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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석 교수] 조중동의 반인권적 사상고백 강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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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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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보도비평23] 12월 13일자 보도분석
[국가보안법 보도비평23] 12월 13일자 보도분석
조중동의 반인권적 사상고백 강요
오동석(아주대 교수/ 헌법학)
12월 13일자 조중동은 이철우 의원에 대하여 한 목소리로 반인권적 사상고백을 강요하고 있다. 늘 그러하듯 제목은 짐짓 비판적이며 중립을 가장하고 있다. 중앙의 사설(30면)은 <잘못된 방향으로 번지는 이철우 파문>, 동아의 사설(A2면)은 <‘思想戰’ 확대는 해법 될 수 없다>, 조선의 ‘조선데스크’(A30면)는 <올드라이트, ‘내 탓이오’가 먼저다> 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렇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즉 이철우 의원의 사상고백만이 해법인 것처럼 뻔뻔한 카르텔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사상·양심 자유의 내용 중에 침묵의 자유가 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결정되거나 형성된 양심을 언어 등으로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아니하는 자유”(권영성, 『헌법학원론』, 법문사, 2004, 476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침묵의 자유를 부인하고 사상고백을 강요하며, ‘고백 없으면 간첩’이라고 ‘자백 없으면 마녀’ 혹은 ‘고문을 통해서라도 고백을 받겠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의 13일자 사설은 열린우리당 측의 ‘과거 공안 고문 사건 전반에 대한 피해자들의 증언과 진술 수집’을 거꾸로 ‘신공안 정국’으로 뒤집어 씌우며, 본질 조작에 나선다. 즉 “본질은 이 의원이 노동당 입당 사실이 있느냐”인데 이것이 ‘명쾌하지 않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의 그의 이념 좌표”라며 “솔직한 자기 고백만이 지금의 번져가는 색깔 싸움을 막을 수 있다”고 우기고 있다. 그것이 “사회운동가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며 “국민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걱정을 해소해 줄 의무가 있다”고 아무 근거도 없는 의무론을 제기한다. 그게 “미래 지향적인 시각”이란다. ‘시론’ <이철우 의원이 고백할 때>(홍진표)에서도 ‘과거 주사파’였던 자신은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다며 ‘국회의원이 된 이상 변화한 자신의 생각을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진’하라며 사상고백을 주문하고 있다. 자유주의 사상가들 역시 좌에서 우로 전향했다는 식의 자기합리화와 함께.
동아의 사설(13일) 역시 ‘양심고백이 최선의 방법이며, 국민이 마음을 바꿨는지 직접 듣고 싶어 한다’며 사상고백을 강요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의원이기에 이 정도는 결코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개인의 자율적 선택이 아닌 이상 어떠한 사상고백도 인권침해적임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비교하면서도 “한나라당 측의 주장만 들으면 집권 여당이 마치 전향 여부가 불분명한 ‘좌파들의 소굴’인 것처럼 비칠 정도”라며 공공연히 여권 인사들의 사상고백을 요구한다. 이제 ‘민주화세력이건 공안세력이건 한때 일탈의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 되어버린다. 사실상 공안세력에 대한 면죄부이다. 민주화세력과 같은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그들의 바꿔치기는 이제 도를 넘어‘수구냉전세력에 대한 정치적 이력의 세탁’에 이르렀다.
13일자‘조선데스크’(이한우)는 한결 교묘하다. “어쨌거나 이 의원은 대한민국의 법절차를 거쳐 응당의 처분을 받았고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또 유권자의 심판을 통과했다”며 “국회에서의 '간첩신고'는 낡았다는 인상밖에 주지 못한다”고 ‘낡은 우파’을 비판한다. “이런 헛다리를 짚기 때문에 정작 당당하게 공인의 사상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는 못하는 것”이며 큰 소리다.
여전히 ‘색깔에 따른 사상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함을 벗지도 못하면서 ‘낡았다는 인상’만을 문제삼는 꼴이 ‘구신 우파’가 이름바꾸기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뉴라이트가 ‘뉴’라이트인 것은 … ‘과거’를 깨끗하게 털고 새롭게 출발했기 때문…이며, 오히려 진보를 자처하면서 과거고백에 인색한 일부 젊은 의원들에 대해 ‘저들도 낡았구나’라는 인상을 받게”된다며 올드라이트에게 훈수를 두었다. 고백만으로 그들의 과거가 청산되는지가 의문일 뿐 아니라 그가 꾀하고 있는 것은 인권을 유린하는 전면적인 사상검열운동일 뿐이다.
중앙의 ‘취재일기’(박재현)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우리의 자본주의 체제를 의심하며 고루한 북한식 사회주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지식인들이 있으며, 이 의원이 억울할 수 있지만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으로서 “친북 행위도 과거사 규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피용으로 “특정인의 과거를 들춰 마녀사냥식으로 단죄하자는 뜻이 아니”라면서도 “'친북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이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지'를 검증해보자는 취지”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상검증'을 말한다.
