐지 권고안을 냄으로써 제노릇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이름으로 위헌의 공권력작용을 통제하며, 헌법을 위배한 법률을 심사하는 일은 그 주요 업무 중의 하나이다. 1960년헌법의 헌재는 이름만 남기고 스러졌기에 1989년 출범한 헌재가 걸어온 길은 초행길이었다. 그럼에도 위헌법률에 대한 가지치기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렷한 발자욱을 새겼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헌법재판 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헌재가 제 나름대로 헌법의 제자리 찾기에 기여한 공은 컸다.
헌재의 제구실은 헌법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려는 입법자를 감시하는 양치기 노릇이다. 그런데 헌법의 울타리가 생기자마자 밖으로 뛰쳐 나갔던 탕자가 56년만에 되들어오려는 시점에서 굳이 막아선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짐짓 국회가 ‘헌재의 결정과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훈수까지 덤으로 두었다.
문제는 헌재의 결정‘과’ 국민의 의사가 어떠한 관계인지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과’의 앞뒤가 선후가 있는 것이면 국민의 의사보다 헌재의 결정을 앞세우는 점에서 반민주적인 것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 국민의 의사와 대등하다는 자만심인지 아니면 국민을 외면하자고 국회까지 유인하는 것인지, 앞뒤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절차를 통해 확인했는지, 만약 확인하지 않다면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를 제치고 국민의 의사를 ‘참칭’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헌재는 1990.4.2.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에 대한 한정합헌 결정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른 1991.5.31. 국보법 개정에서 거두었던 작은 승리를 좀더 음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국보법 폐지 이후에 뭔가 급박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판례의 일관성이 중요했을 수도 있다. 순간 1995.2.23. ‘법안 날치기’에 대한 권한쟁의를 심판도 하지 않고 내쳤던 헌재가 불과 2년 뒤인 1997.7.16. 판례를 변경하여 날치기에 제동을 걸었던 결정을 떠올려 보기도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다.
이제 헌재는 국보법에 관한 한, 인권과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밑천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국회가 헌재의 결정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그 길을 따라 가거나 국보법 폐지를 향한 약속의 발걸음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국회는 헌재의 훈수를 뒤로 하고 국회의 길을 가야 한다. 헌법에 가장 걸맞는 법률내용을 엮어내는 일은 당연히 국회의 몫이다. 헌재의 국보법 합헌결정이 곧 국보법 폐지법률에 대한 위헌판단은 아니다. ‘국보법 폐지법률’의 “국가보안법은 이를 폐지한다.”는 조항이 위헌일 수 없다. 간혹 불안해하는 국민이 있거들랑 한반도에 평화를 안착시키고 민의에 터잡은 참정치를 뚜벅뚜벅 실천함으로써 안심시킬 일이다. 절대 국보법 혹은 그 유사법률로 주권자를 윽박지르는 반민주적 행태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형법의 국가보안법화 역시 안될 말이다. 제17대 국회의원들은 국가보안법 제정이 ‘정치력 0점’의 일임을 자백했던 제헌의회 의원의 말에 귀 기울임으로써 헌재의 결정에 곁눈질하지 말고 제 갈 길을 가야 한다. 국보법 폐지 원년의 올리브관이 코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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