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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보도비평1] <조선>이야말로 대립갈등 부추기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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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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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3일자 보도분석 -
[국가보안법 보도비평1]
<조선>이야말로 대립갈등 부추기지 말라
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 오마이뉴스 게재
<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첫번째 비평은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또는 개정 논쟁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 같기는 하다. 이전의 국가보안법 희생자, 또는 민중·시민 단체들에게는 주요 개혁과제였지만 그다지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가 이제 일상의 의제로 격상되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문제는 그런 감상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희생자가 많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법의 성질상 희생자들이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를 하는 것조차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일부 신문들이 말하는 과거 운동권 출신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이르게 된 인사들은 국가보안법 희생자 중 일부일 뿐이다.
일부 신문은 '침묵하는 다수'라는 추상적인 주체를 내세워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을 종식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 표현을 빌면 그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던 다수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사회가 풀어주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 <조선일보> 9월 13일자 5면.
ⓒ2004 조선일보 PDF
여야·시민단체 주장은 대립으로 폄하...보수원로 주장은 대표 의견으로
조선일보는 여야의원들과 시민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대립구도 속의 한 주장으로 폄하하면서 이들 소위 보수원로들의 주장은 사회 다수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으로 전달하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국민정서상 가장 수용하기 힘든 '국론분열'이라는 상징성을 이용해 국가보안법 폐지 또는 개정의 논의과정 자체를 혼란스러운, 그래서 당장 그쳐야 하는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대립구도를 과장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의 본질을 외면함으로써 정쟁 대립구도로 오도하고 있다.
반면 일부 신문은 자기들 관점과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대립구도에서 제외시킨다. 즉 일부 의견을 의견대로 전달하기보다는 보편적 의견의 대표성을 갖는 것으로 치장하는 것이다. 보수적 성격의 원로들이 발표한 성명을 다루는 방식이 전형적인 예이다.
조선일보는 13일 「원로 시국선언- 국론분열 부추겨」라는 제목(A2면)의 기사에서 MBC 라디오 '이선호의 2시의 취재현장' 프로그램을 비판하였다.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런 와중에 마침내 과거 군사정권의 핵심인물과 언론탄압의 장본인들까지 등장해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한 발언은 공영방송인 MBC가 할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보수원로들이 국론분열을 심화시키는 장본인 대열에 들어선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좋게 해석하면 그들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마치 이들이 과거 군사정권의 핵심인물과 언론탄압의 장본인들이었다는 것까지 부정해서는 안된다.
MBC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는 표현과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기사는 이들 보수 원로의 성격조차 왜곡하는 것임은 물론, 국가보안법에 대한 판단을 여전히 정쟁 일부로 이끌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조선일보는 여야의원들과 시민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대립구도 속의 한 주장으로 폄하하면서 이들 소위 보수원로들 주장은 사회 다수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으로 전달하였다. 즉 11일자에서 이들의 성명을 A1 톱기사로 실을 때 '침묵하는 다수 원로들이 대변'이라는 제목으로 뽑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식 대립부추기기, 딱지지우기
한편 보수원로들의 발언을 대립을 부추기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조선일보가 다른 주장의 제시는 오히려 대립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13일자 A5면에서 조선일보는 「국보법 등 '정치법안' 대치 격화…갈라지는 국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가 대립구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많은 희생자를 낸 악법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만 하면, 그들의 희생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연다면, 형법 제정 이전에 임시법 형태로 출발해서 형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인권유린을 가능케 하면서 정권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이 법을 차분하게 인권 차원에서 논의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당의 정체성으로 생각하고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한나라당과 이런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를 '과거 지향적'(A5면)이라고 딱지 지우는 조선일보가 국론을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 차분하게 진행될 수 있는 법 개폐 논쟁을 사활이 걸린 정체성의 문제로 몰아가는 사람이 대립과 갈등의 원인제공자이다.