조선(A3면)이 <‘과거’캐먹고 사는 한국정치: 여, 100년 전으로, 야, 10년 전으로> 제목 아래 여야를 평면적으로 비교한 것도 특유의 외곽때리기이다. 일제와 독재 정권에 빌붙어 권력을 구가하던 사람들과 그에 저항하며 목숨과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을 어떻게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인가.
13일자 여야의 국정조사 공방에 대한 기사(한겨레 3면, 경향 4면, 조선 A1면, 중앙 4면, 동아 A2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교묘하게 야당을 편드는 동아의 기사(A9면)였다. 열린우리당에 대하여는 한나라당의 뿌리를 집중 부각시키기 위해 ‘고문 시비’에 불을 지펴 고문피해사례 수집으로 ‘확전’준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반면 한나라당에 대하여는 “열린우리당의 ‘오락가락’ 대응을 집중 공략”했으며, “열린우리당의 주장에 대해 이 의원 관련 판결문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반박”했고, “이 의원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실 관계에 입각한 공세를 펴기로 했다”고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 국가보안법 개정안도 보도되었는데(한겨레 8면, 조선 A5면, 중앙 8면), 그 안이라는 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른바 B안은 불고지죄 삭제 외에는 제7조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를 “… 위태롭게 하려는 의사로” 글자 몇 개 바꾸는 게 전부이다. A안도 불고지죄 삭제 외에 제2조 ‘정부 참칭’을 ‘정부표방에 의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로 몇 글자 추가하는 게 고작임은 물론 반국가단체 외에 은근슬쩍 테러단체까지 끼워 넣고 있다. ‘꿩 먹고 알 먹기’ 식으로 국가보안법을 고쳤다는 생색도 내고 테러방지법 교두보도 확보하자는 잔꾀이다.
조선 A3면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뇌 구조로는 한나라당의 뇌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발언할 것을 소개하고 있는데, 정말 특히 국가보안법 관련 문제에 대해서 편집증적 집착을 보이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뇌 구조를 이해하기는 그들끼리가 아니면 불가능함이 틀림없다. <野 법사위점거 6일째 ‘그들만의 농성’>(경향 4면)에 비교해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보안법 개정안을 내서 법사위에 계류시켜 토론을 하고 공청회도 하자’(경향 2면, 조선 A5면)며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한테 ‘간첩으로 암약 중’이라고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한 것이 그나마 돋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조중동이 반인권적인 사상고백을 강요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과 달리 한겨레는 사설(19면)에서 당시 대선 직전 ‘신공안 정국’에서 색깔론 효과를 지적하며 진실 규명에서 접근하고 있다. “국가가 저지른 인권침해 범죄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이성을 잃은 ‘마녀 사냥’이”라는 것이다. 1면 첫머리 제목이 <국정원 과거사규명위 중부지역당 사건 조사키로>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기에 한겨레(18면) ‘편집국에서’(이흥동)의 <‘보안법의 하나님’>은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전면적으로 재수사·재해석돼야 할 사건을, 오늘날에는 거의 의미가 없는 12년 전 보안법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궁색하고 치사하다”고 평가한다.
요컨대 조중동은 친일과 독재 그리고 고문의 과거는 잊되, 현재에는 왜 일본과 독재에 협력하지 않고 투쟁했으며 왜 고문에 굴복했는지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리하여 미래에는 설령 수구냉전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순응할 것을 충성맹세하라는 태도이다. 이러한 조중동의 태도는 치안유지법 아래에서 이른바 ‘思想係檢事’(줄여서 ‘사상검사’)(荻野富士夫, 思想檢事, 岩波書店, 2000, 2쪽; 우리나라에서는 선우종원, 사상검사, 계명사, 2002)에 대응하는 ‘사상계언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상검열언론’이라 부를 만하다.
내가 보기에 이철우 의원에 대한 찔러보기는 수구냉전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하여 혹은 불리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하여 단골메뉴로 삼았던 ‘간첩사냥’의 아류이다. 그리하여 이것은 두 번이나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고 올해에는 국회의 다수당의 지위에서도 쫓겨난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과거 ‘공안정국’에 대한 향수를 노래하며 폐지 운명의 국가보안법에게 보내는 마지막 이별의 장송가가 될 터이다.
한겨레(15면) 13일자‘이 사람’ <19년만에 고향찾은 ‘보안사’ 저자 김병진씨>에서 김병진씨는 “ 이 법이 필요한 사람은 파시즘의 재생을 기도하는 자들뿐”이며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은 보안법 철폐를 결코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유린행위에는 공소시효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상식적 판단을 알지 못하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레드콤플렉스의 미몽에서 깨울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국가보안법을 끝장내는 그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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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수구언론들의 국가보안법 관련 색깔공세와 여론몰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산하에 '언론대책팀'을 구성해 이를 감시, 비판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언론대책팀은 9월 14일부터 일일모니터 및 보도비평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대책위원은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은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오동석(민주주의법학연구회) 아주대 법학과 교수, 김진(민변) 변호사,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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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단 농성일지