13일자 같은 면에 있는 「여 '4대과제' 전위대는」이라는 기사는 조선일보의 딱지 지우기를 다시 엿볼 수 있는 보도였다. 국가보안법, 과거사규명, 언론개혁, 행정수도 이전 관련 법 개정을 주도하는 여권 인사를 소개하면서 '전위대'라고 표현한 것이다. 여당이 사회적 과제를 전투하듯 풀어간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표현이다. 조선일보 기사로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운동권과 법조계 출신 초·재선의원들이 주도하기 때문인가 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과 과거사 규명하자는 것이 무엇인가? 과거에 정의롭지 못했던 것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왜 그 사안의 최대 피해자들이 나서면 안된다는 것인가? 이들이 과거 운동권이기 때문에 전투적으로 무조건 돌파할 것이라는 예단의 일면을 드러낸 것인가? 개인 의견으로나 나올 법한 '홍위병' 주장을 가감 없이 전달했던 언론답게 스스로 전위대라는 표현으로 지금 상황을 딱지 지우고 있다.
국가보안법 존재, <조선>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지...
이제 국가보안법의 존재가 조선일보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3일 사설은 그런 의구심을 부추긴다. 「원로 비웃는 막된 행동거지 어디서 배웠나」라는 제목부터가 어디서 배운 방법으로 달은 제목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사석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언어가 이제는 전국 종합일간지의 사설 제목으로 등장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집권당이 원로들의 성명에 대해서 "늘 그런 분들이 아니냐면서", "반개혁 반민주적 기득권 세력에 기생해 영화를 누리던 분들"이라고 비웃기까지 했다고 분노한다. 더 나아가 '누구 땀으로 번 밥을 먹고, 누구 피로 마련한 학자금으로 글을 배웠으며, 누가 애써 일한 덕에 10여년씩 무위도식하며 정가를 배회할 수 있었단 말인가'라고 집권당 정치가들을 성토한다.
이들 원로들이 독재체제 시절 영화를 누려서 이름이 알려졌고 그 덕분에 원로라고 불리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이들의 피땀이 우리 사회를 성장시켰다는 지배자 중심의, 영웅주의 중심의 사고가 조선일보의 기본 시각인가 보다. 그런데 그 시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소위 원로들에 대해 상욕을 해댔다면 그들의 기존 행태와 무관하게 사회윤리 차원에서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그들의 과거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 '막된 행동거지'라는 거친 표현을 해대는 것이 가능할까? 이럴 때 조선일보의 사고는 어떤 것일까? 조선일보는 역으로 기득권 집단에서 배제되면서도 명망성을 획득해온 개혁적인 원로들의 주장을 기사로 제대로 실어낸 적이 있었나 반성해볼 일이다.
▲ <동아일보> 9월 13일자 1면 기사.
ⓒ2004 동아일보 PDF
<동아>, 해외NGO 대표자 설문은 '제목 불일치' 통한 왜곡
동아일보의 13일자 보도 역시 정도는 약하지만 방향은 같다. 동아일보가 해외 NGO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기사는 제목 불일치에 의한 전형적인 왜곡의 한 형태이다. 설문조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응답자가 13명 중 11명이었지만 기사 내용속에 숨어버렸다. 반면 최근 개혁과제로 논의되고 있는 과거사 규명 같은 경우는 '신중히 처리'라고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그 조차도 실제로는 7명이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며, 6명이 신중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그중에서도 목적과 이유가 뚜렷해야 한다며 일부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말만 인용했다. 신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다같이 정치적 의도를 언급했는지 의심스럽다. 여하튼 설문조사 인용에서 동아일보는 최근 개혁과제에 대한 동아일보의 심기를 드러냈다고 할 것이다.
13일자 조선, 동아일보에서 드러난 국가보안법 관련기사의 문제점은 결국 사회적 과제를 특정세력의 대립갈등 구조로 몰아가고, 그들이 동의하는 주장은 대표성을 갖는 것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감정적으로 치닫는 조선일보의 사설에 대해서는 언론의 수준을 유지하라고 충고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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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대책위원은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은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오동석(민주주의법학연구회) 아주대 법학과 교수, 김진(민변) 변호사, 박성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총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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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